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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미국 시카고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염지수 10개월차

  • 등록일 2020.02.11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염지수
인턴십 분류 도서관 인턴십
파견기관 미국 시카고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파견기간 2019년 2월 15일~12월 15일 (총 10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10개월차
내용
iSchool at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11월 중순, 주말을 틈타 UIUC iSchool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친구를 방문했습니다.

UIUC 아이스쿨은 미국 대학교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약 20년이 넘도록 랭킹 1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으로, 디지털 도서관학과 아동 및 청소년 서비스 분야가 특화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학부 과정에서 문헌정보학을 다루지 않는 관계로 석사 학위부터 문헌정보학을 배운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보통 졸업한 뒤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외에도 아키비스트, 정보 기술 관리자, 웹 개발자 등 진로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아이스쿨의 1층에 위치해 있는 The Center for Children’s Books (CCB)를 둘러본 후에는 학교 중앙도서관과 학부생들이 이용하는 도서관도 둘러 보았습니다.

iSchool at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사진

Newberry Library Tour

11월 23일, 주말을 틈타 리서치 도서관으로 유명한 뉴베리 도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뉴베리 도서관은 1887년, 월터 루미스 뉴베리(Walter Loomis Newberry) 씨가 남긴 유산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립 도서관입니다. 뉴베리 도서관은 전문 도서관으로서 역사, 예술, 문학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고지도, 매뉴스크립트 등 일반 공공도서관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의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본래 뉴베리 씨는 공공도서관을 지어달라는 목적으로 유산을 남겼으나, 유언이 집행되기 몇년 전 이미 시카고 공공도서관이 설립되어 인문학 분야 전문 도서관을 대신 세웠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웹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만들고, 직접 방문하여 도서관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주 3회 공공에게 개방되는 도서관 투어가 있기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전시실, 열람실, 스페셜 컬렉션 등 중요 시설들을 둘러보며 뉴베리 도서관의 역사와 시설, 서비스 등 두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려 130여 년부터 공공도서관과는 목적과 기능을 달리 하는 리서치 도서관을 구상하였다는 것 자체도 신기했지만, 도서관이 세워졌을 당시 시카고를 동부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문의 중심지로 부상시키겠다는 목적과 비전을 잊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초기 뉴베리 도서관의 컬렉션은 뉴베리 씨가 생전에 수집하였던 자료들만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점차 더 많은 시민들의 기부와 자료 기증으로 컬렉션을 확장해나갔고, 도서관 측에서도 활발하게 장서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고서 약 150만 권, 고지도 약 50만 점, 족보 약 17,000권 뿐만 아니라 각종 일기, 편지, 인구 조사 통계 자료, 팸플릿, 악보 등을 갖추며 그야말로 도시의 소중한 공동 유산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컬렉션이 포괄하는 주제도 아메리카 원주민 연구, 미국의 역사와 문화, 시카고와 중서부의 역사, 프랑스 혁명, 멕시코 혁명,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역사, 미 중서부의 문학사, 시카고 르네상스, 족보학과 지방사, 출판의 역사, 음악의 역사와 이론, 무용의 역사 등 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씩 관심을 갖고 둘러볼 수 있을만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소장자료의 가치를 고려하면 뉴베리 도서관이 폐가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디지털 뉴베리(Digital Newberry)라는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누구나 디지털화된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약 100만 건이 넘는 디지털 자료들을 서비스하는 이 시스템은 키워드 검색, 랜덤 탐색, 컬렉션별 검색이 가능하며 핵심 컬렉션들에 대해 리서치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이 폐가식으로 운영되는 이유가 이용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처럼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원본의 훼손 부담이 적어지면서 특히 뉴베리 도서관처럼 희귀한 1차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 2018년 2월 뉴베리 도서관의 오픈 액세스 정책이 보다 개방적으로 개정되면서 디지털 뉴베리 시스템의 많은 자료들도 수수료나 허가 과정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직접 연구 센터들을 운영하며 도서관 컬렉션을 이용한 연구를 진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뉴베리 도서관이 세계의 많은 유수한 도서관처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무려 1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시의 중심부를 지키며 기여한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뉴베리 도서관이 일리노이주를 대표하는 리서치 도서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립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더욱 많은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문화기관은 어디에나 흔히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오늘도 도시가 간직해 온 역사를 보존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Newberry Library Tour 사진

Cataloging

이번 달은 WCJK 자료뿐만 아니라 Regular, ebook 카탈로깅도 같이 진행하였습니다. ebook은 고정 필드의 Form이나 콜넘버 등에서 인쇄본을 카탈로깅 할 때와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인턴십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카탈로깅한 내역들을 정리해본 결과 약 350권의 책을 카탈로깅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카탈로깅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책에 있는 정보를 그대로 시스템에 옮겨주기만 하면 되는 작업인 줄 알았는데 도서의 주제와 형태가 다양한 만큼 각 도서에 적용하는 규칙이나 필드도 상이하여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제 코드 같은 부분은 사서의 주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필드이기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했습니다. 하지만 10개월 동안 카탈로깅을 하면서 도서에 반영된 정보의 구조 등 도서 목록작업을 직접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혹은 기관마다 도서나 기록물을 관리하는 목록 시스템과 규칙은 다르지만 인턴십을 하면서 쌓은 기본기가 이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ource Research

이번 달에는 20세기 초 멕시코 한인 이민을 다룬 단행본, 논문, 기사 등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였습니다. 12월 초에는 시카고대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인 LUNA에 업로드된 한국 근대엽서를 보고 문의를 주신 노스웨스턴대 선생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담당 사서 선생님의 제안으로 저도 미팅에 참가하여 상담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사서로서 이용자를 대할 때는 자료의 생산연도 등 기본적인 정보와 더불어 자료가 다루는 내용과 수집 경로 등 자료에 대한 다방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Farewell Gathering

인턴십과 시카고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0개월간 이곳에서 인연을 맺었던 분들과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낯선 타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담당 사서 선생님을 비롯하여 시카고대 동아시아도서관 동료들, 각종 모임을 통해 만난 친구들, 미국 각지에서 저처럼 KF 도서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 외 여러 지인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특히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부족한 점보다는 장점을 봐주시면서 따뜻하게 지도해주신 사서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턴십에 처음 지원했을 때는 미국의 선진 도서관 문화와 시스템을 배우겠다는 목표뿐이었는데 이외에도 훨씬 더 소중한 가치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 모든 값진 경험들을 가능하게 해준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받은 것들을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Farewell Gathering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