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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박물관] 영국 영국박물관 제다빈 3개월차

  • 등록일 2023.08.29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제다빈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영국 영국박물관
프로그램 기간 2023년 5월 ~ 2023년 11월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3개월차
내용
영국 박물관 인턴 3개월차 근무 내용 보고드립니다.


지난 7월의 큰 프로젝트는 2주에 걸친 한국실 갤러리 유물 교체였습니다. 5월부터 근무하면서 큐레이터 선생님께서 로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참여하였는데 많은 노력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이번 기회는 컬렉션을 관장하는 큐레이터의 핵심 역할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큐레이터 선생님께서는 갤러리의 지휘자와 같이 관람객에게 좋은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컬렉션 팀과 끊임없이 세부 디테일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놋그릇을 전시할 때는 어떠한 조합이 가장 재미있을지 고민하시고, 한국의 장기판을 배치할 때는 어떠한 장기 위치가 흥미로울지 고심하셨습니다. 컬렉션 팀이 유물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깊었습니다. 모든 유물은 철저한 컨디션 체크를 거친 이후에 주의를 기울여 이동되었습니다. 큐레이터 선생님의 의도가 실행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준비하고 필요한 장비들을 동원하여 협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옆에서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일을 돕고 또 갤러리 청소도 하면서 한국실에 대한 애정이 한층 커졌습니다. 설치를 모두 마치고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해 일부러 한국실에 가서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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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박물관 써머 파티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박물관의 모든 스태프들이 에너제틱한 음악과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름밤을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박물관의 Great Court를 둘러싼 노란 조명 아래에서 박물관의 동료들과 리듬을 타고 춤을 추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같이 사진도 찍고 게임을 즐기고 세심하게 준비된 핑거푸드도 먹을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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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로테이션이 마친 시점에서는 한국 컬렉션 회화 총 조사가 있었습니다. 박물관에 근무하더라도 스토리지에서 유물을 볼 수 있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팀을 따라다니며 한국 회화를 직접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저는 같이 다니며 업데이트가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후에는 한국 회화 컬렉션 데이터를 활용하기 편하게 정리하는 업무를 하였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한 점 한 점 조사하며 사진을 확인하고 컬렉션 전반을 파악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문서 검토를 요청받을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꼼꼼히 검수보며 수정이나 건의 사항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보기도 했습니다. 문서를 읽으며 박물관에서 일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알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7월에도 다양한 곳을 방문하며 식견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먼저 런던 홀란드 파크 서클에 위치한 레이턴 하우스를 가 보았습니다. 프레드릭 레이턴 경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격한 사랑이나 이별의 감정이 그림을 타고 흘러내릴 듯한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알게 된 사실은 19세기 영국 예술 서클에서 화가가 자신의 집을 신경 써서 꾸미는게 중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화가의 인터뷰가 필요할 경우 화가가 기자를 집에 직접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매년 살롱전에 출품하기 전 프리뷰를 위해 일반인들을 불러들여 집을 구경시키고 작품을 감상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가의 집이 공적인 공간이었다보니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개성있는 예술적 감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아주 신경써서 호화롭게 집을 장식하였습니다. 특히 레이턴과 같이 영국 왕립미술원장을 역임한 사람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집 내부에 이슬람 궁전과 같은 Arab hall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공연장도 있었습니다. 레이턴 하우스는 최근에 새 단장을 하여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 벽면에 아랍계 현대 작가의 대규모 벽화 커미션이 있었는데 그 의미를 알고 보니 참 멋있었습니다. 지하에는 19세기 런던의 예술 풍경을 상상할 수 있는 쾌적한 전시장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년 아트펀드의 올해의 박물관 상 후보에 지명된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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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er of London의 Crown Jewel 전시도 보았습니다. 이 전시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관람의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얼리의 영롱함을 최대로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내에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또 다이아몬드가 인도 혹은 아프리카에서 어떠한 경로를 거쳐 영국 왕실 소유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자료 화면도 인상깊었습니다. 전시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역사상 가장 큰 다이아몬드인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부착된 군주의 셉터와 왕관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앞다투어 보려고 혼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갤러리 케이스 앞 뒤로 수평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서 누구나 같은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영국 왕실의 화려함과 위엄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관람객에게 최적의 관람 환경을 어떻게 기획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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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고의 버렐 컬렉션도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올해 영국의 아트펀드 박물관 최고상을 받은 공간이라 시간을 내서 보러 갔습니다. 이 박물관은 버렐이라는 인물의 개인 컬렉션을 보여줍니다. 특정 시기나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규모로 수집한 컬렉션이라 전시의 방향을 어떻게 구성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컬렉션은 일반 국립 박물관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한 주제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특정 역사나 기술에 초점이 있다기보다 ‘시간의 흐름’, ‘동물과 인간의 관계’, ‘색깔’, ‘죽음 이후의 세계’ 등 다양한 문화의 소장품을 포괄할 수 있는 주제로 갤러리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이 예술을 통해 삶에 필요한 질문과 해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박물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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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를 함께 쓰는 동료와도 이제는 편하게 식사하거나 함께 주말을 보내기도 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로열 알버트 홀에 프롬스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또 런던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도 식사를 함께 하거나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제 상사인 큐레이터 선생님과도 인턴 기간의 절반을 함께하며 합을 잘 맞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와 자유로운 배움으로 행복한 런던 생활입니다. 앞으로 남은 절반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지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