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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WWICS-1기] 채리아 : 두번째 이야기

  • 등록일 2011.10.10

 
이번 달 말에 윌슨센터 North Korea International Documentation Project에 oral history conference가 있습니다.  한국학과 관련된 윌슨센터의 연례행사 중 규모나 중요성 면에서 가장 큰 행사로, 올해 세번째로 열립니다. Oral history conference에서는 윌슨센터가 현대사 시간대 중 3~4년을 지정하여 그 기간에 관하여 집중 토론을 합니다. 이를 위하여 사전에 해당 기간에 있었던 사건과 주요변화에 대한 가능한 모든 문서?한국, 소련, 동유럽, 미국 전보, 정책문서, 대통령 메모 등?를 수집해서, 그 중 200~300개 정도의 가장 중요하다고 파악되는 문서를 골라 패널로 선택된 학자들에게 그것을 미리 보내는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행사 기간에는 당시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들?외교관, 정책결정자, 외무부인사 등?을 초대하여 학자들의 관심방향에 맞추어 토론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연구자가 사건에 대한 보도나 책, 그 사건에 관한 문서를 아무리 섭렵한다 하여도 명쾌하게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어떻게 내린 결정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상황, 사건, 변화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는 한편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는데 유용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윌슨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James Person씨와 인턴이 이미 문서 수집과 선정을 다 마쳤고 문서들이 번역단계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지금 conference를 4주 앞두고 제가 하는 작업은 문서들의 번역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의 로마자 표기가 나라마다 엇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또 각 conference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그 전 해에 있었던 conference의 토론 발언록과 중요 문서를 담는 자료집이 출판되는데, 이것과 관련하여 발언록 감수, 색인 만들기, 최종 검토 등의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색인을 완성했고 이제 최종검토만 남은 상태입니다.

올해 conference를 위한 문서자료집과 작년 conference의 자료집 등 동시에 2가지의 작업을 하다보니 2주일이 정신없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oral history conference때문이므로 보람된 시간입니다. 막상 몸이 피곤하고 바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문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1970년대 초?중기의 한국의 정치적 변동과 남북한 관계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oral conference에서 토론되는 시기가 마침 각각1970~1973년과 1973~1976년입니다. 작년의 토론은 주로 적십자 회담, 남북대화, 유엔가입과 관련된 갈등, 공동선명, 유신, 김대중 남치사건, 남북한 경제발전 등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고, 올해는 정십자회담과 남북대화의 중지, 도끼살인사건, 북방한계선, 한국의 핵개발프로그램, 1975년 김일성의 중국방문 등에 대해 살펴볼 계획입니다.



Conference의 자료를 읽으면서 제가 주로 살펴보고 있는 부분은 한국, 북한, 중국, 미국, 소련이 남북대화에 어떤 태도를 취했으며 어떤 해석틀을 가지고 바라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주 북한 동유럽 국가 대사관 직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전보에 드러나는 북한의 행동과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평가가 아주 흥미로웠고, 작년 conference의 발언록은 미국과 한국의 생각이 어땠는지 여러 각도에서 같은 문제를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Conference준비 이외에 지난 2주 동안 2개의 행사에 참석하고 미국의회도서관 orientation에 다녀왔습니다. 9월 21일 중국 문화부 장관이 윌슨센터에서 1시간 동안 연설을 했는데 매우 공식적인 내용이라 연설자체보다는 그 후 작은 reception에서 그분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기자, 중국대사관 관계자뿐 아니라 저와 같이 그분과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사람이 매우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려서야 겨우 5분 정도 통역사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지만, 저의 관심사인 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중국이 문화적 정책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솔직한 답변을 얻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른 행사는 일본평화헌법에 대한 세미나였습니다. 패널로 있었던 학자들이 헌법, 정치, 역사 분야에서 굉장히 저명한 학자분들인데 의외로 참석한 청중이 많지 않아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생각하는 문제이지만 제가 동아시아국제관계 강의를 할 때면 일본의 평화헌법이 일본의 “정상화”를 실제로 막고 있는가 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항상 논쟁이 벌어집니다. 세미나를 통해 일본 헌법에 역사적 배경과 규범적 성격에 대한 여러 방향의 조명들이 유익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강의 때 새로운 각도에서 일본 헌법 문제를 접근해 볼 생각입니다. 세미나에 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토론자들이 대부분 일본 내부 요소와 미국과의 관계라는 틀 안에서 평화헌법을 분석한 나머지,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한국, 북한, 중국, 대만 등?과의 관계 속에서 평화헌법의 역할 및 헌법 개정이 갖는 지역안보 측면의 파급력 문제가 문제틀에 잘 포착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회도서관 orientation또한 언급을 거를 수 없을 만큼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9월 초에 프로그램 담당자와 의회도서관 Asian Reading Room에 가서 한국 사서와 인사하고 한국관련 자료에 대한 소개를 받았지만 이번 orientation은 소속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윌슨센터에 새로 들어온 연구자를 위한 의회도서관 전체 소개였습니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도서관의 인문학?사회학 부서 대표자가 나와 의회도서관에 대해 소개하고 resources에 관해 설명하였습니다. 미국의회도서관이 세계에서,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그 의미와 규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의회도서관에 메일 들어오는 책, 문서 등의 건수가 20,000개에 달하는데, 분류팀이 그 모든 책을 평가하고 반 정도만 보관하도록 결정한답니다. 의회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 건수가 총 1억5천만건이 넘는데 그 중 책이 3천5만 권이고 나머지는 필름, 지도, 악보, 녹음 등입니다. 건물 자체도 19세기 말에 지어진 것으로 대리석, 그림으로 장식돼 있어서 박물관에 온 느낌입니다. 실제로도 박물관이죠. 북아메리카에서 희귀한 책이 가장 많은 곳이며 세계에 3개밖에 없는 구텐베르크 성서 양피지 완전본 중 하나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도 도서관의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