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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하버드-옌칭도서관 1기] 이기영: 둘째달

  • 등록일 2014.12.08

안녕하세요? 옌칭 도서관에서 근무한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요. 두 번째 수기는 첫 번째 수기의 연속선 상에서 글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수기 http://www.kf.or.kr/?menuno=298)


1. 업무 내용
11월에는 수 백권에 달했던 발굴 조사 보고서 목록 업무를 마치고, 주로 Copy Cataloging 과 문학/역사책 관련 목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Copy Cataloging (줄여서 CC)이란, 목록 하고자 하는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이미 목록 작업을 마친 경우, 그 목록을 약간만 수정해서 하버드 도서관 시스템으로 들여오는 것을 말합니다. 발굴 조사 보고서 같은 경우에는 직접 목록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한 책을 끝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요. CC의 경우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여러 권의 책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도서관들이 책을 어떻게 목록 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점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AACR2 rule (RDA rule 을 도입하기 전의 규칙)을 목록에 적용했느냐, RDA rule을 목록에 적용했느냐에 따라 비슷한 책에서도 목록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점들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목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만 특정 필드를 하버드 체계에 맞게 수정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이 처음에는 어려웠고, 매크로를 돌리는 것과 같은 컴퓨터상 작업도 익숙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문학/역사책의 경우 옌칭 도서관 한국 파트에서 중요시 여길 뿐 아니라, 신속하게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간주되는 장르들입니다. 두 장르 모두 LCC, 즉 분류 번호를 부여하는 일이 다른 장르의 책들에 비해 간단하고 특히 문학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Subject Heading 부여, 즉 주제 부여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비교적 쉽게 목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에 주제 부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문학은 이미 장르에 따라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주제가 아닌 장르별로 검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그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같은)이 문학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경우, 이 그림을 주제명으로 입력해 줌으로써 해당 문학 작품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LCC
지난 수기에서 제가 MARC21, RDA, LCC, 로마니제이션, Subject Heading 과 같은 것들을 언급했었고 앞으로의 수기에서도 관련해서 글을 쓰겠다고 했었는데요. 사실 LCC나 Subject Heading의 경우, 굉장히 포괄적인 범위를 다루고 있고 카탈로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기에서는 LCC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쓰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전공 수업을 듣거나, 도서관을 이용할 때에는 DDC로 된 자료 분류 체계를 배우고, 접해왔기 때문에 처음에 옌칭에서 LCC로 자료에 분류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자료에 직접 번호를 부여하는 일은 제 능력 밖이지만, 다행히 LC Classification web 이라는 사이트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제한된 이용자들만 접근이 가능한 사이트로, 저는 상위의 두 메뉴 Browse LC Classification Schedules, Search LCC Classification 을 통해 LCC의 전체적인 체계를 살펴보거나, 키워드 검색을 해서 LCC 분류 번호를 찾아보는 등 많은 기능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LCC와 DDC의 차이점은, LCC가 DDC에 비해 번호를 합성하는 방식이나, 전체적인 계층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LCC의 경우 일반적으로 DDC보다 분류 번호를 보다 상세하게 전개할 수 있습니다. 첨부한 화면은 한 예시인데, 한국전쟁에 대해 LCC가 얼마만큼 세분화하여 분류 번호를 전개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화면 맨 위 LC Class # 옆 칸에 한국 전쟁과 관련된 분류 번호를 입력하였더니, 입력한 분류 번호뿐 아니라 그 주변 분류 번호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검색 화면으로 뜬 모습인데요. 왼쪽에 일렬로 나열되어 있는 것들이 LCC 분류 번호이고, 오른쪽이 한국전쟁과 관련된 주제들입니다. Museums,exhibitions,etc/Biography/Foreign participation/Naval operations/Aerial operations/Other topics A-Z 등의 주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Other topics, A-Z 의 경우 파란색 밑줄로 클릭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한 번 더 클릭했더니, Boy Scouts/Child Soldiers & Juvenile participation/ Destruction and pillage/Guerrillas/photography 등 보다 상세한 topics 이 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많은 이용자들은 분류 번호보다는 주제로 자료를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LCC 번호를 정확하게 부여하는 일 보다는 Subject Heading을 정확하게 부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도서관이 부여하는 특정 자료에 대한 분류 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 새로운 자료가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그 분류 번호만 끊임없이 검색할 수 있으므로 분류 번호를 부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3.
마지막으로 11월에 옌칭의 카탈로깅 부서에서 일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과, 감명 깊게 들었던 정보들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모두 목록 사서의 역할과 관련된 내용들인데요. 첫째는 사진 연감을 목록 하던 와중, 연감을 발행한 곳이 명확하지 않아 책에 기재돼 있던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드렸던 일입니다. 책에 쓰여져 있는 그대로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었지만, 연감이다 보니 이전에 출판된 책들과도 비교하면서 책에 쓰여져 있는 출판사가 책의 발행에 있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한 건지, 혹시 출판사명이 바뀐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파악 후 목록 작업을 완료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해당 출판사에서 상세하게 답변이 와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목록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목록 사서는 목록을 정확하게 입력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이는 이용자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책을 만든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함을 느꼈습니다
또한 옌칭 도서관의 경우, 문학 작품을 목록할 때 필드에 작가의 국적을 입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한 작가 A가 글을 쓴 경우, 043 이라는 필드에 a-ko (대한민국을 의미함) 라고 입력해주는 식입니다. 이는 작가가 남한 출신인지, 북한 출신인지, 혹은 탈북 작가인지 (이 경우에는 대한민국이라고 표시) 목록에 표시해줌으로써 작가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통일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자료를 국적별로 미리 분류해 놓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목록 사서는 연구자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앞서 대신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배웠는데, 이 사례를 통하여 그 역할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표제가 한자로 되어 있을 경우 도서관에서 어떠한 식으로 입력하고 있는지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한자를 Chinese characters 라고 표현할 경우, 중국의 문자와 혼동되므로 옌칭에서는 한국의 자료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Chinese characters 대신 Korean(Hanmun) 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도 이용자들이 혼동되지 않게끔,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목록 사서의 역할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1월 말에 뉴욕과 하버드 근처의 몇몇 도서관 탐방을 다녀왔는데요. 이에 대한 내용은 12월 달 이어지는 수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