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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한국어교육] 독일 튀빙엔대 김혜민 1개월차

  • 등록일 2016.05.11


KF 글로벌 챌린저 한국어교육 인턴십 월간활동보고서(2016.4.)



기관명: 독일 튀빙겐대학교
이름: 김혜민



안녕하세요? 독일 튀빙겐대학교에 파견된 한국어교육 인턴 김혜민입니다. 4월 한 달 동안 수행한 업무 내용 및 생활 전반에 대하여 첫 번째 보고를 드립니다. (*‘Tübingen’의 독일어 발음은 ‘튀빙겐’에 가깝지만, 표준국어대사전 표기에 따라 ‘튀빙겐’으로 쓰겠습니다.)


1. 업무

제가 근무하고 있는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의 한국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한국학 수업과 한국어 수업을 고루 수강하면서 한국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한국어 능력을 통합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두 분의 선생님과 함께 한국어 수업 파트를 담당하여 학생들의 어학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학과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은 3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Basis(문법), Tutorium(읽기·쓰기), Aktiv(말하기·듣기) 수업을 수강합니다. 이 기간 동안 1·2급 과정에 포함되는 모든 내용을 배우고, 3학기가 끝난 후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갑니다. 이곳 한국학과의 어학 담당 선생님들께서는 한국에 도착한 학생들이 적어도 3급 과정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고 성실해서 어학 과정을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2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Tutorium 수업(주당 4시간)과 Aktiv 수업(주당 4시간)을 맡았습니다.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를 주 교재로 사용하며, 교재와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는 PPT와 각종 수업 자료가 많이 마련되어 있어 어려움 없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자료를 수동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학 담당 선생님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기존 자료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자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분 선생님들께 다양한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학기에 맡은 또 하나의 과목은 한자 수업(주당 2시간)입니다.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의무적으로 한자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제가 맡은 반은 한국학을 부전공하고 있는 4학기 학생들을 위한 반입니다.
다만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는 2학기 학생 중 한자 수업을 미리 듣고 싶은 학생들도 함께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한국어 학습에 필요한 기초 한자 171자와, 이 기초 한자들로 이루어진 한자어들을 다룹니다. 이를 위해 서울대와 연세대 교재를 중심으로 매주 연습지와 숙제, PPT를 제작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자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이전에 한자를 접해본 경험이 없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한자를 익히고 있습니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서 한자를 쓰는 학생들을 보면 저 자신이 더욱 자극을 받게 됩니다.
수업 외의 정기적인 일정으로는 회의가 있습니다. 화요일에는 어학 담당 교원 회의, 수요일에는 학과 전체 회의에 참여하여 어학 과정 및 학과 전반에 대한 일을 논의합니다.
4월의 특별한 일정으로는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보조 및 참관과 사진 전시회 준비가 있었습니다. 독일 내에서 TOPIK이 치러지는 도시는 총 다섯 곳인데, 그중 튀빙겐은 독일 남부에서 TOPIK이 치러지는 유일한 도시입니다. 이에 2016년 4월 16일(토)에 있었던 제46회 TOPIK 관련 업무를 보조하고 시험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의 분위기를 익히고 TOPIK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업무인 사진 전시회 준비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전시회는 일회적이고 표면적인 문화 행사를 지양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의미 있는 문화적 경험을 재생산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올해 처음 신설되었습니다. 한국학과 학생들은 누구나 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에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진 한장을 출품할 수 있습니다. 출품된 사진들은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한국학과 건물에 전시됩니다. 그리고 전시 기간 동안 투표를 통해 우수작을 선별하여 6월 8일에 시상합니다. 석사 과정 동안 저의 주요 관심사가 문화 교육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학과에서 제게 이 업무를 맡겨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회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보고서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생활

저는 지난 3월 22일에 입국하여 private apartment에서 살고 있습니다. 원래 학교 게스트하우스에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게스트하우스에 자리가 없어 몇 달 동안 비는 집에 zwischen으로 들어갔습니다. 10월부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살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과 비서님이신 Nina Berger 선생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비서님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집을 구했지만, 이후에 튀빙겐에 오실 선생님께서는 집을 빨리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시가 크지 않고 학생들이 많아 집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입국 직후 Welcome center에서 학교생활에 관한 안내를 받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서류와 여권. 집 계약서, 초청장을 가지고 Bürgeramt에서 전입신고(Anmeldung)을 했고, Deutsche Bank에서 계좌도 개설했습니다. 지금은 5월에 비자를 신청하러 오라는 안내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보고서나 다다음 보고서를 쓸 때쯤이면 비자를 받은 상태일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비자를 받지 않고 독일에 입국해서 비자 발급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한국에서 비자를 받는 것보다 이편이 더 수월하고 간편한 것 같습니다.
계속 서울에서 살다가 튀빙겐에 와서 가장 적응이 안 됐던 것은 도시 전체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집에도 와이파이가 없고 설치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학교에서만 eduroam으로 인터넷을 쓰고 있습니다. 제 후임 선생님께서도 아마 인터넷 문제를 겪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인터넷이 매우 빠르고, 튀빙겐 자체가 대학 도시라 대학교 이메일 계정을 받기만 하면 도시 곳곳에서 eduroam 와이파이를 쓸 수 있어 불편함이 크지는 않습니다. 초고속 와이파이가 넘쳐나던 대도시를 벗어나니 오히려 생활의 여유가 좀 더 생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며 후임 선생님께 권장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 독일어 공부를 해오시라는 것입니다. 물론 독일인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하다면 행정적인 업무를 하거나 생활을 하는 데 아주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그러나 각종 문서나 안내가 대부분 독일어로 되어 있고, 당연히 생활 전반이 독일어로 돌아가므로 독일어를 모른다면 자꾸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A2~B1 정도까지 독일어 공부를 하고 왔는데, 좀 더 독일어 공부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에 도착하셔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실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어느 정도 기초를 닦으신 후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언어 교환 파트와 함께 일 주일에 두 번씩 독일어 회화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곳 튀빙겐은 괴테, 헤겔, 헤세, 횔덜린, 케플러 등 유명한 학자와 문인들이 거쳐 간 유서 깊은 도시이며, 오랜 시간 축적된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에는 헤르만 헤세가 젊은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서점도 아직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친절하고 열의 넘치는 선생님들과 착하고 성실한 학생들과 함께 11개월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5월도 힘차게 보내고 다음 보고서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