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활동 게시판

[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최수경 3개월차

  • 등록일 2020.07.07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최수경
인턴십 분류 박물관 인턴십
파견기관 미국 스미소니언 프리어-새클러 갤러리
파견기간 2020년 1월~ 2020년 7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3개월차
내용
어느 덧 인턴십 기간 중 절반이 지나 3개월 차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재택근무를 시작한지도 한 달이 지났으니 저는 근무 기간 중 삼분의 일을 집에서 보낸 셈입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방침과 실상은 그리 이상적인 편은 아니며 전망 역시 밝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스미소니언의 여러 박물관들은 2주 전까지만해도 6월 1일 재개관을 예상했었으나 현재는 개관 날짜를 잠정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은 절반의 인턴십 기간 역시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 많은 조직의 근무 형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현 시점에 집중하게 되는 업무의 성격 역시 달라진 듯합니다. 박물관의 경우, 관람객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아트 페어를 진행하거나 영상으로서 전시를 선보이는 등 전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들이 여러 대안적인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프리어-새클러 갤러리 역시 Zoom을 이용한 전 직원 회의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박물관의 여러 가지 업무 중 핵심적인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두 명의 수퍼바이저와 함께 전시 개편을 위한 소장 유물 조사, 그리고 전시 연계 심포지엄 자료의 출간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두 업무 모두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료 접근 및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불편함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번 달에는 더 큰 진전이 있었던 소장품 조사와 관련된 업무들에 대해 간단히 보고하고자 합니다. 프리어 갤러리 한국실(Gallery 14)은 내년에 전시 개편이 예정되어 있으며 저는 이와 관련해서 새로운 주제와 교체 유물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리어 갤러리 한국실에 전시된 유물은 주로 도자류가 많습니다. 전시 유물들을 관통하는 주제 또한 근대기 컬렉터들의 시각에서 재발견한 한국 도자의(특히 고려 청자가 많습니다.) 미학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어 갤러리를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미국 박물관의 한국미술 소장품들 중에는 도자류가 특히 많고 이에 따라 한국실이 있는 경우에는 주요 유물이나 주제가 도자와 관련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프리어 갤러리의 이번 전시 개편은 도자 이외에 한국 미술의 다양한 측면을 선보이기 위해 주제와 유물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매주 수퍼바이저와의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현재는 케이스 별로 전시할 유물을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한국실 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인 근대기 컬렉션 형성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프리어 갤러리의 설립자인 찰스 랭 프리어 (Charles Lang Freer)가 20세기 초반 아시아 미술을 주로 구입했던 야마나카 사(Yamanaka Co)에서 발행한 영수증, 프리어와 야마나카 사에서 주고 받은 서한, 프리어 개인의 노트 등 미술품 수집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박물관 아카이브에 남아 있어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프리어 새클러 아카이브에는 박물관 컬렉션 형성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온라인으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https://asia.si.edu/research/archives/)
이외에도 TMS 라고 하는 박물관 소장 유물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개별 유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내 박물관들은 대부분 이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사용합니다. 박물관에는 TMS 시스템을 전담하여 관리하는 직원 분이 계시며 정기적인 트레이닝 세션이 있어 시스템 활용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TMS에서 유물을 검색하는 방식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으므로 교육을 받고 나서도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개별 유물에 대한 정보의 유형 또한 다양하며, 각각의 정보를 출력하는 방식 역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Hierarchy Mode’를 설정하면 각 유물과 관련된 정보들의 카테고리를 먼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라벨 정보, 관련 인물(e.g 기증자), 관련 전시, 관련 출판물 등 일종의 디렉토리 역할을 하여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모드입니다. 이외에도 ‘Curatorial Notes’를 보면 유물에 대한 학예사들의 주요 조사 내용들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라벨 내용 이외에 많은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카이브 자료와 TMS를 이용해 얻은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개인 리서치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 리서치는 프리어 갤러리 소장의 고려 석관을 주제로 그 묘지명을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프리어 소장의 고려 석관과 유사한 형태의 석관은 현재 60점 정도가 전하며 대부분이 고려 관인 계층의 묘제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길이가 100 cm를 넘지 않아 화장한 유해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묘지명의 정보를 통해 피장자 및 고려시대의 장례문화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물입니다. 연구에 대한 진행 사항은 차후의 보고에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프리어 갤러리 소장 고려석관
프리어 갤러리 소장 고려석관

마지막으로 제가 살고 있는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보들을 조금 더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Dupont Circle 근처에 살고 있고 Dupont Circle의 서북쪽을 따라서 난 Massachusetts 거리에는 각종 문화원과 대사관이 많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각 대사관 마다 건물의 특징이 다 다르고 국가 별 유명 인사를 동상으로 제작한 경우도 있어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각 대사관 주최로 많은 문화 행사가 개최되기도 하며 대부분은 참석여부를 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참가할 수 있습니다. DC 소재 대사관의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는 페이스북 홈페이지를(https://www.facebook.com/DcEmbassyEvents/) 통해 쉽게 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상황이 좋아진 뒤에도 기회가 있다면 이와 같은 행사에 더 많이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제가 사는 집은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평소에는 갤러리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First Friday Dupont’이라는 행사가 있어 Dupont Circle의 갤러리들에서 일종의 파티를 열어 다과를 준비하고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거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곤 합니다. (http://www.firstfridaydupont.org/) 제가 살고 있는 집 역시 그 중 하나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셧다운 직전에 저도 이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회의 정상적 운영이 재개되어 다시금 또 다른 참여의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많은 자료를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