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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쥬 드 프랑스 한국학 연구 도서관] 김근영 4개월차

  • 등록일 2015.04.24

[콜레주 드 프랑스 I.E.C 1기] 김근영 : 넷째 달

   안녕하세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사개월 차 인턴생활을 보내고 잘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가져온 소식은 카탈로깅을 위해서 도서관에서 실시한 연수에 참여했던 경험과, 동양학 연구소와 협력관계인 Société Asiatique 도서관을 방문했던 이야기, KF 사무소 소장님의 방문입니다.


1. Formation ‘autorité’

   2월에 중앙도서관에서 autorité와 관련한 연수를 공지했습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는 카탈로깅을 해야 하는 도서들이 이미 많이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효율성을 위해 autorité와 관련한 카탈로깅은 최소화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경험 삼아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조교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걱정을 좀 했었는데 다행히 실습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필드별로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유익했고 함께 참여한 사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공감도 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야기에 앞서, 이용자들은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Sudoc(www.sudoc.abes.fr)이라는 목록 검색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각 자료에 대한 카탈로그를 올리기 위해 사서들은 WiniB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카탈로그를 작성하면서 해당 자료에 대한 주제어를 줄 때 Idref(http://www.idref.fr)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는데요, 이 곳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주제어가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있습니다. 각 단어는 PPN이라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어서 카탈로깅 할 때 주제어 대신에 보통 이 PPN을 Marc에 입력합니다.
  대화의 시작은 카탈로깅 실습을 하다가 Idref에서 주제어를 가져오면서부터였습니다. 키워드 자체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해당도서의 주제어가 중국과 대만의 역사를 혼동해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중국 연구소의 사서분이, “이 키워드는 중국역사를 나타내기에 적합하지 않다. 키워드를 써야만 하지만 수정되야만 하는 정보를 쓰는 것이 꺼림직하다.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조선왕조를 키워드로 줄 때 Idref에 기록된 주제명은 Epoque des Li입니다 즉, ‘이씨왕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씨왕조’라는 말은 조선왕조를 격하시킨 말이기에 수정해서 쓰길 원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카탈로깅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을 외국인 사서로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이런 오류는 ‘바로 잡아야’하는데 라는 사명감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1] 카탈로깅을 위해 Idref에서 가져오는 고유번호
[2] Idref에 표기된 잘못된 조선왕조명 Epoque des Li(이씨 왕조)


2. Société Asiatique 견학
   Société Asiatique는 중∙근동을 비롯한 아시아 관련 자료들을 하나로 모아 놓은 도서관입니다. 오직 기증도서만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고서 및 헌책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도서 분류를 ‘크기’별로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10만 여권을 소장한 장서의 공간 문제나 자원봉사자가 몇 분 계시긴 하나 담당 선생님 단 한 분만 계신 이 곳의 상황을 염두했을 때, 청구기호를 통한 도서 이용에도 문제가 없기에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기별 분류라는 말을 듣고 ‘정말? 진짜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다시 한 번, 어떠한 분류방법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를 잘 찾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얘기하셨던 일본 연구소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이유는 I.E.C에 있는 고서의 포갑(包匣)-일종의 책 덮개)를 만들려고 하는 데 그 것에 관한 조언을 얻고자 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크기만 재어 만들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가서 보니 그 덮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책의 사방을 잘 눌러서 1mm의 여유를 가지고 측정하는 것은 요령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책의 사방을 눌러서 크기를 잴 때마다 오차가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을 세게 눌러 측정한 치수로 포갑을 만들면 책에 부담이 가고 반대로 1mm라도 더 느슨하면 헐거워 책이 빠져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하기 전에는 막연히 책의 물리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사소하게 보였는데 몇 센치, 몇 밀리미터를 재는 것조차 도서관에서는 실무임을 느낍니다. 사서업무가 정적이고 단순하게만 보여서 진로를 두고 잘 고민해보고자 마음 먹고 시작했던 인턴생활인데 일을 할수록 학교에서 배운 문헌정보학이 사유의 학문이라기보다 기술적인 것도 요하는 실용학문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불어 Société Asiatique의 선생님께서 100년 이상의 고서들을 보면 낡았어도 지금까지 보존되는 데에는 종이의 질이 결정적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한지에 한자로 쓰여진, 우리 머릿속의 전형적인 이미지의 고서들을 여기에서 봐도 훼손의 이유가 종이의 변질되기보다 찢어짐 같은 부분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갑자기 ‘요즘처럼 인쇄물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도서의 외형이나 컨텐츠가 책의 수명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전자자료로 인쇄자료가 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100년 이상의 시간을 내다보며 책을 만드는 사람이 이 시대에도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인턴활동을 하면서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대신에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들이 뜻밖의 화두를 던질 때 느끼는 이 새로움! 경험이 사람을 자라게 한다는 말은 이때를 위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오래된 자료, 희소성에서 오는 고서의 매력을 발견했던 도서관 방문이었습니다.


3. 그 밖의 생활
   KF에서 보내온 책을 볼 때마다 조교 선생님이 이따금 ‘근영이 친정에서 보낸 책이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합니다. ‘친정은 과연 나의 존재를 아는가???’
   KF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도 근무지는 머나먼 땅이고 함께 일하는 분들도 재단에 계신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KF에 대해 멀고 조금은 어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초에 독일 사무소 소장님께서 프랑스 출장 차 저희 도서관에 오셔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만남만으로도 격려가 되고, 뭔가 근무지에서 저의 정체성(?)을 되짚는거 같아서 편안했습니다. 또 다음날에는 KF에서 참가한 언어박람회가 열려서 가보았는데 한글이나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와 작은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소개된 우리문화에 무척이나 진지하고 신기해하던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저까지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도서관 바깥의 시간은 그냥 저의 비공식적인 일상생활이라 이런 행사에 선뜻 참여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뜻밖에 먼 곳에서 KF와 연결되어서 갖게 된 시간 덕분에 행복했던 2월이었습니다.
   이제 3월이면 예정된 인턴활동 기간의 절반입니다. 이 곳에서의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또 다시 계절이 바뀌는 다음 한 달을 많이 기대하고 있는데요, 한 달 후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