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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음악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위해 탄생한 다악
다악의 주체인 한국창작음악연구회(회장: 김정수 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는 왕실 또는 반가의 사랑채에서 연주되었던, 정아하고 단아한 우리 전통음악인 정악을 바탕으로 수제천의 재창조라는 화두를 가지고 지난 1982년 창단했다. 1982년 12월 1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제1회 창작곡 발표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00여 편의 창작곡을 발표했으며, 7권의 악보집 발간, 12개의 음반을 발표했다.
다악은 차 한 잔의 의미와 여유를 차와 음악 그리고 선차, 다무, 선무, 다화, 설치미술의 복합 장르 공연에 담아냄으로써 다양한 우리 전통문화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보여준 공연 작품이다. 다악은 전통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1998년 11월 1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첫 공연을 가진 후, 다악은 매년 기획 공연과 각종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호주 퀸스랜드 아트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갖기도 했다. 다악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아트마켓에 선정되면서 문경과 안동, 포항, 강릉 등 국내의 주요 거점을 순회하는 공연을 펼치면서부터였다. 다악은 2005년 10월 개최된 서울아트마켓 팸스 초이스(PAMS Choice)에 소개된 뒤 캐나다의 공연 기획사 라티튜드 45 아트 프로모션(Latitude 45 Arts Promotion) 대표인 바버라 스케일스(Barbara Scales)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에이전트를 보유해 해외에 진출하는 성공적 사례가 되었다. 이를 발판으로 2006년 6월 홍콩의 ISPA, 11월 캐나다의 CINARS로 진출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이__ 2007년 1월 18~19일에는 뉴욕에서 개최하는 APAP(미국 공연자협회 컨퍼런스)에서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2007년 3월 10~11일에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페스티벌(Auckland Festival)에 초청되었으며, 2008년 1월 30일에는 영국 런던 소재 한국문화원 개원식에 공식 초청되__ ‘다악 티 세리머니(Da'ak-Tea Ceremony)’를 선보임으로써 유럽의 각국 대사 및 언론기관, 정부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동안 다악에는 황병기, 이건용, 백병동, 김희조, 이성천, 박일훈, 김영동, 이종구, 박동욱, 정태봉, 이병욱, 길일섭, 김성경, 박인호, 황의종, 이준호, 백승우, 김정수, 이상규, 이해식 등 20여 명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이 참여해왔다. 다악은 공연뿐 아니라,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총 10장의 음반을 펴냈으며, 이 음반들에는 총 45곡이라는 이들 작곡가의 주옥같은 작품이 녹아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해준다. 다악은 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은 다악이 10년을 맞는 해다. 한국창작음악연구회 김정수 회장 (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은 단지 전통 창작 음악을 바탕으로 다례(Tea Ceremony) 및 한국 춤 등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수준으로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스토리가 있는 전막 음악극으로 다악이 다시 태어날 것을 주문했다. 드디어 2008년 10월 9일, 남산 한옥마을에서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대본 및 연출, 이태섭(용인대학교 연극학부 교수)의 세트 디자인으로 <다악-벗을 그리며>가 전막 작품으로 첫 공연을 함으로써 그 계획을 완성했다. 이 자리에는 케네디 센터 프로그램 매니저(Kennedy Center Program Manager)인 데이비드 김(David Kim) 등 2008 PAMS에 참관차 방한한 각국의 극장 및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함께 했으며, 차분하고 세련된 한국 전통문화를 완벽하게 보여준 다악의 아름다움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만들어낸 값진 결과
한국창작음악연구회의 2008년 북미 초청 공연은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로 성사되었다. 2005년 라티튜드 45 아트 프로모션과 해외 독점 배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로 3년 만의 결실이다. 해외의 에이전트가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전 세계의 극장과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작품을 직접 판매하는 형태는, 기존의 한국 작품들이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15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웨이스 공연예술센터(Weis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는 펜실베이니아 루이스버그의 버크넬 대학교(Bucknell University) 내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챔버 홀이었다. 1946년 설립된 버크넬 대학교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한 19세기 건축양식에서 차분하고 안정된 캠퍼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동양인은 물론이고 다른 유색인종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미국의 한복판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상징 음을 담아내고 우리 조상의 사랑방 정경을 표현한 전막작품 <다악-벗을 그리며>가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비록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가슴속을 파고드는 우리 전통 음의 울림에 60분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부분의 ‘접빈다례’는 다악만의 독특한 공연 형식으로 현지에서 2명의 손님을 무대로 초빙하여 차를 대접하고 담소를 나누며 함께 즐기는 순서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웨이스 공연예술센터를 건립하여 버크넬대학교 측에 기부한 부부가 초빙되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_濚莩摸__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그들은 팽주의 그림 솜씨와 차를 달이는 모습에 흠뻑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에게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말은 전혀 못하지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공연에 집중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왠지 가슴 한편이 시려왔다. 화려하고 멋진 극장에서 펼치는 공연보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불모지에서 이처럼 소박한 공연을 갖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창작음악연구회는 <다악-벗을 그리며>로 2009년 유럽 투어를 실시한다. 물론 이번 공연도 해외 에이전시인 라티튜드 45 아트 프로모션의 집요한 공략으로 성사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단지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을 상대로 워크숍 및 한국문화 알리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 지역에 이어 유럽에서 울려 퍼질 한국 창작 음악의 울림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