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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여성들, 안성남사당 머스마한테 꽂혔네

야외 행사와 문화예술 행사가 전무한 이란 사회에서 한국의 열린 전통 예술인 남사당 공연이 열렸다. 일찍이 남사당 공연에 관심을 가져온 주 이란 한국대사관 김종권 홍보관은 작년 9월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공연단 파견을 신청했고, 마침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행사 준비하게 되었다.



11월 6일 11시
첫 공연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벌어진 사물놀이 한 판에 이란인들은 공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줄타기의 멋진 묘기에 탄성과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통역과 함께한 재밌는 주고받는 이야기들 그리고 몇몇 안 되는 한인들의 “얼씨구” 하는 추임새와 박수_窈_. 줄 타는 어름산이(줄광대)가 직접 이란인들에게 “얼씨구”, “좋다”를 가르치며 공연은 풍물놀이로 이어졌다. 1300~1500여 명의 관객들 손에 든 카메라에서 연이어 셔터가 눌러진다.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상모, 손으로 악기를 치면서 발을 움직이며 펼치는 한국 전통 예술에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재미를 느끼고 있음이 그들의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연이 끝나자 이란인들은 같이 사진을 찍자며 공연자들에게 달려들었다. 단원들은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친절하게 자리를 같이해주었다. 그러나 계속 달려드는 인파들을 뒤로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날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랄레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11월 7일 11시
어제 공연으로 이란인들의 반응과 공연장 분위기는 이미 파악 완료. 휴일이기에 한인들도 대거 참석해서 한국말도 많이 들렸다. 하지만, 이번 중동 순회공연은 한인들을 위한 위문 공연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이 크기에 현지인을 위한 배려로 공연 진행__ 이란말로 진행했다.
공연장 의자 700개는 이미 꽉 찬 지 오래. 밖으로 사람들이 몇 겹으로 둘러싸고, 옆에 있는 찻길은 차들의 정체 현상이 심해졌다. 교통경찰들이 나서지만 찻길은 어느새 주차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게 다들 신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공연을 알리는 큐 사인과 함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시 어제처럼 신기함과 놀라움이 가득했고, 박수 소리는 유도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그렇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2시간가량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인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사물놀이, 줄타기, 풍물놀이, 버나놀이, 살판, 상모놀이, 무동놀이, 12발 상모놀이 등 숨 가쁘게 이어지는 남사당의 다양한 놀이에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공연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해외 공연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분위기가 한국에서 보다 더 좋다. 문화예술은 정치, 사회, 문화, 종교를 뛰어넘는 인간의 기본 욕구임에 틀림없다.
여자는 늘 히잡을 써야 하고 남의 부인을 거론해서는 안되며 여자들 사진을 찍어서도 안되는 많이 답답한 사회. 그런데 웬일인가? 공연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요구해온다. 그들 중 젊은 여자들도 많다. 이슬람 사회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가끔 조심스레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폐쇄적이고 답답한 사회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남사당 놀이를 통해 짧지만 강한 해방감을 주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피곤함을 뒤로하고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또 다른 사회를 기대하며 두 번의 몸수색을 거쳐 테헤란 공항을 빠져나왔다.

11월 11일 14:00
이란에서의 환호와 큰 박수 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첫 번째 공연은 실로 어려운 한판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도 그들 마음대로일 뿐만 아니라 공연 중간에 무작정 끼어들어 방송 인터뷰를 하는 등 일반 상식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공연 예절이 그들만의 문화라니….
오늘 공연은 일반 시민들이 많다는 야외 공원이다. 하지만 중동 국가의 휴일인 목•금요일은 아무래도 관객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비록 관객이 꽉 차진 않았지만 공연 시작 후 조금씩 모여드는 관객들 덕분에 공연장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마침내 풍물놀이, 상모놀이, 버나놀이로 이어지는 남사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리야드 시민들에게 동양의 신비스러운 문화를 전해줄 수 있었다는 만족감을 가득 안은 채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과연 그들은 남사당놀이 공연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많이 궁금해진다.



11월 13일 15:00
다시 이어진 사우디아라비아 공연. 앞선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계속 터지는 박수와 환호성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가장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 정도의 공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기쁨에 다___ 팍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 몰래 사진을 찍으며 나 역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히잡에 가린 채 눈만 보이는 모습 속에 담겨 있는 환한 미소가 그 어둠 속에서도 크게 보였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 오른 모든 단원…. 사우디아라비아 문화공보부에서는 그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크리스털로 만든 멋있는 감사패가 단원들에게 전해졌다. 갑자기 이곳에서 한 달 정도 공연하면 어떨까? 혼자 생각하며 웃었다.
공연 후 우리끼리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그것이 관객들에게 포즈를 취해주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았다. 몇몇 여학생들은 뛰어다니고 일부는 히잡을 벗기까지 했다. 아마 외국인이겠지. 공연장은 어느덧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다. 사진 찍고 악수하고 깔깔대며 좋아하고…. 아마 종교 경찰이 봤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방송국 카메라는 모든 걸 찍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 이런 난장과 자유가 펼쳐진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한다. 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한국대사관으로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공연장을 정리했다.
중동 사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문화원을 개관할 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는 정도에서 다른 종교와 동양의 문화가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중동을 방문하고 싶어진다. 좀 더 자유스럽다는 이집트까지 방문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단원들은 모두 오늘의 성공을 더 기뻐하며 버스 속에서 일어난 재미난 이야기 등을 나누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