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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다시 밝혀야 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한국을 “동방의 등불”로 묘사한 인도의 시인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라빈드라 나스 타고르의 시구였다.
거의 10년 전에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타고르의 시구를 읽으며 타고르처럼 위대한 시인이 왜 한국에 대해 이러한 독특한 찬사를 보냈나 궁금해 했었다. 내가 두 번째로 떠올린 이미지는 OECD라는 엘리트 국가집단에 들어갔으나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었고 그 역경을 딛고 일어선 나라였다. 세 번째 이미지는 끊이지 않는 냉전의 잔재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된 한반도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처럼 다양한 감정과 기대가 섞인 채 한국에 도착했다. 이런 느낌은 많은 부분에서 한국어를 잘 못하고 동아시아 국가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나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지 걱정되었다.

문화적, 문명적 풍요로움 지닌 나라, 한국
전세계적으로 한국은 무엇보다도 놀라운 경제적 성공, 물질적 풍요로움, 재벌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의 한국 방문은 보다 조명을 덜 받는 문화적, 문명적 풍요로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다양한 역사적 유물, 문화적 전통은 이 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유물과 기념물은 한국의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유물은 숫적인 면에서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을 경이롭게 한다.
나의 연구 일정 때문에 한국의 남동지방을 방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 덕분에 3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의 남서지방에 위치한 많은 유적지를 방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유적지 방문 뿐 아니라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찰생활을 경험할 기회도 가졌는데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이 현대화되고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의 다른 지방은 한국이 발전을 하게 된 기틀을 마련해 준 전통적, 문화적, 문명적인 유산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정 중 사찰에 머무른 날 밤 스님의 인도로 다례 의식을 행했다. 다례 의식은 스님들에게 휴식을 주는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발달시키는데 기여를 한다고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를테면 단순한 행위로 보이는 것도 명상의 한 수단이 되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방법으로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결국 이러한 몸짓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만심을 버리라고 가르쳐 주고 우리를 보다 더 자비로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뜻깊은 경험이었다.

인정 넘쳐나는 한국의 문화적 전통
내가 한국에서 보낸 날들을 돌이켜 보건데, 나의 언어실력 부족으로 길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대개의 경우 단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외국인 대하는 것을 수줍어 했지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으면 누군가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나에게 이에 관한 잊지 못할 경험담이 있다. 어느날 저녁 8시45분 경 한국 외국어 대학교에서 교수님 한 분과 만난 후 돌아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지하철로 가는 길을 잃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시도하기로 하고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에게 한국어로 “아버지, 서브웨이 어디에 있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서브웨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듯 했고 나에게 한국어로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나는 “광화문 갑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내가 광화문에 가고자 하고 지하철역을 찾고 있다는 걸 깨달으셨다.
할아버지는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하셨고 나는 아마도 그분이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그러신다고 생각했다. 그분은 나를 역까지 데리고 가셨는데 적어도 1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역에 이르러서는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제서야 나는 그분이 다른 방향으로 가시는데 단지 내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지하철역까지 오셨다는 걸 깨달았다. 할아버지께서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수고하신 것은 무척 감동적인 일이었다. 단지 이 일만은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곳에서, 또 너무나 많은 경우 나는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는데 이들에게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나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이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은 다른 어떤 문화에서도 보기 드문 것으로 인정이 넘쳐 나는 한국의 문화적 전통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의 ‘등불’ 역할의 한국 전통
서울에 있는 많은 유적지를 방문한 일 또한 뜻깊었다. 나는 인사동, 경복궁, 한국전쟁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 남산, 북악산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내의 많은 장소들을 방문했다. 서울에는 너무나 많은 중요한 유적지와 장소들이 있어 충분히 모든 것을 경험하고 느끼기에는 내가 한국에서 머문 시간이 턱없이 짧게만 느껴졌다.
이러한 견학은 나의 학업면에서도 의미있었을 뿐 아니라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기에 언제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타고난 겸손함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정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배워야 할 한국의 전통이다. 이번 방문으로 나는 한국을 ‘동방의 등불’로 묘사한 타고르 시구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 대신 무자비한 경쟁만이 있고 오만함이 오늘날의 격언이 된,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한국의 전통은 비단 동방에서뿐 아니라 전세계를 더욱 더 인정이 넘쳐나고 평화롭게 만드는 데 ‘등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