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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우리 음악 선율

영국인들을 감동시킨 우리나라 국악 공연
지난 2월 23일 한-영 상호 방문의 해 개막식 날, 공연단과 함께 도착한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 근방의 아시아하우스는 한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청사초롱과 빨간 카펫으로 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지만 저녁 6시가 가까워지자 대사관과 아시아하우스로부터 초청을 받은 양국의 정부, 문화계 인사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방명록이 거의 채워질 무렵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의 영상 축하 메시지 교환을 시작으로 행사가 개막되었다.
‘Think Korea 2006’, 올 한 해 동안 영국 전역에서 개최되는 한국행사 전체에 사용될 부제이다. 평소 양국 상호 방문 횟수를 비교했을 때 한국 측 영국 방문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입초현상을 출초현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를 통해 2006년 한 해 동안 런던 및 주요 지방도시에서 다채로운 한국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을 전시하여 영국 국민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 첫 작품으로 재단은 개막식에서의 황병기 가야금 공연을 선택하였다. “서양 무대에서 한국음악을 연주할 때 서양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 예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는 황병기 교수는 이번 개막식 공연에서도 한국의 자연과 정서를 담아 직접 작곡한 침향무, 소엽산방, 밤의 소리 등 6곡을 선택, 거문고, 대금을 포함한 5명의 국악인과 함께 연주하여 영국인 관객들로부터 ‘신비한 음악이다’, ‘연주하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었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런던대학 SOAS 내에 있는 Brunei Gallery에서 개최된 두 번째 공연에서는 관객이 공연장 좌석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섰다. 관객 대부분은 학생들로 미리 배포한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며 공부하고, 진지한 태도로 연주 내내 집중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줄을 서서 황 교수의 싸인을 받으며 질문을 하는 등 우리음악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여 공연 단원들과 주최자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 주었다. SOAS에서 열렸던 아시아 문화행사 중 최고의 성과를 거둔 행사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문화, 프랑스 전역에 떨치다
다음 공연 지역은 우리나라와 우호통상조약 체결로 수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프랑스였다. 뜻 깊은 해를 기념하기 위하여 한국과 프랑스는 각각 “한국이 가슴속으로”, “프랑스 아자!”를 부제로 양국 수도 및 주요 지방도시에서 서로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중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한국의 첫 공식 음악행사가 파리 세계문화의 집에서 열린 황병기 가야금 공연이었다.
관객 80% 이상이 프랑스인이었는데, 이미 우리나라 음악에 대하여 상당히 깊게 이해하고 있는 듯 눈을 감고 가야금 소리를 즐기며 감상하는 관객들, 숨을 죽이고 연주에 몰입해 있는 관객들을 보면서 역시 문화선진국 국민들답다는 생각과 함께 새삼스럽게 국악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과 연주에 대한 찬사를 하며 사진 찍기를 청하는 관객들로 한동안 홀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마지막 공연은 니스 아시아박물관에서 있었다. 니스 아시아박물관은 ‘이렇게 아름다운 박물관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희귀하고 예쁜 색깔을 가진 갖가지 종류의 새들이 가득한 넓은 호수와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원형 건물로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아담하고 우아하게 꾸며진 무대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우리음악을 연주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고, 운치가 느껴졌다.
황병기 교수는 마지막 공연까지 마치고 “이번 공연, 성공이었죠?”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셨다. 어떻게 보면 우리 예술의 진가가 해외에서 더 많이 빛나는 듯 하다. 영국, 프랑스 모두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장식한 황병기 가야금 공연을 계기로 올 한해 동안 두 나라에서 선보이게 될 우리 문화예술이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순회공연을 하면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똑같은 연주를 했지만 공연장마다 그 공연에 대한 분위기와 느낌은 달랐다. 외국인들에게는 이번 가야금 공연의 이미지가 어떻게 기억될까? 해외 공연이나 전시를 통한 우리 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 문화예술을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롭고 독특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우리 고유의 훌륭한 문화를 효과적으로 잘 포장하여 유럽시장에서 멋지게 뜰 수 있게 만드는 2006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