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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학파'의 한국 근대사 연구의 흐름 소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연세대학교 방기중 교수와 필자가 공동 편집한 코넬동아시아시리즈 「Landlords, Peasants, and Intellectuals in Modern Korea」가 발간되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한국사 분야에 상당한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근대사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영어 자료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는 한 가지 전략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근대사에 대한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사학계의 주요 ‘학파’ 중 하나를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김용섭 전 연세대학교 교수와 그 제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학파’의 연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회경제사와 지성사 및 그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학파’는 일본의 한국 강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인 학자들이 내세운 ‘정체론’을 반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한국사학의 틀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러한 틀은 한국 분단의 역사적 뿌리를 좀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1부에서 일제 강점 이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1장에는 김용섭 교수가 수십 년 간 실시한 사회경제사 사례연구를 종합한 독창적인 글이 실려 있다. 그는 조선 후기는 봉건시대가 붕괴되는 과정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응하여 서로 대립되는 두 가지 개혁 운동을 ‘지주적 코스’와 ‘농민적 코스’로 부르고 있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은 근대 초기의 근본적인 역사적 동력을 규정지었으며, 이는 후에 한국의 분단으로 이어졌다.
이 책의 나머지 대부분은 김용섭 교수의 역사학 틀을 토대로 그의 제자들이 실시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2장에서 상명대학교 주진오 교수는 독립협회의 사상을 재해석하고 있으며 3장에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대한제국이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부산대학교 최원규 교수의 연구가 요약되어 있다.

2부는 1910년 이후의 사회경제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용섭 교수는 4장에서 일본의 농업정책과 이들 정책이 지주제에 미친 영향을 개관하고 있다. 5장은 이 시기 지주 근대화의 주요 유형을 고찰한 연세대학교 홍성찬 교수의 수년 간의 사례연구를 싣고 있으며 6장에서 연세대학교 김성보 교수는 구 소련의 문서에서 나온 많은 새로운 정보를 활용하여 1946년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3부는 3명의 주요 지식인에 중점을 두며 일제 강점기의 지성사를 다루고 있다. 방기중 교수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백남운에 대해, 대림대학교 이지원 교수가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던 안재홍에 대해, 홍성찬 교수가 경제학자 이순탁에 대해 저술한 장들이 3부를 이루고 있다.

번역은 연세대학교의 지원으로 미국 내 한국사 분야의 젊은 학자들과 대학원생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책의 발간이 학부의 한국 근대사 강좌는 물론 대학원 입문 세미나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더 많은 번역 작업에 자극을 주어 한국과 영어권 학자들 간의 지적 교류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