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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이해증진을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전하자

한일 사회과교사 초청연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여 한일양국의 중,고교 사회과교사들을 상호교환 연수시킴으로써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양국 청소년들이 한일 관계를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에 따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2000년부터 공동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등 한일간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도 어느덧 올해로 8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으로
일본교사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사회과교사 초청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가 함께 이끌어 가고 있다. 올해는 홋카이도에서 큐슈 끝자락에 있는 미야자키현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사회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25명의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한국에 발을 딛게 되었다. 이중에는 한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에 온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정의 전반부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정치, 경제, 역사, 한국어, 사회, 교육 등 총 6개의 강의를 들었다. 몇몇 강의는 질의응답시간이 부족하여 쉬는 시간까지 활용하는 등 강의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한국어 시간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가나다라’를 노래로 만들어 외우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며 신기해 하기도 했다. 한국교육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올해는 수원 영덕고등학교와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수업참관, 시설견학을 통해 현직교사 및 학생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수업법과 학생들과의 호흡에 관심을 보였으며 한국정부의 교육지원정책에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교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교육시스템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때로는 교사로서 동병상련을 논하는 등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한국인의 파워와 情을 하나로 묶어서
참가자들은 한국경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포스코 방문, 미래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KT 유비쿼터스 전시관 방문, 난타공연 관람, 전통문화공연 관람, 한국의 일반가정을 방문하는 홈비지팅 등을 체험했다. 특히 난타공연에 대한 호응은 매우 뜨거웠다. “최근에 크게 웃어 본 적이 없었는데 난타보고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어요”라는 어느 선생님의 흥분어린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참가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일정 중 하나는 홈비지팅이다. 언어의 장벽, 처음 만나는 호스트와의 어색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지만 짧은 영어와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대면식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것은 진행자의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다음날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먹기 위해 가져왔다며 호스트로부터 받은 한과 상자를 살포시 내미는 선생님도 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좁혀야
참가자가 가장 관심을 갖는 방문지 중 하나는 독립기념관이다. 식민지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의 일부가 해체되어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전시물 하나하나를 관람하는 모습들이 진지하다 못해 다소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체험학습으로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한국의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며 “초등학생들에게 여과없이 전시관을 둘러보게 하면 오히려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질문과, 일본입장에서 바라보는 종군위안부문제와 일본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느냐는 일본 선생님들의 질문을 받아보며 이 연수를 통해 한일역사인식의 차이가 좁혀지기를 희망해 보았다.

한국적인 특수성과 고대문화의 향기를 느끼며
한국이 처한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느낄 수 있는 판문점과 전쟁기념관을 거쳐 연수 후반부에는 지방유적지로서 화성, 부여, 경주, 해인사 등을 방문했다. 부여는 일본고대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백제유적지이기 때문에 매우 관심 깊은 곳이라 할 수 있는데,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보며 한일고대문화의 유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주 석굴암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은 참가자들의 숨을 막히게 했으며 저녁식사 후 찾은 안압지의 야경은 실로 경치에 취하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다. 경주에는 ‘나자레원’이라는 광복 후 일본에 돌아가지 못한 일본 할머니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나자레원 할머니들과 할머니들의 고향땅인 일본에서 온 선생님들이 함께 부르는 후루사토(‘고향’의 의미)를 들으며 개인사의 아픔을 넘어 역사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길고도 짧은 2주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준 25명의 일본 선생님들과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보여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한국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갈 주역들에게 전해서 ‘우리는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나라’임을 가르쳐 주길 바란다.
한일 사회과교사 초청사업이 2년 후면 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10이라는 숫자를 기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내실 있는 연수가 될 수 있도록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