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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Power 강연회와 현자회의

재단은 국가발전 전략개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월 12일 ‘소프트 파워’를 주제로 일련의 행사를 개최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함께 한 이번 행사에는 하버드 대 조셉 나이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 논문 발표회와 현자회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프트 파워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월 12일 하루동안 진행된 행사는‘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 강연회와 학자 3명의 논문발표회, 그리고 미국, 네덜란드, 한국, 일본, 대만에서 참가한 14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의 현자회의로 구성되었다.

조셉 나이 교수 대강연회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셉 나이 교수의 ‘스마트 파워와 테러와의 전쟁(Smart Power and the War on Terror)’이라는 강연회에는 국제정치, 국제관계를 전공하는 학생들, 외교관, 기업인, 비정부기구 대표, 학자, 언론인 등 38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강연회를 마친 조셉 나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에 대한 한국 청중들의 관심에 놀랐으며 질문들도 상당히 수준 높았다”고 소감을 밝히며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 자원은 매력적 문화, 문화와 잘 조응하는 가치관, 그리고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전제한 뒤 강국에 둘러싸인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서는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헌하여 국제무대에서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소프트 파워와 경쟁하거나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스마트한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논문발표회
장소를 옮겨 서울프라자호텔 4층 메이플 홀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논문발표회에서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손열 교수,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관계연구소 외교학 연구 프로그램 소장이자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외교학 교수인 얀 멜리슨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회에는 학자ㆍ외교관ㆍ언론인ㆍ정책입안가 등 10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 진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현자회의
학자들의 논문발표에 이어 미국ㆍ일본ㆍ대만ㆍ한국 등지에서 공공외교나 소프트 파워 신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기관의 대표들로 현자회의가 진행되었다. 소프트 파워 개념의 모호성과 그로 말미암은 혼동, 소프트 파워의 소스나 측정방법, 가장 생산적 구사방법 등에 대해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서울대 하영선 교수는 먼저 소프트 파워라는 영어개념이 동아시아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아시아 언어로 번역, 개발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소프트 파워와 공공외교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맥락에 부합되는 적용방안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가즈오 오구라 이사장은 일본의 소프트 파워는 이미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 민간ㆍ시민사회ㆍ기업이 그 주체가 되고 있고, 일본 기업들은 일본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은 국가 단위에서, 그리고 문화적ㆍ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복합적 전체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며,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다자적 협력에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만 ‘장경국 국제학술교류재단’ 대표이며, 대만국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주윤한 박사는 국가단위보다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단위의 소프트 파워 논의가 더 유용하다고 하였다. 문화적ㆍ경제적 지역단위로서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해 역사를 둘러싼 갈등, 과도한 경쟁과 분열을 지양하고 지역 내 협력과 통합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소프트 파워와 ‘선린’의 모델로서 대만을 제시하고,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대만의 지역 내 협력 촉진자 또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수행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부총재인 바넷 배런은 소프트 파워나 공공외교의 주체로서 비정부기구(NGO), 비영리단체, 교육재단,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고, 정부와 이들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효과적 역할분담과 자원분배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소프트 파워’와 재단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이 1970년대 조셉 나이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후 충분한 이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그 개념을 둘러싼 모호성과 혼동이 적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참가자는 ‘어둠 속의 코끼리를 더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농담 섞어 표현할 정도였다. 국제사회나 국제정치에서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이 개념에 대해, 그리고 그 현실적 적용 가능성과 방안에 대해 한국 또는 동아시아 학계가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를 시작하도록 자극하는 데 재단과 동아시아연구원이 일조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소프트 파워라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우리 사회의 여론주도층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이런 자리야말로 우리 국민이 재단에 기대하는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얀 멜리슨 교수의 ‘공공외교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국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련 논문들은 재단 홈페이지 www.kf.or.kr 정보마당 자료실 참조)


손열 교수의 ‘동아시아의 소프트 파워’

연세대 손열 교수는 ‘동아시아의 소프트 파워(Attracting Neighbors : Soft Power Competition in East Asia)’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아시아는 강대국 간 매력경쟁의 장이다. 매력발산의 선두주자인 미국 못지않게 이웃 중국과 일본도 일찍부터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국가전략의 일부로 활용해왔다. 특히 매력전략은 동아시아를 지역공동체로 엮는 데 있어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싸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얼마나 주변 국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고, 그 능력은 하드 파워보다는 매력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화평굴기ㆍ조화세계ㆍ베이징 컨센서스ㆍ중국문명론 등을, 일본은 동아시아공동체ㆍ네트워크 동아시아ㆍ실천적 선구자론ㆍ자유와 번영의 호(弧) 만들기 등 심도 있고 다양한 개념과 구상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치열한 외교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매력의 발신자가 아니라 수신자의 입장이다. 한국의 매력구상은 그야말로 후진적이다. 한류를 활용하는 초보적 문화외교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역구상 역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 동북아를 활용한다는 자기중심적 발상에서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게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다행히도 중국과 일본의 매력공세는 크고 작은 단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풍부한 매력자원을 바탕으로 매력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음에도 동아시아 차원에서 이를 담아내는 세련된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비교적 정교하고 체계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으나 행동이 따라주지 못함으로써 매력 없는 이미지를 조장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두 나라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로서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못할 때, 역사문제를 일으킬 때, 그 외 언제든지 주변국의 의심을 사는 신뢰성의 한계를 안고 있다. 매력경쟁 후진국 한국의 가능성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비제국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다른 중진국 매력외교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그들에게 부족한 요소로서 신뢰성의 확보, 보편성의 추구,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창의와 활력을 담아낼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의 제고를 통해 강대국 간 중재자, 조정자로서 한국의 매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신화 교수의 ‘한국의 소프트 파워’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and Korean Diplomacy : Theory and Reality)’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이신화 교수는 소프트 파워를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행사하는 영향력’이라고 정의한 뒤 파워라는 개념과 국가 이미지-정통성-신뢰도를 연결하였다. 이와 함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몇 가지 주요한 이슈도 제기하였다. 소프트 파워가 일종의 권력인가 아니면 특정 국가가 원하는 국익 달성을 위하여 사용하는 도구인가, 하드 파워가 없이도 소프트 파워를 보유하고 행사하는 것이 가능한가, 소프트 파워의 신장은 하드 파워의 사용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가, 막강한 하드 파워를 보유하고 행사하면 소프트 파워도 더불어 신장되는가 아니면 오히려 위축되는가 등이다.
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에 대한 개념정의나 이론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학자와 정책 입안가들이 이 이념적이나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이론을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한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중국과 일본, 유럽과 미국의 예를 들어 소프트 파워의 한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한 손열 교수와 상당부분 의견 일치를 보였다. 한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처럼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모두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기술혁신, 경제력, 독특한 문화적 매력을 결합한 스마트 파워 구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얀 멜리슨 교수의 ‘공공외교는 가능한가?’

얀 멜리슨 교수는 ‘공공외교는 가능한가? (Public Diplomacy : Can It Be Done?)’라는 제목으로 소프트 파워를 구사하는 도구로서 공공외교의 잠재력을 설명하였다.
직업 외교관들 또는 국가 정상들 간 의사소통이었던 전통 외교와 달리 외국의 일반 국민, 시민사회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2차대전 후 전범국으로 또는 패전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거 수년간 세계화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전 지구적 네트워크가 가능해지면서 공공외교는 새로운 발전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양한 주체와 객체들 간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졌으며 외국의 일반대중,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통외교와는 완전히 다른 기법과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효과적 공공외교의 자원을 적극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교에 있어서나 영사업무에 있어 평범한 개인들의 역할이 점차 커진 점, 정보접근성의 민주화로 일반 시민들까지 국제정치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게 된 점, 시민사회의 이슈들이 가장 고차원의 외교에서 주요 어젠다가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들은 이제 다면적ㆍ다층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상대국의 시민사회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덧붙여 얀 멜리슨 교수는 우리가 요즘 흔히 사용하는 홍보(public affairsㆍpublic relations), 선전(propaganda), 국가 이미지(nation-branding), 문화홍보ㆍ문화교류(cultural relations)와 공공외교의 차이를 상세히 비교 설명해주었다. 한국은 경제력, 정치적 안정, 국제사회에서의 긍정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어 효과적 공공외교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신장하는 데 매우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활발한 교류, 상호성, 쌍방 또는 다자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평판을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상당한 하드 파워 없이도 소프트 파워와 공공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으면서 일정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를 그 전범으로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