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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박물관 한국실 개관

유럽의 대표적인 동양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기메박물관이 전면적인 개보수 작업을 마치고 지난 1월 15일 성대한 개관행사를 가졌다. 특히, 한국전시실은 과거 20평 내외로 협소하던 것을 108평으로 5배 이상 확장해 설치함으로써 유럽내 한국문화예술 소개의 교두보가 완성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관행사에는 자크 시락(Jacques Chirac)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및 아시아 국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하여 새로운 세기를 향한 기메박물관의 힘찬 출발을 축하하였다.

기메박물관은 리용의 사업가 에밀 기메(Emile Guimet, 1836-1918)에 의해 1889년 설립되었는데, 이는 10년 전 에밀 기메가 자신의 고향에 세운 리용의 기메박물관이 그 전신이다. 기메박물관은 설립 초기 에밀 기메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당시 세기말을 풍미하던 오리엔탈리즘의 시대적 조류에 힘입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는 물론 이집트, 터키 등 近東지역까지 폭넓은 소장품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였다. 1945년에는 프랑스의 동양미술품 전체를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로 루브르박물관의 아시아미술품 전체가 기메박물관으로 이관해 오고, 아시아미술품을 제외한 기메박물관 소장품이 루브르로 이전하면서 기메박물관은 명실공히 프랑스 최고의 동양미술 전문박물관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후 소장품의 급속한 확장과 전시공간의 부족 등으로 수 차례 부분적인 증축 및 개축을 시도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박물관 건물 본래의 건축적 아름다움은 상실되고, 기존 시설로는 시대가 요구하는 박물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새로운 세기가 요구하는 문화예술 기관으로의 재탄생을 위해 지난 '96년부터 박물관을 전면 폐쇄하고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5년여에 걸친 이번 공사는 잦은 개·보수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건물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전시공간 및 수장고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며, 관람객을 위한 편의공간을 확충하고, 강당 등 문화시설을 신설하며, 최고의 전시 디자인 기법을 통해 문화선진국 프랑스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기메박물관과 한국과의 공식적인 인연은 1893년 기메박물관에 한국관이 최초로 설치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관에는, 동양국가들을 탐사하며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해 온 바라(Varat)와 주한외교관이었던 콜렝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 등이 한국체류 중에 수집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었으며, 뒤이어 1900년에 개최된 파리만국박람회에서도 많은 한국유물들이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 열정적인 탐험가와 한국문화를 사랑한 외교관의 수집품들이 현재까지도 기메박물관 한국소장품의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차대전과 함께 이 가운데 일부 유물들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관 역시 1919년까지 운영되다가 문을 닫고, 1970년대 들어서 비로써 20평 규모의 전시실이 다시 문을 열게 된다. 양차대전과 이후의 기간 중에는 일본을 통해 일부 한국유물이 구입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이 구입 또는 기증되는 일본, 중국미술품 속에 한국미술품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 한국미술품이 일본이나 중국 소장품으로 분류되는 사례들이 빈번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90년대 초 한국실 확장 재설치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일본과 중국 수장고 속을 뒤져 한국미술품을 찾아내는 일이었다고 한다. 현재 기메박물관은 1,000여점의 한국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는데 있다. 이는 '98년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기메박물관 한국소장품에 대한 현지 조사·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최초로 기메박물관 한국소장품 전체가 국내 연구기관에 공개되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문화재 연구소의 조사로 한국유물 가운데 섞여있던 중국.일본 유물을 속아내는 작업은 이루어졌지만, 중국과 일본 유물 수장고 안에 섞여있을지도 모르는 한국유물을 찾아내는 작업이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담당 큐레이터 피에르 캉봉(Pierre Cambon)씨는 말한다.

개관전시는 기메박물관이 소장한 최고의 한국유물들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전시유물로 삼국시대 토기류, 통일신라시대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 고려시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鐵造千手觀音菩薩坐像), 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도병(風俗圖屛), 이한철의 화조도병(花鳥圖屛)과 목가구 등이 있다. 한국실 개관을 기념해 기메박물관 소장 한국미술 도록("L'Art cor en au mus e Guimet")을 집필하고 있는 피에르 캉봉씨로 부터 기메박물관 한국실 확장 개관의 의미와 전시기획 의도를 들어본다.

"2001년에 새로 개관하는 기메박물관에서 한국미술은 초창기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다. 이번의 재개관은 인도문화권 미술과 중국문화권 미술 사이에 명목상의 균형을 추구하지는 않고,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 보여지는 상호 영향과 관련을 보여줌으로써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미술품들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였다. 한국 미술품은 일본실과 중국실 사이에 위치하여, 역사적으로 주변국가들과 교류하였던 한국의 역할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특성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된 의도는 한국, 중국, 일본의 미술을 동등하게 설정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소장품의 성격상 불합리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의도는 한국미술품이 보여주는 독특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는 고려 금속공예품, 문자도, 분묘 석물 등, 최근의 수집품에서 보여지듯 다양한 모습과 더불어 전형적인 한국미의 정수를 그 자체의 일관성, 파격, 생동감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미술을 가장 개방적이고 선입견이 없는 자세로 소개할 것이며, 서로 다른 요소, 심지어 상충하는 것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해학과 재치를 드러내면서도 단정함이 유지되도록 하는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의 공존을 보여줄 것이다."

또 하나의 프랑스식 동양미술 보기를 제시할 기메박물관의 재개관을 축하하며, 한국실의 활발한 운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