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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싹을 보여주는 와세다대학

와세다대학에서 조선어 수업은 1961년부터 두 가지로 시작되었는데, 교직원을 위한 강좌와 학생을 위한 수업이었다고 한다. 이 수업은 1960년대에 계속 지속되었고, 그러다가, 1977년 4월부터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교수의 조선어 수업이 '어학교육연구소'의 정식 수업이 되면서, 와세다대학의 조선어 수업은 도쿄 지역에서 한국어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현재 와세다 대학의 조선어 수업은 어학교육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학교육연구소의 교수진이 각 학부로 가서 교육하는 방식도 병행되고 있다. 법학부, 교육학부, 상학부 등 몇 학부는 어학교육연구소 조선어 수업을 듣고 단위[學點]를 얻어야 졸업할 수 있다. 이른바 '조선어'는 선택필수과목인 것이다. 어학교육연구소를 비롯해 각 학부별로, 조선어 초급·중급·상급 수업과 이 외에 회화, 현대시 강독 등 특설 수업이 있으며, 상학부(商學部)의 경우는 '조선어 경제 강독' 시간이 있기도 하다. 현재, 어학교육연구소의 전임 교수는 오오무라 마스오 교수와 김응교 객원교수, 그리고 다섯 분의 선생님의 의해 다양한 수업이 진행하고 있다.

1999년도 보고에 따르면, 어학교육연구소에서 239명, 상학부에서 97명, 문학부에서 129명, 모두 465명이 1년 동안 와세다대학의 조선어 수업에 참가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숫자는 한국학에 관련된 역사나 문화 혹은 경제에 관한 수업이 아니라, 단지 '조선어 수업'을 듣는 학생 수를 말한다. 이후 매년 50명씩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2001년에는 수업을 더욱 늘여가고 있다.

한국학의 대중화, 와세다 코리아 문화제 '신바람'

1999년에 와세다 대학에서 한국유학생 졸업 101주년을 기념해서 처음으로 코리아 문화제를 가졌다. 처음 시도될 때, 기획의도는 한국 유학생이 학부에만 400여명 정도가 있는데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반성이 있었고, 그에 따라 일본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려보자는 의도가 컸다. 한국을 공부하려는 일본인 학생, 유학생들, 그리고 교수들의 요구가 기획의도에서 서로 만났던 것이다.

영화제, 도서전, 학술강연, 학술제, 공연 등으로 나누어 1주일간에 걸쳐 진행해왔는데, 특히, 2000년 11월에 열렸던 작년 <제2회 신바람>에도 인상 깊은 시간들이 많았다. 정신대 문제를 소재로 한 발표와 노래 공연이 있었다. 어떤 일본인 학생은 군인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한국 <나눔의 집>에 다녀와 소감을 발표했고, 이어 <2000년 도쿄 군인 위안부 법정>에 참여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인 학생 3명, 유학생 4명, 조총련계 학생 4명으로 구성된 '와세다 사물놀이패'의 어우러짐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그려내는 듯 싶어, 웬지 눈물 자아내게 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와세다 사물놀이패'는 2001년에 서클 등록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영화나 처음 고전무용을 보거나 사물놀이를 가까이 대하고 문화적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 문화제로 한국학의 저변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한국학 수업의 확대

한국학에 관한 수업은 일본인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면, 창씨개명 등 식민지와 조선의 근대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미야타 세츠코(宮田節子) 선생의 <조선의 역사와 문화>라는 수업은 대표적인 수업일 것이다. 이후, 와세다 대학에 '한국'이라는 이름의 수업이 처음 들어간 필자의 <한국 문화와 사회>라는 수업이 생겼다.

1999년부터 1년 과정으로 신설된 이 수업은 30번 정도에 걸친 강연으로 짜여 있다. 1학기는 이 수업의 연구방법은 첫째, 이야기(Discourse)가 있는 모든 예술 양식을 연구대상으로 하기에 건축·회화·영화·문학·만화 등 다양한 대상을 통한 한국문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둘째, 비교문화 연구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더욱 깊게 한일문화의 차이와 동일성을 검토해가며 '공생(共生)문화'의 길을 타진해간다. 셋째, 폭넓은 내용이기에 공소해지기 쉬운 단점은, 그 방면에 석사나 박사논문을 쓰는 전공자의 발표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수업은 원격 영상수업으로 다른 대학교에도 방영되었다. 학교에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 강의 원고를 2주전에 디지털 담당자에게 넘기면, 교실 전면의 대형 디지털 화면에 레이아웃된 글씨가 나오도록 편집해서 준다. 이 자막을 영상자료와 함께 디지털 화면에 자유롭게 보여가면서 설명할 수 있다. 첨단 강의실이기에 보통 강의보다 몇배에 이르는 정보를 학생들에게 정확히 전할 수 있고, 강의는 비디오로 녹화되어 다시 보고 싶은 학생들은 비디오실에서 한번더 볼 수 있다. 학교측은 이 수업을 위해 첨단 극장식 교실과 2명의 조교를 배려해 주었다. 올해는 더욱 깊이 있는 강의로 다듬어 가려 한다.

코리언 테마 컬리지
'컬리지'라는 이름이 들어 있지만, 한국의 단과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관심이 동일한 유사한 교양과정을 하나의 단위로 소개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른바 '테마 컬리지(Thema College)'인 것이다. 그래도 119년의 와세다 대학 역사상 한국학 수업이 이렇게 한 단위로 묶여 강의되기는 처음이다. 정말 소중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2001년 새학기부터 1년에 걸쳐 강의되는 수업은, 재일교포인 이성시 교수의 <고대사연구>, 오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근현대문학>, 오카우끼 미찌자네(岡內三眞) 교수의 <고고학연구>, 필자의 <현대한국대중문화>, 요시다 미츠오( 吉田光男)도쿄대 교수의 <전통과 사회>, 아울러 여러 전문가들이 매주 테마를 바꾸어 연속강연으로 이어질 <현대 한국·북조선 연구입문> 이라는 수업이 개설될 것이다. 기존에 있던 조선어수업과 <조선 문화 연구>, <한국 문화의 사회>라는 수업과 이어져 한국학 수업의 깊이를 더하게 할 것이다. 오오무라 마스오, 이성시 교수, 그리고 다른 이들 모두 와세다 대학에 한국학을 열매 맺히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기획으로 인해 와세다대학 뿐만 아니라, 도쿄 지역에 활발한 한국학 연구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싶다.

'조선문화연구회'와 '조선문화연구소'
연구자를 위해서 1979년에 오오무라 마스오 교수를 중심으로 해서 구성된 <조선문화 연구회>가 계속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엔 오랫동안 한국에서 연구해온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선생이 연구회에 가담하면서 연구회의 밀도는 더해가고 있다. 연 2, 3회의 연구 모임을 갖고 있는데, 도쿄 내의 중요한 학자, 교수, 연구자들이 국적과 상관없이 발표를 해왔으며, 때로는 한국에서 온 연구자들, 가령 문학평론가 임헌영, 서울대 권영민 교수, 고려대 김인환 교수 등이 중요한 발표를 했다. 이 연구회에 이어 2000년을 계기로 문학부의 이성시 교수가 주축이 되어, <조선문화연구소>가 조직되었고, 현재 연구활동 중이다. 조선문화연구소는 아직 따로 특별한 사무실이나 연구원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한국학 담당 교수들은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한국학의 전문연구가가 양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렇게 와세다대학은 점차 체계적으로 모양새를 갖추며 일본에서의 한국학 교육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한국어 교육의 '통합적 언어교육'. 둘째, 신바람을 통한 한국문화의 '대중화'. 셋째, 한국학 수업 및 <코리안 테마 컬리지>를 통한 '학술화'. 넷째, 조선문화연구회와 연구소를 통한 '연구자 양성'이라는 체계적인 그믈망(Network)를 통해 와세다 대학의 한국학은 새로운 열매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터무니없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낱 같은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격이 될 수 있다. 와세다대학 당국이나 한국 정부가 와세다에 내려지는 한국학의 실뿌리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