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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세계속의 한국미술사

2001년 봄은 한국미술사 관련 학술회의가 해외에서 한 껏 꽃피운 계절이었다. 우선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서 3월 16일부터 18일 까지 3일간에 걸친 한국미술사 국제학술대회가 있었는데, “Establishing a Discipline: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Korean Art History”라는 주제 하에 21개의 논문 발표가 있었다. 한국미술사가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우리나라에 정착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한 오세창(1864-1953), 고유섭 (1904-1944), 김재원 박사(1909-1990), 김원용 교수(1922-1998) 등에 대한 Keynote 페널이 첫날에 있었고, 이어 초기 불교미술, 한국도자사와 그 영향, 조선시대 미술, 그리고 한국근대 미술 등 다수의 논문발표가 있었다.

동시통역사 두명이 3일간 연속으로 모든 발표를 국어 또는 영어로 통역하여 발표장에 참석한 일반 방청객이나 발표자가 언어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편의가 마련되어 있었고, 평소 한국미술사에 관심을 가져온 학계와 박물관에 종사하는 전문인, 그리고 현재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그 밖에 일반 교포에 이르기까지 두루 참석하여 그간 한국미술사에 대한 증폭된 관심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근래에 개관된 LACMA 박물관내의 한국미술실도 학회기간동안에 관람할 수 있어, 참석자들이 학문과 유물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한국미술실은 최근에 대거 입수한 로버트 W. 무어의 소장품을 여러 점 전시하고 있어, 새로운 회화 및 조각, 공예품들이 전문가들의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었다고 본다.

이런 대규모의 한국미술사 국제 심포지움은 미국에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 행사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었고,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이 이런 기회가 시기적으로 적절했음을 말해준다고 생각된다. 사실 지난 50년간 미국서 줄기차게 연구되어온 중국미술사라든지 그 뒤를 이은 일본미술사에 비하면, 지금 꽃피우고 있는 한국미술사의 구미지역에서의 부각은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는 그간 전문 인력의 부족과 기타 외래적인 여건의 궁핍으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근래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 새로 생기는 한국실과, 증가되는 일반인 및 전문가들의 관심에 부합하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심포지움의 제목이 제시하듯 한국미술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3일간의 심포지움에서 다 다루었다고 보기는 힘들며, 다만 이를 하나의 시발점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국내외 학술교류와 발표를 통해 한국미술사가 세계속의 하나의 정착된 학문으로 무르익어야 하겠다.

며칠 후에 시카고에서 열린 아시아학회 연례총회(AAS)와 런던에서의 유럽 한국학 연례총회(AKSE)에서도 근래에 증가된 전문인력과 관심에 힘입어 한국미술사와 관련된 논문 발표가 여러 개 있었다. AAS에서는 고려시대 장례의식에 관한 페널에 고려 불화의 의미와 고려 부장품에 대한 논문 발표가 있었고, 중국회화사 페널에도 한·중관계에 비추어 고려불화에 보존된 북송회화양식에 관한 논문발표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북한 고고학자들도 몇몇 참석했다고 하니, 한국미술사가 실로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현재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 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한국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소개와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세계속의 한국문화를 부각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