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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

한껏 고조되어 있는 월드컵의 축구 열기와 함께 한·일 양 국민간 친선을 도모하고 상호 우의를 돈독케 하는데 매우 의미있는 전통 음악 교류 행사가 마련되었다.

‘한·일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는 그 명칭이 말해주듯 한·일 양국의 궁중 음악 공연단이 상대국을 상호 방문하여 합동 연주회를 갖는 행사로써 재단과 국립국악원, 일본의 국제교류기금과 일본문화예술진흥회 등 네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이 행사는 원래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양국 공동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우리 재단과 일본의 국제교류기금이 1998년 처음 협의를 시작한 이후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주최 기관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일본 공연 성황리에 마쳐

도쿄 국립극장(5.7~8)과 오사카 국립분라쿠극장(5.12~13)에서 개최된 일본 공연은 일본의 전통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정부와 언론의 커다란 관심 속에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 공연 일 4일 중 3일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으며, 관객들은 각 순서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특히, 첫째 날 일본측 연주가 끝나고 우리 궁중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막이 오르자 일본 관객들은 우리 연주단의 자태와 화려한 의상에 모두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일본 무대에 오른 우리 국악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제례악’을 비롯 ‘수제천’, ‘처용무’, ‘태평가’ 등 총 10작품이다.

도쿄에서의 첫째 날 공연에서는 아키히토 일본 천황 부처와 함께 많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한국에서는 이인호 재단 이사장과 함께 윤형규 문화관광부 차관, 조세형 주일대사, 윤미용 국립국악원 원장, 김윤진 한·일친선대사 등이, 일본에서는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 가와이 하야오 문화청 장관, 후지이 히로아키 국제교류기금 이사장 등이 공연을 관람하였다. 천황 부처는 특히 공연 휴식 시간에 이번 연주회의 4개 주최기관장들을 귀빈실로 초청해 환담하였는데 재단 이사장과 국립국악원 원장에게 환영의 말과 함께 연주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이번 공연은 동일 무대에서 양국 궁중 음악이 함께 연주됨에 따라 양국의 궁중 음악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전날 권오성 한양대학교 교수, 도쿠마루 요시히로(德丸吉彦) 오차노미즈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자국의 전통 음악을 설명하는 실연회를 마련하여 공연 성과가 더욱 컸다.

일본 궁중 음악, 한국 무대에 첫선

일본 공연에 이어 한국 공연은 서울 (5.23~24일, 국립국악원)과 부산(5.27~2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의 전통 공연은 ‘가부키’나 ‘분라쿠’ 등 일부 작품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일본 궁중 음악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음악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연을 맡은 ‘궁내청식부직악부(宮內廳式部職樂部)’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황실 전속 아악(雅樂)단으로서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의 궁중 음악을 직접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궁내청악부는 1910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 그들의 음악 자체가 아예 비밀에 부쳐졌고, 일본 패전 이후에야 공개되어 1956년부터는 1년에 두 차례씩 궁궐 내에서 일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초청 연주를 하고 있다. 외국 공연의 경우도 1959년 뉴욕에서의 국제연합 초청 연주를 처음으로 지금껏 6회에 불과하며, 악단 25명 전원이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서 지금까지도 세습 체제로 대물림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해외 공연을 가질 때는 만일의 사고로 대가 끊길 것을 우려, 절대로 한 비행기에 태우지 않고 여러 대에 나눠 탑승시킨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국 공연에 궁내청악부 소속 아악사 25명 전원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써 이번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를 말해준다.

이번 일본 아악단의 공연은 무악(舞樂)과 국풍가무(國風歌舞), 관현악(管弦樂) 등 모두 9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나소리’라는 작품은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의 음악을 토대로 한 고마가쿠(高麗樂)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하는 2인무로서 우리나라 음악의 오랜 원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회일 것이다.

‘궁중 음악’이라는 장르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완급이 격렬함이 거의 없어서 많은 이들이 지루하게 여기기 쉽다. 우리나라 궁중 음악은 유교의 예악사상(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도를 완성하는 것이 음악의 근본)을 토대로 하여 희노애락의 솔직한 표현 보다는 감정의 절제와 품위가 우선된다고 한다. 그러나 궁중 음악에는 특유의 절제미와 품위, 묵묵히 전달되는 고매한 정신이 베어 있는 만큼 이번 공연이 궁중 음악 감상은 자체는 물론 역사 속에 살아 숨쉬어 온 한·일 양국의 얼과 혼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양국 정부는 금년을 ‘한·일 국민 교류의 해’로 정하여 여러 가지 인적, 문화적 교류 사업이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수년 간의 준비 끝에 열리는 이번 ‘한·일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가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앞으로 양국 전통음악 교류를 더욱 촉진시키는 한편 양국 민간 우호와 친선을 더욱 돈독케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