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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연구는 2002년 여름 학기부터 시내 담토르역 근처에 위치한 한 현대식 신축 건물에 새 둥지를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연구는 최근 새로운 면모를 갖춘 아시아·아프리카학대학(Asia Africa Institute/AAI)의 핵심 분야로써 독일 내 어느 대학교보다도 다양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AAI에 개설된 전공 과목은 한국학을 비롯 중국학, 일본학, 태국학, 베트남학, 동남아학, 인도학, 이슬람학, 터키학, 이란학, 아프리카학, 이디오피아학, 티베트학, 동아시아학 및 불교학 등이다.

다른 지역학과 연계

학생들은 한국학을 전공 또는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다른 과목과의 동시 수강도 가능하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앞서 열거한 다른 전공 분야들과 직접적인 접촉에 있다. 한국학 연구는 일반적인 의미로 다른 문화와 심도 있는 대면(對面)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학업과 연구의 관심을 단지 하나의 문화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확장시키고, 다른 문화들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국학 전공 학생들은 AAI가 제공하는 다른 분야의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가하여 학점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AAI가 가르치는 모든 과목은 어떤 전공 분야를 택하고 있던 모든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모듈(module)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모듈은 모든 문화에 대한 연구에 유사하거나 이질적인 방법상의 문제들에 집중되며, 또한 관련 문화간 상호 교류에 있어서 현실적인 면들을 다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AAI의 중앙도서관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 곳에는 한국학 서가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중앙서고에 다른 분야의 문화에 관한 도서와 연구 자료들이 밀집되어 있다. 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총 25만 부에 이르며, 한국학 연구 관련 서적은 일본(5만 5,000권)이나 중국(6만 5,000권)에 비해 아직은 소규모이나 약 1만 권 정도에 이른다.

한국학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

한국학이 함부르크대학교의 정규 커리큘럼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됨에 따라 한국학 연구를 한국 문화에 국한하여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한국학 연구의 시야를 넓힐 때라고 본다. 한국 자체로서가 아니라 보다 더 큰 문화권 안에서의 일부로 한국을 바라보고, 방법론적으로도 단순히 한국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외국 문화를 연구하면서 한국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한국 전문가들에게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한국학 전공 학생들은 다른 문화 연구에 적용 가능한 방법론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의 편협한 범주를 넘어 연구의 시야를 넓히는 것은 한국학 연구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연구는 ‘전통에 관한’ 내용이거나, 그렇다고 ‘현대적인’ 내용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위적인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으며, 방법론적인 연구 제약이나 주어진 시기에 집중하는 식의 손쉬운 연구 형태도 한국학 연구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 쉽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최근의 정치·경제적, 사회적인 사건들이 오늘날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전통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현재 어떠한 주제가 왜 다루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주제들에 대한 연구는 왜 소홀한가? 이러한 질문들을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와 이러한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은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각심, 그리고 빠르게 변모하는 한국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 언제나 동일하다. 물론 자료 등 여건이 허용하는 한 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연구는 한국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다룰 것이다.

함부르크대학교에서 강조하는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은 학생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평가가 그들 자신들의 문화적인 배경에 의해 어떠한 영향을 받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독일인의 견해는 한국인의 견해와 다르다. 미국인, 프랑스인, 네덜란드인, 일본인 또한 어떠한 외국인과도 마찬가지다. 부차적인 자료나 연구는 상이한 문화적인 배경에서 나온다. 따라서 한국학 연구는 한국 문화와 학생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일종의 비교 연구로 간주되며, 또한 세계화된 현실에서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는 방법으로도 간주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학과의 역사와 교수진

함부르크대학교의 한국학 연구의 역사는 일천하다. 한국어에 대한 강의는 1962년에 시작되었으며, 오명호 박사가 1970년부터 맡아 왔다. 한국학 연구가 정식 과정으로 승격되어 학생들이 석·박사 등 모든 학위 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전에 한국학 전임 교수직이 신설되어 필자가 그 직을 맡게 되면서부터이다. 이와 더불어 조교수 제도가 시행되어 현재 안정희 박사가 맡고 있다. 필요한 경우 시간 강사들이 고용되는데 마르틴 한케(Martin Hanke) 박사는 한문을 담당하고 있다. 4년 간 매 겨울 학기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이강선 박사가 첫 학기 학생을 위한 한국어 집중 코스를 담당하고 있으며, 헬렌 강(Helen Kang)은 한국어 사서로, 브리타 헤이만(Britta Heymann)은 비서로 일한다. 강의는 보다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 행해지는 반면, 한국 문화의 각 시대를 포함하고 한 가지 이상의 방법론적인 접근을 다룬다. 함부르크대학교의 연구 분야는 범위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으며, 모든 연구 분야마다 시대별로 그에 맞는 교재가 사용된다. 그러나 한문과 이두, 구결 등 중세 한국어에 대해서는 서양 언어로 된 강의 자료가 충분치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필자와 안정희 박사가 주석과 평을 곁들여 번역·출판한 ‘월인천강지곡(제1권)’은 평가받을 만하다. 연구 주제를 바꾸기 앞서 한동안은 이런 분야의 연구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과 현황 및 운영 방식

현재 약 40명의 학생들이 한국학 전공에 등록되어 있다. 학생들은 20시간의 집중적인 어학 훈련을 받으며 첫 학기를 보낸다. 그리고 2학기 동안에는 자매대학교인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으며, 개인 사정으로 독일에 남은 학생들은 소규모로나마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언어 훈련을 계속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20명이 한 학기 동안 집중적인 독일어 훈련을 받기 위해 함부르크대학교에 온다. 학생들은 방법론적 개관과 함께 한국어 및 문학, 역사의 입문 과정을 2년 간 집중적으로 공부한 후 중간고사를 치르게 되며, 시험에 통과하면 문학이나 사료(史料)연구 등 보다 전문적인 과정이나 세미나에 참가한다. 한문과 이두와 구결같은 중세 한국어는 3학년 때부터 배우게 된다. 한문과 중세 한국어는 전공 필수 과목이나 한국학을 부전공으로 택한 학생들은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학 전공 세미나는 어떠한 주제를 다루든지 간에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문화 전반을 다루며, 주어진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법론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석사 학위 취득을 위한 졸업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학생들은 하나의 전공 과목과 두 개의 부전공, 또는 두 개의 전공 과목을 선택해야 하며, 보통 5년이 소요된다. 학생이 학기 중 한국의 대학교나 다른 한국학 연구 센터로 일정 기간 전학하게 될 경우 그 곳에서 취득한 학점도 인정된다. 독일 대학교의 박사 학위 과정은 한국과 다르다. 모든 박사 학위 후보자는 먼저 석사 학위 시험을 통과하고 자기의 연구 주제에 대해 지도 교수와 상의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관련 과목의 관계 교수들고 구성된 학위 심사 위원회에서 대면심사를 받고 위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함부르크는 한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유럽의 주요 항구 도시 중의 하나이다. 또한 독일의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로서 함부르크에서 행해지는 한·독 관련 제반 활동이 대학교와 긴밀한 협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함부르크야말로 한국학 연구의 이상적인 중심지라고 할 수 있겠다.



Werner Sasse 교수

잣세 교수는 1966년부터 1968년까지 전남 지역에서 독일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어 1970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1970년부터 1975년까지 고향에 있는 독일 보쿰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였고 부전공으로 중국학과 언어학을 공부했다. 1975년에는 한국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이후 보쿰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교편을 잡았고 1988년에는 한국학 정교수가 되었다. 1992년부터는 함부르크대학교 한국학과 설치와 함께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잣세 교수는 현재 유럽한국학회(AKSE)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관련 4권의 저서를 포함하여 한국의 역사, 문학, 언어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