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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아시아 이해 교육과 한국

필자는 200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Asia Education Foundation(AEF)으로 2개월간 연수를 다녀왔다. AEF는 호주 초ㆍ중ㆍ고(K-12) 과정의 ‘아시아 이해’ 증진과 교육을 위해 여러 가지 교류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으며, 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영어권교육자 한국학워크숍의 호주 참가자 인선을 맡고 있는 등 재단과는 이미 ’94년부터 서로 협력해 오고 있는 단체이다. 이번 연수는 AEF가 National Asian Languages and Studies in Australian Schools Strategy(NALSAS)와 더불어 ‘아시아 이해교육’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호주의 K-12과정에서 아시아가 어떻게 교육되는지를 알아보고 한국에 대한 교육 정도도 함께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K-12 교육체제 및 AEF의 활동
호주에서는 연방정부가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K-12 과정은 8개 지방정부가 소요재정과 관리책임을 짐으로써 고도의 교육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각 주가 독자적인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이는 연방정부 수립 이전부터, 각 주가 영국의 독립된 하나의 식민지로서 독자적인 교육체계와 전통을 확립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각 주 내에서도 공립학교·일반 사립학교·천주교계 사립학교의 3개 교육자치단체가 나누어 담당하며 각 학교는 교장과 담당교사 간 협의를 거쳐 해당 학기의 특정한 주제에 맞추어 독립적으로 강의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어 부교재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AEF의 운영은 아시아관련 교류프로그램 및 노하우를 축적한 멜버른대 Asialink Center와 ‘연방 표준 교과과정’ 개발 및 각종 교재개발을 위해 연방 및 지방정부가 공동설립한 Curriculum Corporation간의 컨소시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AEF의 운영을 위해 설립 이후 매년 120만 호주달러의 운영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AEF는 지방정부 및 각급 교육자치단체들 사이의 업무조정, 신규사업 개발·적용, 아시아 교육의 중요성 홍보, 우리 재단과 같은 국내외 파트너 관리 등의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 등과의 계약에 따라 각 주 교육부에는 1명의 AEF 자문관들이 근무하고, 이들 8명의 자문관들은 소속 주의 강의요강 체제 내에서 아시아 관련 사항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학교 및 교사들에게 자문을 하며, AEF의 세부사업을 시행한다.
K-12과정이 통합교육의 형태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AEF는 전 교과과정에 걸쳐 아시아 관련 사항이 포함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데 비중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며, 아시아 관련 사항 포함 가능성이 높은 영어·예술과목·사회과 과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
첫 번째 프로그램은 교재개발이다. 지금까지 ‘Access Asia Series’로 35종 이상의 아시아 교육 관련 교재가 개발되었으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도 이용 가능하도록 Access Asia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교재로는 「Exploring Korea」 및 「Inside King Sejong’s Gate」가 있는데, 재단에서 출판비용 일부를 지원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아시아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Access Asia’ 학교네트워크 구축사업이다. 2001년 현재 전체학교의 약21%인 1,864개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네트워크는 지역별로 시 하부조직으로 나누워져 있으며, 상하 및 수평조직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는 교사 훈련 프로그램으로 호주 및 아시아 관련 국가의 각종 교육기관, 재단, 기업, 정부기관, 대학과 제휴관계를 맺고 연수 사업을 시행하는 등 호주 교사들의 아시아 이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동 사업의 일환으로 7개 대학 및 연방·지방정부, 교육자치단체와 협력하여 대학원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TICFA(Teacher In-Country Fellowship to Asia)라고 불리는 아시아 국가 방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문국가는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이다. 한국의 경우, 우리 재단의 영어권교육자 한국학워크숍 (’94년부터 2002년 까지 80명 참가)과 충북대학교와 시행하고 있는 한·호 상호교류 사업이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상에서 교육자간 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이메일 토론 그룹인 Asia EdNet사업이 있는데, 1,000여명의 교육자들이 참여하여 교육정보교환 및 토론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NALSAS 태스크포스와의 협력
AEF는 ’95년 NALSAS 태스크포스 출범으로 더욱 추진력 있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게 되었다. AEF는 NALSAS 태스크포스의 아시아 이해 교육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자로 참여하여 관련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위탁받아 시행해 오고 있는데, 이미 언급한 대부분의 사업들이 NALSA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되었다.

한편 최근의 사업평가보고서를 보면 약 72%의 학교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아시아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Access Asia 학교의 숫자도 출범 첫 해인 1993년 81개에서 2001년도 현재 1,864개로 증가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AEF는 기관운영 경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비를 NALSAS 태스크포스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결과, 2002년 12월로 태스크포스의 활동이 종료되어 앞으로 사업운영상 큰 타격이 예상된다.

K-12 과정에서의 한국에 대한 교육
멜버른 소재 오르몬드 초등학교의 한국어 수업 시간K-12 수준에서의 한국에 대한 교육이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아직 그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국어가 NALSAS Strategy의 4대 전략언어로 지정된 지 8년이 지났지만 2001년도 현재 전체 학생의 0.001%인 45개 학교 3,672명의 학생들만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는 일본어 2,276개교, 인도네시아어 1,795개교, 중국어 569개교인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이 상기 3개 언어와 큰 차이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한국어 교육 역사가 길지 않아 양질의 교재 및 적격한 교사가 부족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이것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수가 늘어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어 교습 학생이 많지 않은 까닭에 교재시장이 적어 양질의 교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과 한국인 이민자 수가 소수인 점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필자의 AEF 연수는 교육체제뿐만 아니라 호주라는 사회체제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현장에서 이해해가는 긴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AEF와 같은 해외 협력기관들과의 협조 체제 아래에서 우리가 한국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론을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점에서 AEF가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교육체제를 극복하고 재단과 같은 국내외 이해 당사자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아시아 이해 교육을 활성화한 사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K-12 수준의 한국에 대한 교육은 어린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대학 수준에서의 한국학 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도 더욱 많은 관심이 기울여져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National Asian Languages and Studies in Australian Schools (NALSAS) Strategy

호주 정부협의회는 ’94년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이익 신장을 위해 아시아 언어 구사능력을 갖춘 차세대 인재 육성을 역설한, 당시 Queensland 주 교육부장관 Kevin Rudd의 보고서 ‘Asian Languages and Australias Economic Future’를 채택하였다. 이 보고서는 K-12 과정 아시아 언어·문화 프로그램 이행을 위한 장기전략을 담고 있으며, 2006년까지 ‘K-10학년 학생의 60%가 NALSAS 4대 언어(중국어·일본어·인도네시아어·한국어) 중 1개 언어 학습’, ‘12학년 학생의 15%가 4대 언어 중 하나를 학습’하도록 하며, ‘모든 학교 교과과정에 아시아 관련 사항을 포함’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94년에는 NALSAS 태스크포스가 설치되어 ’95~2002년 기간 동안 연방정부는 연 2,000만 호주달러의 예산을 배정하였고, 지방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 예산을 조성함으로써 아시아 언어·문화 교육 증진을 위한 교사훈련·교재개발·연수사업 등을 시행하게 되었다.

2001년도 현재 약 72%의 학교가 아시아 관련 사항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하고 있으며, 23%의 호주학생들이 4대 언어 중 1개 언어를 공부하였다. 또 4.5%의 12학년 학생이 4대 언어 중 1개 언어를 학습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며, 상기 보고서가 설정한 시기보다 4년 앞선 2002년도로 사업이 종료되어 아시아 교육의 위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