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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와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이 2003년 3월 20일 목요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난 35년간 골든게이트파크의 건물에 위치했던 이 박물관은 소장품의 팽창에 따른 전시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내 시빅센터로 이전하여 확장·개관하게 되었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아시아 미술 소장품들의 새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지난 8년에 걸쳐 1억6,500만 달러가 투여된 공공부문과 민간차원의 공동 노력이 대망의 개관을 통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박물관 내부전경새 박물관의 건축가는 이탈리아의 Gae Aulenti이다. 프랑스의 버려진 기차역을 그 유명한 오르세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잘 알려진 그가, 1917년 보자르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역사적인 샌프란시스코 구 중앙도서관을 개조하여 새로운 아시아박물관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그런데 새 박물관의 탄생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또 다른 주인공이 있으니,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기업인 이종문 씨가 바로 그다. 그는 민간 기부액 중 최고액인 1,500만 달러를 박물관 건립에 쾌척한 것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새 박물관은 공식적으로 ‘아시아 박물관-이종문 아시아 예술문화센터(Asian Art Museum-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and Culture)’라 명명될 예정이다.

거의 3,700 평방 미터에 달하는 전시공간, 혁신적인 프로그램 및 새로운 시설을 자랑하는 새 건물과 함께 이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은 전세계 관람객들이 독특하고 아름다우며 지적인 아시아 문화예술 작품들을 접하고 감상하는 데 더욱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전시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의 한국실로 들어가면 먼저 무시무시한 형상과 마주치게 된다. 약 3미터 높이에 달하는 서방 수호신(西方 守護神) 형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수호신은 사천왕 중 하나로, 괴물 탈로 장식된 무사의 갑옷 차림을 하고 모든 침입자를 쫓아낼 듯한 힘과 단호한 의지를 상징하는 삼지창과 번개를 손에 들고 있다. 넓적한 발과 뚫어질 듯 바라보는 눈은 언제라도 자신의 영역을 지켜낼 자세가 되어있음을 보여준다. 이 수호신은 비록 외모는 무시무시하지만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는 한국전시실 방문객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봄과 가을이 되면 많은 한국인들은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산 속 깊숙이 자리잡은 절을 찾곤 한다. 이들이 산사의 경내로 들어갈 때 첫 번째 문을 지나면서 만나는 것이 동서남북 사방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인데, 절·불교·신도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이 사천왕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수호신 덕택에 안심하고 한국전시실에 입장하게 될 방문객들은 이윽고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엄선된 도자기·조각·회화·직물·장식품·칠기 등과 만나게 된다. 이 전시물들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이룩해낸 성과를 잘 보여주는데, 그 중에는 기존 박물관 컬렉션에 포함되어 이미 유명해진 것도 있지만 그 동안 한번도 전시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제21 전시실: 1392년까지의 한국
이 전시실의 주요 전시품은 청동기 시대의 석검, 신라시대의 장신구,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도자기, 불상 및 불교문화재, 고려시대의 도자기 등이다. 전시실의 첫 번째 모퉁이를 돌면 어린이들은 물론 항상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 관객들까지, 모두 좋아하는 오리 모양의 그릇이 나타난다.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기 제작 기술과 미학적 가치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곳에 전시된 단단한 석기들은 그 시대의 에너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우아한 청자는 고려왕조의 세련미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다리가 있는 조그마한 잔부터 멋진 받침대와 때로 줄무늬가 장식되어 있는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그릇이 제작되었다. 3세기 초부터 물레를 이용해 여러 형태로 도자기를 빚어 경사가 완만한 곳에 지은 봉우리 가마 속에서 구워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무덤의 매장품으로는 물론 실제 일상생활용으로 사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한국 역사상 화려함과 세련미에 대한 애호가 가장 높았던 왕가·귀족층·불교 엘리트들의 후원 아래 걸출한 예술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고려의 장인들은 후원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푸른색과 녹색 빛이 도는 유약을 바른, 가장 아름다운 청자를 만들어냈다. 청자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1123년 중국 황실의 어느 사신은 청자에 도는 옥빛과 그 우아한 형태에 감탄했으며, 13세기에는 ‘천하제일’이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고려청자가 한국의 장인들이 만든,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귀한 예술품이라고 끊임없이 감탄하고 있다.

제22 전시실: 1392~1910년 시기의 한국 (In Ju & Chung Hyang Kay 전시실)
두 번째 한국전시실은 조선시대 예술품 중 도자기(도기·자기 및 기타 장식기)와 회화(병풍·족자·두루마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분청사기를 비롯한 여러 도자기들로서, 이들은 조선왕조의 두 가지 특징인 ‘활력’과 ‘절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어 전시되어 있는 것이 회화 작품들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의 한국회화 컬렉션 규모가 상당히 커졌는데, 과거 골든게이트파크 시절에는 공간상의 제약 때문에 좀처럼 공개되지 못했던 병풍 및 족자에 그려진 회화를 주로 전시하는 공간이 새 박물관에 마련되어 있다.

제23 전시실: 1392년~현대 한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전시실)
회화·칠기·현대 도자기·직물·장식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 세 번째 한국전시실로 들어가면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박물관의 조선시대 및 현대 회화 소장품들이 양 벽면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전시실에는 오늘날 활약하고 있는 한국 도예가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목표를 보여주는 현대 도자기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아울러 한국 여성들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여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특별히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더 자세한 정보는 전화(+1-415- 581-3500), 혹은 웹사이트(www.asianart.org)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