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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에 문화한국의 이미지 드높여야

경애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가족 여러분, 문화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한국국제교류재단 가족들에게 경의와 함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저는 35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위대한 문화의 힘을 절감하였습니다. 한 나라의 GNP가 1인당 1만 불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고 부자나라라고 하는 것은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한 경제력이 선·후진국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화적으로 선진화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2만불은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도덕, 윤리 등 각 분야에 걸쳐 선진화가 되지 않고서는 뛰어 넘기 힘든 벽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 선진화가 필수요인이라 하겠습니다.

문화한국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준비
그 동안 한국은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통해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달성해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와 평가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중국의 일부가 아닌가, 일본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아직도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글과 같은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한국이 한자를 나라글로 사용하고 있는 줄 믿고 있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 재단이 해야 할 사업입니다.

국제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냉전 종식 후 세상은 세계화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보통신망의 획기적인 발전과 교통수단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어주었고, 국가 간의 경쟁은 자유무역의 대세 속에서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결과, 동북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였고, 통상에서도 한국의 제1의 교역대상국으로까지 발전하였습니다. 동남아지역도 지정학적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이러한 시대환경에 맞추어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냉전시대를 통해서 우리와 관계가 단절되었던 구소련권 및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비교적 소외되었던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 세계에는 다양한 문화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인구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문화권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동문제가 세계평화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력에 상응하는 문화외교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됩니다.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랍권에 대한 문화외교의 중요성이 그동안 결여되어왔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올바른 문화한국 알리기의 첨병
우리 재단은 사업의 영역을 전 세계로 다변화하는 한편,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보여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민주정부가 탄생하고 경제가 발전한 것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문화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 재단은 해외 한국학 진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이웃인 중국 및 일본과의 문화적 차별성을 알리고,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우리 재단이 오래 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해외 유명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또한 오늘날의 세계는 정보화와 영상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 재단도 정보화사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서 시대에 뒤지지 않는 컨텐츠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 TV 등 각종 영상매체가 제작한 우수한 한국문화 관련 다큐멘터리를 영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어, 중국어 및 아랍어로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 전 세계 해당지역에 널리 방영하는 길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우리 재단 가족들도 그 중심에 서서 문화한국을 알리고 있는 역군으로서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라며, 비록 당장의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큰 결실과 업적을 이루리란 신념으로 업무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조직의 화합, 신명나는 업무분위기 조성
우리 재단도 하나의 기관입니다. 기관이 순조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조직원 간에 협조와 단결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저는 조직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언제라도 알려주시기 바라며, 저의 사무실은 항상 개방되어 있음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지난 4년간 재단을 이끌어 오신 전임 이인호 이사장님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재단 존폐의 기본인 국제교류 기여금이 원상회복된 일은 이인호 이사장님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라 확신하며 다시금 재단 가족을 대신해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권인혁 이사장은 1960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교통상부에 입부하여 주 네덜란드대사, 유네스코 대사와 주 프랑스 대사 등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