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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학 연구와 그 전망

중국과 한국은 아주 가까운 이웃이며 수 천년의 교류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의 시경, 춘추, 논어, 맹자 등 고전작품은 오래 전에 이미 한반도에 전해졌으며, 그 후 불교, 도교 서적과 정주이학(程朱理學) 등 경전학설도 한반도에 많이 전파되었다. 수·당나라 시기 고구려, 신라 및 백제의 음악과 무용은 중국에 전해졌으며, 그 후 퇴계학과 도산학은 정주이학의 연구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킴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유학을 발전시키는 데 새로운 국면을 조성시켰다. 이처럼 양국의 교류는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한·중 양국 교류의 역사
양국의 오랜 교류의 전통은 20세기 중반에 한때 끊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81년 중국 신화출판사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관한 「남조선 경제 고속도 증장요소」(국교 정상화 이전에 중국에서는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불렀음)라는 책을 출판하였으며, 1985년에 세계지식출판사는 한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책자 「남조선」을 출판하였다. 이때부터 중국에 한국의 역사, 문화, 경제를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1992년 양국 국교정상화 이전에는 학자들 간의 교류와 방문도 거의 맥이 끊겨 있었다. 현 한국사회과학원 이사장이신 김준엽 선생은 한국 학자 중 비교적 일찍이 중국을 방문한 분이었다. 김준엽 선생의 제자이자 일찍이 한국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북경대의 양통팡(楊通方) 교수가 있다. 양통팡 교수는 1940년대 후반에 중국 중경에 있는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였는데 김준엽 선생의 추천으로 1948년 졸업과 함께 서울대학교에 유학하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유학을 중단하고 북경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1986년 9월에 양통방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학 한국연구소 소장이신 서대숙 교수의 초청으로 하와이대학에 가서 학술강연을 하였는데, 그의 미국방문 소식을 듣고 김선생은 일부러 미국을 찾아가 감격적인 상봉을 하였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 한국학을 연구하는 기관이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은 거의 없었다. 한국학연구소는 길림사회과학원 조선연구소가 유일하였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은 북경대, 중국대외경제무역대, 낙양외국어대, 북경 제2외국어대, 연변대 등에 불과하였다. 그러던 것이 국교정상화 이후 복단대, 산동대, 중국사회과학원에 한국연구센가 생기게 되는 등 수십 개의 연구소가 신설되었다. 또한 1992년 이전 한국어학과가 있는 중국 대학은 3개뿐이었으나 국교정상화 이후에 북경외국어대학, 상해외국어대학 등 약 30여 개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신설하였다. 이들 한국학 연구기관은 한·중 양국 간의 학술문화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의 우의를 증진시키며 여러 분야의 협력을 폭넓게 함으로써 오랜 역사의 동양문명을 연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센터의 설립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센터는 1991년 4월에 창립되었는데, 한·중 국교정상화가 되기 전이라서 초창기에는 ‘북경대학 조선역사문화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93년 9월에 지금의 이름인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중심’으로 개명하였다. 연구센터는 중국 문화학술계의 저명한 학자이신 지시안린(季羨林) 교수, 고 저우이량(周一良) 교수를 중심으로 중요 연구와 학술행사 및 교류활동을 추진하여 왔으며 김준엽 선생도 고문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구센터는 북경대학의 역사, 경제, 철학, 국제정치, 사회학, 한국어 등 여러 학과의 교수들과 중국사회과학원, 남개대학, 중앙민족대학 등 연구소와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위주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문학, 언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학 연구와 교류활동의 산실
북경대 한국학연구센터의 교수들은 「중한관계사」, 「조선어 기초문법」을 포함한 여러 서적을 저술하였고, 「한국철학사」, 「한국 기업의 국제화와 경영전략」, 「한국민족의 문화와 기원」 등을 번역 출판하는 등 연구센터가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출판한 한국학 관련 서적은 40여 종에 이른다. 또한 「한국학논문집」을 매년 출간하여 이미 11권에 이르고 있다.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센터는 중국 내 각 대학의 한국학 연구소들과의 교류는 물론, 한국의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아주대, 명지대, 부산대 등 대학연구소와도 교류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의 한국학자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또한 1993년부터 북경대 역사학부의 교수가 고려대에서 중국 역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1998년부터 고려대 사학과의 교수를 북경대학에 초빙하여 한국사 강의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센터의 소개로 북경대학도서관은 서울대학교 규장각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또한 학술회의를 통한 국내외 한국학자들의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교수들을 국내외 한국학 학술회의에 참가시킬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나 다른 연구소들과 공동으로 학술회의도 많이 주최하였다. 1995년 10월에 북경대학에서 주최한 ‘한국전통문화국제학술회’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진정한 의미의 한국학국제학술 회의였는데 중국, 한국, 미국, 일본 등지의 학자들이 참석하였다. 1996년에는 한국대사관과 공동으로 국교정상화 4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1998년에는 명지대학교 인문대학과 공동으로 ‘중한 문화 및 현대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특히 2000년 9월에 북경대학 한국학연구중심에서 주최한 ‘제5차 아시아·태평양지역 한국학국제학술회의’는 중국,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11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하여 106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 규모 및 학술적인 수준에서 매우 권위있는 회의였다. 이 행사의 참가자들은 서로의 연구성과를 각 분과별 발표 및 토론을 통해 교류하였으며, 21세기에 한국학 연구의 추세와 방향에 대하여 각자의 견해를 교류함으로써 중국 내의 한국학을 발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한국학 발전의 청사진과 그 근거
북경대 이외에도 복단대학 한국연구센터, 절강대학 한국연구센터, 산동대학 한국연구센터, 요녕대학 한국연구센터, 길림성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대학 내 연구소에서 한국학을 열심히 연구하여 많은 성과를 이룩했으며 꾸준히 한국을 소개하고 있다. 한·중 양국 국교정상화가 불과 10년이 채 안 되었지만 한국학을 연구하는 데 이와 같이 수많은 훌륭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서 중국에서의 한국학은 더욱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1세기에 한·중 양국은 문화, 경제, 정치 등 분야에서의 교류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특히 경제교류는 상호의 보완성과 지역적인 협력 요인으로 인해 더 긴밀한 관계로 발전될 터인데, 이처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한국학 연구도 더욱 발전될 것이다.

둘째, 양국은 유구한 교류역사를 갖고 있는데 고대서적, 고문서 등 문헌 중에 상대방 국가에 대한 자료가 많이 들어있어 연구할 만한 과제가 많이 발굴될 것이다.

셋째, 21세기에 이르러 중국이 경제발전을 위주로 개혁개방을 더욱 진지하게 진행하면서 국가를 발전시킬 것이다. 이러한 경제건설 과정에서 지난 몇 십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많은 발전상을 이룩한 한국을 배우려면 한국 경제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넷째,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수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한국학을 연구하는 인원도 그만큼 많이 증가될 것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은 2002년부터 재단 연구장학팀이 수집하고 있는 지역별 한국학의 현황과 발전과제에 관한 자료 중 심정창 교수가 제출한 논문의 일부를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원문은 재단 홈페이지(www.kf.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