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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페인 관계 : 과거에서 현재까지

한국과 스페인의 오랜 인연
한국 사료에 의하면 한반도에 발을 디딘 최초의 유럽인은 스페인의 사제였다고 한다. 그는 바로 1593년 일본의 침략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섬겼던 어느 가톨릭 ‘다이묘(大名)’의 요청으로 한반도에 간 예수회 신부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éspedes)였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포교 활동 중 상급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일본인들이 전시 중에 저지른 야만적인 행위를 보고했다. 루이스 데 구스만(Luis de Guzmán)이 1601년에 쓴 또 다른 포교 활동 기록에는 한국인들이 평화를 사랑하며 지적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스페인에서는 거장 안익태의 삶에서 진정한 한국인의 애국심의 표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지중해에 있는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에서 살며 결혼했고, 또 그곳에서 사망했다. 한국에서 안익태는 애국가를 작곡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탁월한 음악성으로 이 나라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음악가로서 존경 받고 있다. 그는 마요르카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창립자였으며 이 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재도약을 위한 협력의 움직임
한국과 스페인은 매우 비슷한 현대사를 경험했다. 양국 모두 비극적인 내전을 겪은 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이 본받고 싶어하는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양국 모두 뿌리 깊은 민주적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스페인은 유럽연합(EU),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및 아시아유럽재단(ASEF)의 회원국으로서 이들 기구가 채택하는 공통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국은 정치적 관계에 있어서도 건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62년 스페인과 한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수많은 분야에서 실무 차원의 만남이 서울과 마드리드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협력 관계 외에도 1996년에는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한국을 공식방문 했으며, 올 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4일간 스페인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은 스페인에서 펼쳐진 ‘국제현대미술전 아르코(ARCO) 2007’의 주빈국으로 선정되었으며, 스페인은 2007년을 ‘한국의 해’로 정식 선포했다. 이와 같은 양국의 긴밀한 움직임은 협력의 재도약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한국에 스미는 스페인 문화
문화 교류 분야에서 진전된 사항 중 하나는 한국에서 스페인어 교육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1948년 동양외국어학원(Dongyang Institute for Foreign Languages)이 설립된 이래 한국 내 대학에 약 11개의 스페인어문학과가 설치되었다.(코리아타임스, 2006. 5. 3) 또한 대구 스페인문화원과 한국스페인어문학회는 스페인 문학 및 문화 관련 활동을 펼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스페인어문학자들의 값진 활동은 ‘스페인어문학’과 같은 학술지 발행, 연례학술회의 개최는 물론 한국스페인어문학회 회원수가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는 사실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와 함께 스페인의 음악과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페드로 알모도바르,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영화는 이미 영화 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스페인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하는 데 전환점이 될만한 것은 곧 서울에서 문을 열 ‘세르반테스문화원(Instituto Cervantes)’ 이다. 세르반테스문화원은 스페인어 교육에 주력하는 세계 최대 기관으로, 27개국에 44개처가 개설되어 있으며 스페인 및 히스패닉 아메리카의 문화와 스페인어를 널리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르반테스문화원의 활동은 한국 전역에 걸쳐 스페인어는 물론 스페인의 문화와 예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스페인 속에서 호흡하는 한국문화
스페인에서도 한국과 한국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살라망카대학교, 마드리드 한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연구에 중점을 두는 연구소로 스펜인한국연구센터(Centro Español de Investigaciones Coreanas - CEIC)와 국제학 및 국제문화학센터-한국학 부문(Centro de Estudios Interna-cionales E Interculturales) 등이 있다. 또한 정책연구소 2개처(엘카노국제전략연구소 , CIDOB재단)가 정기적으로 한국 문제, 특히 정치·경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 문학은 꾸준히 이루어진 번역 작업 덕분에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현재 김동리, 이문열, 서정인, 유치환, 최승호, 정지용, 윤동주, 서정주, 오세영, 김은경, 김남조, 이상, 김춘수, 현기영 등 많은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학, 미디어, 문학계에서는 이미 친숙한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국제현대미술전 아르코’에서 보여준 한국 예술가들의 성공 외에도 한국 영화는 산세바스티안이나 시체스영화제, 전문상영관(시르쿨로 데 베야스 아르테스, 필모테카 나시오날), 심지어 일반 상영관에서도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에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많은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어서 한국 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많은 문화 행사와 공연이 한국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 경기문화재단, 대산재단 등의 후원으로 개최되고 있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

▲ 지난 2006년 재단과 스페인 Casa Asia 공동 주최로,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3차 한·스페인 포럼 장면

그러나 아직도 더 개발하고 진척시켜야 할 분야는 많다. 무엇보다 양국간 차이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역관계인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2005년 한국의 대 스페인 수출액은 35억 3천만 달러에 달했지만 스페인의 대 한국 수출액은 6억 5천 3백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좀더 균형 잡힌 무역 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비즈니스 및 기술 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공회의소와 ‘한·스페인 기업인 위원회’의 모임은 가까운 시일 내에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한국·스페인·라틴아메리카의 3자 관계에서 생성되는 시너지 효과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특히 경제, 학술, 사회, 문화 활동의 네트워크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 차원에서 보면, 미주개발은행 가입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였다. 스페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라틴아메리카 투자국으로서 귀중한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를 한국에 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연관된 또 다른 주제는 바로 개발협력이다. 불행히도 현재 실행 중인 3자 협력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에 관련국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개선시키는 전략과 연구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로 스페인과 한국 모두 상대국에서 자국의 이미지를 증진시켜야 한다. 양국은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거나 평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단과 카사 아시아(Casa Asia 스페인의 아시아하우스)는 상호이해와 결실 있는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상호 이해 관계는 있으나 현재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금융, 에너지, 통신, 관광, 스포츠, 문화산업, 비정부기구(NGO)간 협력 등과 같은 분야는 중기적 차원에서 개발될 필요성이 있다.
서울에 설치된 마리아 수비랏치(Subirachs)의 조각 작품과 바르셀로나에 설치된 강대철의 조각 작품은 상징 그 이상을 나타낸다. 필자에게 이 두 조각 작품은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한국과 스페인은 전국적, 지역적 등 모든 차원에서 이와 같은 접촉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상호 작용의 진정한 성공이 우리의 시민사회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양국의 국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알폰소 오헤다|Alfonso Ojeda
ojeda@ccee.ucm.es
스페인 한국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