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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과적으로 한국미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가을 빈객(賓客)을 맞은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난 10월 10일, 제9회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의 6일째 일정이 진행된 이천세계도자센터. 드넓은 도자기엑스포 행사장을 감싸고 있는 설봉산 기슭에도 가을 기운이 가득했다.



강의와 전시관 관람까지 뜨거운 관심 보여
이날 워크숍은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갤러리, 중국 국가박물관 등 세계 12개국 박물관의 한국 담당 큐레이터 3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0월 4일부터 시작된 워크숍의 7일째 일정에 따라 이천을 찾았다.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의 테마는 ‘한국현대도예’. 조선관요박물관 최 건 관장의 강의에 이어 세계도자센터 관람,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의 조선관요박물관 관람까지 빠듯한 하루를 보냈다.
세계도자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2시간동안 이어진 ‘한국현대도예’ 강의는 빔 프로젝터를 통해 국내 대표 현대도예작가들의 작품을 투사하며 진행됐다. 최 건 관장의 설명과 통역으로 이어진 강의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세미나실은 시종 진지한 열기로 가득했다. 몇몇 큐레이터는 디지털 카메라로 빔 프로젝터 화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강의를 진행한 최 관장은 “워크숍에 참가하는 해외 큐레이터 대부분은 2~3권의 저서를 출간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며 연령층도 50대 이상”이라며 “그들에게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알리는 기회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 참가자들은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서 한국실 관련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순수하게 한국미술만 전공한 큐레이터는 아직 많지 않다고 한다. 큰 범주에서 보면 대부분 아시아 미술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관련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미술 담당 큐레이터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알려왔다.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올해 워크숍의 주제는 ‘한국 근현대미술(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Art)’. 해외 각국에서 날아온 참가자들은 한국 근현대미술 전문가의 강의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공예비엔날레, 리움미술관, 이천세계도자센터 등 전시관 관람 등을 통해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소개 현황’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 한국미술이 어떻게 알려지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도 가졌다.
이같은 워크숍은 최근 해외박물관의 한국실이 크게 증가했으나 정작 한국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아직 많은 박물관에서 중국실이나 일본실, 또는 아시아실 담당 큐레이터가 한국실 담당을 겸임하는 까닭에 우리 미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큐레이터 교류의 물꼬를 트다
현재 한국실을 설치한 세계 유명 박물관은 50여 개. 여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올해 12월 미국 휴스턴박물관과 2008년 미시간대학교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80년 이전까지 15개에 불과하던 해외박물관 한국실 규모에 비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은 이러한 양적인 팽창에 걸맞는 질적 수준향상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박물관 한국실 전시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세계 각국의 한국미술 전문가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이천 세계도자센터에서 진행된 10일 프로그램에 참석한 큐레이터들은 “세계 각국의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큐레이터들과 깊이 있는 교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는 “한국 담당 큐레이터들은 재단의 워크숍에 대해 한국미술을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8년 동안 21개국 219명의 해외 큐레이터가 참가했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기획한 한국문화소개 프로그램도 3개국 10여 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Interview
Susan S. Bean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 한국실 큐레이터
한국은 세계도예문화 대표국가

세계인이 함께 하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하길

지난 2003년 세계도자기비엔날레에 이어 이번 워크숍을 위해 두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비엔날레 당시 전체적인 한국 도자기는 거의 다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시 찾은 이천 세계도자센터도 무척 흥미진진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비엔날레가 끝난 지 오래 지났지만 같은 장소에서 현재는 어떤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가 살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박물관 큐레이터답게 단순히 전시된 도자기를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시작품의 변화까지 읽어낸다는 것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큐레이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특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무척 기뻤답니다.” 그는 특히 이날 진행된 한국현대도예 프로그램에 대해 “강의와 세계도자센터 관람을 통해 한국이 세계 도예를 대표하는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소영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 큐레이터
워크숍 통해 세계 각국 학자와 교류

“한가지 테마를 집중적으로 강의하고 여러 전시를 둘러볼 수 있어 매우 효율적입니다. 특히 강의 뿐만 아니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좋았어요.”
맑은 가을 햇빛처럼 통통 튀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하는 이소영 씨는 지난 2003년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1984년 가족과 함께 도미한 그는 콜롬비아대학교를 거쳐 같은 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오랜 미국 생활에도 한국어는 서울에서만 살아온 사람보다도 잘한다. 한국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같은 입장에서 일하는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교류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죠. 이런 자극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큐레이터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만 진행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무척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한국미술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 만큼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각국 큐레이터들의 반응이 무척 좋은 편입니다.”
이 씨는 오전 강의를 마친 뒤 쉬는 시간에도 외국인 큐레이터와 국내 미술 관계자의 통화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설명해주는 등 남들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