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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서는 문화의 힘, 예술의 힘

개인적으로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미국 등 많은 나라와 대륙에서 연주를 했지만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중남미(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순회공연은 처음이라 많은 기대감이 있었다.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 첫번째 칠레 공연
이번 중남미 순회공연 인원은 총 23명으로서 공연단장인 필자, 그리고 풍물굿패 몰개 및 (사)민족음악원 단원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7명, 청어람무용단원 7명, 시나위 5명(대금, 아쟁, 가야금, 피리, 소리), 스탭 3명(음향, 조명, 행정)으로 구성되었으며 공연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다양한 맛과 멋을 느끼며 우리 문화예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음악의 다양한 리듬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타악(삼도사물놀이, 삼도설장구, 사물판굿), 우리 전통예술의 단아함과 정중동(靜中動)을 느낄 수 있는 전통무용, 우리음악의 다양한 선율을 느낄 수 있는 기악(시나위 합주)과 소리(민요, 구음)로 각 전통예술의 특징이 살아날 수 있도록 연출하여 구성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LA를 경유하는 대기시간을 합산하면 28시간, 하루 조금 더 걸려서 첫 공연지인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짐을 풀고 공연장 답사를 했다. 공연장은 카톨릭 대학의 행정건물 ─ 칠레에서는 각 단과대학이 지역 별로 위치하며 대학행정을 담당하는 건물이 따로 있었다 ─ 에 위치해 있었으며 공연을 위한 장소가 아닌 관계로 음향과 조명을 설치해야 했고 객석은 의자를 놓아 800석을 준비했다. 한국 보다 공연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있었으나 공연단 스텝들의 노고와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공연 당일인 다음날 음향, 조명 설치와 리허설이 진행되었고 저녁에 공연이 진행되었다. 객석은 현지 주요 인사와 각국 대사관 초청인사, 현지인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마침내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1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첫 공연이라는 출연진들의 긴장감과 생소한 문화예술을 접하는 객석의 긴장감 속에 공연의 1부 첫 프로그램인 ‘축원무’를 시작으로 ‘삼도설장고’, ‘삼도사물놀이’가 진행되었고, 곧이어 2부 프로그램인 ‘흥춤’, ‘시나위합주’, ‘사물판굿’의 순서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축원무가 시작되자 의상의 화려함과 춤의 단아함에 약간의 웅성거림 속에서 차분히 한국전통무용을 감상했으며 삼도설장고와 삼도사물놀이에서는 다양한 리듬과 역동성에 압도당한 듯 했다. 흥춤에서는 손이나 발, 몸을 약간씩 움직이며 연희자와 함께 호흡했으며, 시나위 합주에서는 마치 서양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진지하게 감상했고, 마지막 사물판굿에서는 상모와 부포놀음을 보며 신기해 하는 반응이었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를 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서 느꼈던 벅찬 감동
첫 순회지인 칠레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에 두번째 공연 장소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로 이동했다. 우루과이 공연장은 현지의 유명한 음악가 Sala Zitarrosa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800석 규모의 극장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극장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다음날은 개천절이어서 본 공연에 앞서 대사관 주최 리셉션에서 소규모 공연을 했는데,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외국에서 맞는 개천절의 의미가 새로웠다.
공연 전날 공연장 시설을 둘러 본 뒤 공연 당일 음향, 조명을 설치하고 리허설을 진행한 다음 공연에 들어갔다. 관객의 반응은 칠레와 다르지 않았으나 우루과이에서의 반응이 더 열정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 막을 내리고서 한참 후에 공연단 사진 촬영을 위해 무대 막을 올렸는데 그때까지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아 무대 막을 다시 내려야 했다. 시차적응도 없이 칠레에서의 첫 공연과 우루과이로의 새벽 출발, 공연에 지친 몸을 하루 쉬고, 다음날 세번째 공연지인 파라과이 아순시온으로 출발했다.
아순시온 비행장에 내리자 탁한 공기와 더운 바람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파라과이에서는 2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도착 당일과 다음날은 여독을 풀며 공연장 시설(음향, 조명, 무대)을 둘러보고 개인 연습시간을 가졌다. 공연장은 파라과이 중앙은행 대극장, 1200석의 규모로 극장이 큰 것에 비해 시스템이 열악한 편이었다. 공연 당일 음향, 조명 상황점검과 리허설을 마친 후 파라과이 학생들을 위한 1회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마치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가수의 공연에 와있는 듯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치고 열광하는 파라과이 학생들의 모습에 벅찬 감동을 느꼈으며, 내외빈 초대와 현지 일반인들을 위한 2부 공연 또한 성황리에 마쳤다. 1, 2회 모두 1200석의 객석이 거의 찰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마지막 공연지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제2의 도시인 코르도바시의 코르도바 국립대학교에 있는 800석 규모의 극장에서 한국 주간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더욱 뜻깊은 공연으로 기억에 남았다.특히 초청인사는 물론이고 공연이 끝나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던 대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현지 초청 관객 중 한 명이 공연이 끝난 후 “Wonderful, Beautiful, Elegance!”를 연호하다 공연의 감동을 표현할 더 적당한 말이 생각났다는 듯 “Incredible”이라고 외쳤다는 주아르헨티나 황의승 대사의 말을 듣고 “아! 우리가 그래도 저들의 가슴에 대한민국을 심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지며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해외 문화예술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이번 순회공연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공연을 통해서 느끼는 바이지만 세계를 하나로 아울러 같이 나누며 즐길 수 있고 외국인들의 마음에 행복하고 기쁜 추억으로 대한민국의 모습을 남기는데 문화예술만한 것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일본은 문화예술 행사 및 지원을 우리나라보다 2~3배 정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도 문화예술외교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던 칠레 현지의 교민 통역사의 말을 들으면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앞둔 우리나라도 해외 문화예술외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순회공연 내내 공연단과 함께 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칠레대사관, 주우루과이대사관, 주파라과이대사관, 주아르헨티나대사관 관계자 여러분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리고 힘든 공연 일정에서도 불평없이 나를 따라 준 공연단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