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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막의 별들을 난타하다

<난타>는 1997년 초연 이래 10여 년 동안 5개 대륙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대표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가 이제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대륙, 아프리카로 향했다. 아프리카 중동 공연 일정을 앞둔 공연단은 모두가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난타>는 비언어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라고 불린다. 말그대로 말이 없다. 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전통 연극에 비해 대사 없이 소리와 동작으로 이루어진 공연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국가 간, 민족 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의미 깊고 재미난 공연이다. 1997년 초연 이래 우리는 세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공연을 올렸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처음이란 단어는 설레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며 힘들어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발 디디는 아프리카 중동 공연 일정에 우리 또한 그런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카르타고의 뜨거운 야외 공연장을 달군 <난타>의 열기
세계 5대륙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한 <난타>가 그 마지막으로 여섯번째 대륙인 아프리카에 간다는 사실에 모두가 큰 의미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힘든 일정일 거란 생각도 했지만 과연 우리가 방문하는 나라의 공연 문화는 어떨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다. 어떤 상황과 어떤 환경이 우리를 맞을지 염려가 되는 가운데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날씨였다. 40℃를 넘나드는 날씨에, 그것도 야외에서 공연을 한다니 다른 건 생각도 못하고 오로지 더운 날씨를 이겨가며 공연 준비에 차질이 없게끔 해야겠다는 것이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튀니지의 카르타고에서 펼친 첫 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래도 생각 외로 스케줄 조율을 잘해가며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다. 특히, 튀니지 대사관 측의 협조와 도움이 매우 컸다. 원형으로 이뤄진 그 유명한 카르타고 유적지 극장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 또한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기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카르타고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우리 공연이 처음이라고 하니 강한 자부심이 들면서 기분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립 박수로 우리를 격려해주었다. 많은 아이들, 심지어 부모까지 무대에 올라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품들과 극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두드림의 소리들이 궁금했는지 그들은 이것저것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공연 관람 문화와는 조금 다른 그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니 어쩌면 대책 없이 행동하는 듯한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관객이 웃고 즐기는 모습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곳에도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이 공연되고, 사람들이 맘껏 공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연 문화 강대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행복과 추억을 심어준 라바트 공연
라바트 공연이 열리는 모로코는 아침 날씨조차 뜨거웠지만 그래도 바닷가에 근접한 나라다 보니 바람은 우리나라 봄바람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 또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듯 우리를 편안하게 대해주었다. 일찍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공연 문화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큰 불편함 없이 공연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비보이 공연 팀 또한 모로코에서 합류하여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공연을 펼쳤고, <난타>도 빠른 비트와 두드림, 재미있는 드라마 요소로 관객을 압도했다. 1,000석이 넘는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들은 한국의 공연에 대한 신선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로는 그것을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커튼 콜을 하며 관객 전체가 기립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외치는 모습들을 볼 때 벅찬 감동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즐거워하며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을 보며 ‘이런 공연 하나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아니 또 다른 꿈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행복과 추억은 어쩌면 하나의 단어인 것을…. 공연을 통해 우리가 그것을 심어준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지어졌다.

끈끈한 교민의 정으로 가슴 벅차 오른 오만에서의 추억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곳. 과연 우리의 공연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얼마나 즐거워할지 의문을 품게 되는 곳이 바로 중동 국가다. 그중에 오만이란 나라는 대부분 축구로 유명해진 나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만은 그것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잘 즐기는 나라인 것 같았다. 관심이 없는 듯하면서도 볼거리가 있으면 가족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사람들. 그곳에서 우리 <난타>와 비보이가 공연을 선보였다. 물론 이 공연 또한 높은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역시 공연 관람 문화는 우리나라가 최고인 듯하다. 그래서 더욱더 자부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오만에서는 살라라라는 곳과 수도인 무스카트에서 공연을 했다. 이곳에서도 기립 박수가 있었지만,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또 있었다. 다름 아닌 오만 곳곳에서 도로 건설과 에너지 자원을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인들. 사실 오만에 오면서 음식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막바지에 이곳에 오니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 그런데 한국에서 공연 팀이 왔다며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는 기업인들이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해주셨다. 모든 것이 귀한 나라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나눠주셨고, 우리 공연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찾아오시곤 했다. 하루가 걸려 우리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뵈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들한테 한국에서 공연하러 여기까지 와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알고 보면 오히려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기술로서 우리나라의 힘을 보여주고 있지않은가? 이것이야말로 큰 자부심이 느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손을 한번씩 잡아주신 대사님과 한국 기업체 관계자분들 그리고 오만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해드리고 싶다.
‘세계는 하나’라는 말. 이번 공연을 통해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목적과 목표는 하나, 그것을 위해 우리는 힘들어도 웃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공연을 위해 도와주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고, 해외 곳곳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시는 교민 분들과 기업인들 그리고 공연을 잘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튀니지 대사관 및 모로코, 오만 대사관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단 말을 이 글을 통해 다시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