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이주 노동자는 누구인가?

자신을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라고 생각하나요?
그런 적 없어요, 아뇨.

좀 더 듣기 편한 다른 표현이 있나요?
(잠시 멈춤)… 외국인 체류자(expatriate)라고나 할까…

왜 외국인 체류자가 이주 노동자보다 듣기에 더 편할까요?
모르겠어요. 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서울의 한 영어 강사와 가진 인터뷰(2009. 4)에서 발췌



‘Migrant worker’는 어떤 사람인가? 그 뜻을 엄격하게 살펴보면 답은 꽤 쉽다. 현대 용어로 ‘migrant’는 국경을 건너는 사람(넓은 의미에서는 나라 안에서의 이주자도 포함되어 야 하지만)을 뜻한다. 그렇다면 ‘migrant worker’는 취업을 목적으로 국경을 넘는 개인을 말하는 게 틀림없다. 이런 정의에는 서로 다른 국가, 사회 경제, 교육적 배경이 있고, 여러 가지 직업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들이 포함된다. 한국어로 ‘외국인 노동자(外國人勞動者, foreign worker)’나 ‘이주 노동자(移住勞動者, migrant worker)’는 명목상 직업 유형의 다양한 해석에 똑같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의 영어 강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migrant worker’, ‘foreign worker’ 혹은 이에 해당하는 한국어 용어는 개인이 자신을 묘사하는 언어에서나 학자와 국가가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그다지 광범위하게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재단의 연구 펠로십 지원으로 시작한 한국 이주자에 관한 조사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체한연구 펠로십 지원을 받은 나는 최근 한국 이주가 증가하고, 비한국인 거주자가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하 서울로 지칭)에 많아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좀 더 폭넓게 말해, 이 연구는 서울에 사는 일시적인 이주자 두 그룹의 도시 생활을 조사하는 것으로, 두 그룹은 위의 인터뷰와 같이 영어를 가르치는 개인 그룹과,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 최소한 학술 토론과 국가적 담론에서 보다 쉽게 ‘이주 노동자’ 혹은 ‘외국인 노동자’로 일컬어지는 일시적인 이주자 그룹을 말한다. 전체적인 연구 프로젝트의 목적은 한국으로의 다국적 노동 이동 과정, 국적과 사회 경제적 위치에 근거해 개인간 이동성이 어떻게 차별화되는가, 그리고 일상적인 서울도시 생활의 지리에 대한 의미 등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는 ‘영어 강사’와 ‘이주 노동자’의 삶을 학술적인 대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방법론적 과정에는 많은 동기가 깔려 있지만, 여기서는 그 중 두 가지를 강조하려고 한다. 첫째, 영어 강사와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같은 자리에서 논하는 것은 서로 연관된 이들의 한국 내 존재 이유를 두드러지게 한다. 사실 영어 강사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일로서,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한국의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반영한다. 이 시기에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 향상, 첨단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 제조 과정의 유연화가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비숙련 분야 노동력의 부족을 불러왔고, 저렴하고 소비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 외국 노동력으로 이 부족함을 채워야 할 필요성을 낳았다. 이러한 전개 양상과 더불어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종종 전 지구적으로 인식 가능한 문화 자본의 형태를 확보함으로써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개인, 민간 자본, 국가의 욕구 수준도 높아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어(아주 우수한 전 지구적 문화 자본) 교육에 대한 수요와 이에 따른 언어 교사들의 수입 필요성이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적 발전의 주요 기둥으로 암시되었다. 다시 말해, 이주 노동자와 영어 강사의 존재는 별개 과정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취업, 교육, 문화 자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변화하는 성향과 관계 속에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

영어 강사 역시 이주 노동자
학자들은 영어 강사 역시 이주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사소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설명 이 아니라, 영어 강사의 삶과 이주 노동자와 그들의 (무)관련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연구에서 조사한 대부분의 영어 강사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한국에 왔다. 물론 여행, 가족, 영어 교육에 대한 직업적 관심, 또는 단순히 충동적인 결정 등 다른 동기도 있지만, 대부분 주된 요소는 취직을 하고, 빚을 갚거나 단순히 더 많은 급여를 받으려는 경제적 필요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698명의 조사 응답자 중 대다수의 영어 강사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한국 체류 기간이 1년 미만인 응답자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거의 70%까지 올라갔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이들은 자신의 고향이나, 도시, 심지어 나라에서는 전문직이 부족하거나 취직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거나 고국의 가족을 부양한다거나 혹은 단순히 성공하려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조사 대상 영어 강사들의 출신국이었던 7개국(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 모두 고등교육은 점점 더 흔해졌지만 졸업을 해도 일거리가 없는 경우가 보통이고, 학생들이 전공 분야에서 취직을 하는 것은 더욱 더 드문 일이다. 여기에 더해 졸업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은 흔히 있었던 일로, 영어 강사들의 경제적 동기가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게 너무나 분명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 강사를 경제 이주자 또는 이주 노동자로 여기는데 익숙하지 않고, 흔히 여행자, 잠시 머무는 사람, 해외 체류자, 문화 경험을 하려는 사람 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경제적 동기는 놀랍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여행이나 문화 경험 같은 것들이 과거에는 영어 강사들의 일차적인 이주 동기였는지 모르지만, 현재에는 좀 더 직접적인 경제적 목표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으로부터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영어 강사와 이주 노동자의 삶을 학문적 토론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한국에서 이주와 다양성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이런 서로 다른 삶을 정렬해보는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국가가 이동성을 규제하는 서로 다른 방식과 여러 이주 주체가 지니는 권리와 책임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또한 이주자들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적인 지리, 그들이 살고 일하고 사교 생활을 하는 곳, 그리고 그들이 도시 공간에 좀 더 전반적으로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초점을 영어 강사와 이주 노동자 자체에만 맞출 필요는 없으며, 한국에서의 연구로만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논쟁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현대 이주자들의 다양한 뿌리와 경로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국가와 공통 용어의 단일한 범주를 포용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들을 차별화하는 정치를 조망하는 방법론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