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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탈리아, 창조적인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외교 수립 120주년을 맞이하여 2004년 제1차 회의를 로마에서 개최한 이래 올해 제4차 회의를 맞은 한・이탈리아 포럼이 지난 3월 15일 밀라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밀라노 시와 이탈리아 무역공사(ICE)가 공동 주최하고, 이탈리아 외교부 그리고 이탈리아 경제개발부가 공동 후원하여 어느 때보다 알차게 진행되었다.



금번 제4차 한・이탈리아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권영세 의원, 송민순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등을 비롯한 대표단과 김중재 주 이탈리아 대사, 강희윤 밀라노 총영사가 참석했고, 이탈리아 측에서는 주세페 모란디니(Giuseppe Morandini) 무역공사 이사장, 스테파니아 크락시(Stefania Craxi) 외교부 차관, 레티지아 모라티(Letizia Moratti) 밀라노 시장 겸 밀라노 2015년 엑스포 특별위원장 등 정부, 의회, 경제, 과학기술 및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여하여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폭넓고 진솔한 의견 교환을 통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폭넓고 진솔한 의견 발표와 집중 논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양국이 G20를 위시한 새로운 국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양자 관계를 수립해나갈 것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경제를 대표하는 밀라노 시에서 개최된 포럼에 걸맞게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상 및 과학기술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오전에 열린 전체회의(Plenary Session)에서는 조지오 나폴리타노(Georgio Napolitano) 대통령의 2009년 국빈 방문 등 한층 가까워진 한・이탈리아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한 전반적인 방향과 틀이 기조 발제자들을 통해 제시되었다. 모란디니 이사장 및 김성엽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의 인사말에 이어 진행된 기조 발제에서는 한・EU FTA, 무역 및 투자증진을 위한 양측 재계의 의견 교환과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그룹 형성에 관한 논의가 펼쳐졌다. 한편 발제자들은 한・EU FTA와 기본 협정(Framework Agreement) 체결을 통해 한국과 EU 그리고 이탈리아가 한층 더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크락시(Craxi) 외교부 차관은 최근 항공 협정의 체결로 더욱 가까워진 한국과 이탈리아는 통상, 투자, 과학기술, 글로벌 거버넌스 등 앞으로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들이 다양하며, 특히 국제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보다 제도적인 차원의 통상 및 투자 협력이 이뤄진다면 향후 양자경제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민순 의원과 아틸리오 이아누치(Attilio Massimo Iannucci) 이탈리아 외교부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장은 레바논 및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주요 분쟁 지역의 평화유지군 활동에 양국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천명했으며, 아울러 핵 비확산,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도 이탈리아가 많은 기여를 해주기를 희망했다. 김대식 외교통상부 구주국 심의관은 기후변화와 UN 개혁에 있어서도 양국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고,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은 에너지 및 환경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한국의 녹색 성장 전략을 소개하면서 신 성장 동력으로서 녹색 성장의 과제를 한국이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아드리아노 가스페리(Adriano Gasperi) 밀라노 엑스포 과학위원회 사무국장과 임성준 대사 그리고 미켈레 페리니(Michele Perini) 피에라밀라노 총재는 2012년 여수 엑스포와 2015년 밀라노 엑스포의 진행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양국의 경제 관계가 더욱 진전되어야 함을 확인했다. 모라티 밀라노 시장은 밀라노와 인천 그리고 여수가 모두 교통의 요지에 발달한 경제 중심지임을 지적하고, 엑스포를 통해 과학기술 협력을 비롯한 해양, 식량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임을 역설했다.
오후 프로그램은 3개의 개별 세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무역 투자, 문화 관광, 과학기술 협력의 주제들을 다루었다. 무역 투자 세션에서 아메데오 테티(Amedeo Teti) 경제개발부 국제통상국장은 한・EU FTA가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아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유럽집행위원회 측과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재승 고려대 교수는 한・EU FTA에 있어서 산술적 지표들보다 상호의 가시도 향상과 무역 및 투자의 원활화라는 비가시적 효과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한국과 이탈리아 간 상호 통상 관계의 장단점을 지적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의 구축을 위해 양자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디자인-디지털 산업’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을 제시했다.
문화 관광 세션에서 김석철 명지대 교수는 인천-송도에 밀라노 디자인 도시를 설립하는 강한 비전을 제시했다. 다비드 람펠로(Davide Rampello) 밀라노 트리아날레 대표는 디자인박물관 등을 비롯한 문화 상품을 개발할 것을 제안 했으며, 오지철 율촌 고문은 이탈리아의 앞선 관광산업의 경험을 한국이 발전적으로 수용하여 한국 방문 전략으로 연결하는 한편, 이탈리아 내에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을 주장했다.
레모 루피니(Remo Ruffini, ICRA 소장) 주재로 열린 과학기술 협력 분과에서 이상배 KIST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이탈리아 간에 5개 분야에서 교환 및 교류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조지오 스파다(Giorgio Spada)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그리고 이형원 인제대 교수는 천체물리 분야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간에 협력이 진행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양국 간의 과학기술 협력의 증진을 강조했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
이번 포럼에서는 전 세션 공통적으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IT 및 하이테크 분야의 정상급 기술력에 대한 인정은 향후 한・이탈리아의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평화 유지, 녹색 성장 등의 글로벌 이슈를 다루어나가는 데 쉽게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한국의 기술력을 융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제시는 경제 세션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문화 부문에서도 폭넓게 논의된 만큼 앞으로 이 과제를 보다 진전시킬 필요가 있음이 제기되었다.
또한, 전반적인 발표에 한국 측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음을 볼 수 있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많은 양자 포럼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 면에서나 수준에서나 한국 측 참가자들이 뛰어난 역량을 보이며 지식 강국의 면모를 보인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행사 다음날 밀라노 주요 일간지에 큰 비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본 행사 외에도 밀라노 시에서 여러 공식 방문 일정을 준비하여 짧은 시간 밀라노 시의 경제적, 문화적 자산들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했고, 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문화와 경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뛰어난 역량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양국 간 교류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단 내부에서도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라 할수 있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학, 과학, 예술 등 다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측의 경제, 과학, 문화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참가자들 사이에 깊은 유대와 지식의 공유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 포럼이 창출해낸 또 하나의 커다란 수확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포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한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들에게 참가단을 대표하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