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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와 LA에 울려 퍼진 21세기형 전통 판소리 ‘사천가’의 선율

프로젝트 그룹 ‘판소리만들기 자’가 지난 9월 25일과 28일 각각 시카고와 LA에서 ‘사천가’를 공연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21세기형 전통 판소리, ‘사천가’는 한국 전통 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선보이며 동서양 모든 관객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프로젝트 자’와 함께 떠난 이번 시카고・LA 순회공연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 예술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귀한 공연이었다. 시카고・LA 공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천가’의 작품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서양 문학을 최초로 판소리화한 것으로 소리꾼 이자람 씨가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쓰고 국악, 팝, 연극, 현대무용 분야에서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 그룹 ‘판소리만들기 자’를 통해 완성했다. 착하게 살고 싶어 하는 주인공 셴테가 착하게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는데, 전통 국악과 서양 음악의 현대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동서양 모든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카고 관객을 웃기고 울린 판소리의 매력
이자람 씨는 시카고 공연 하루 전인 9월 24일 노스웨스턴 라디오 방송(WNUR)의 ‘시카고 음악 실험(Chicago's Sound Experiment)’ 생방송에 출연하여 전통 판소리와 현대식 판소리 ‘사천가’를 30분 가량 소개했다. 월드뮤직 마니아가 주요 청취자인 이 방송은 다음날 ‘프로젝트 자’ 공연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홍보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공연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판소리의 매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적합한 공연장을 제공해 준 월드뮤직페스티벌 시카고(World Music Festival Chicago) 측의 도움이 컸다. 또한 ‘판소리만들기 자’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영문 자막은 공연 내용의 이해를 도와 외국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큰 역할을 했다.
이자람 씨는 모든 배역을 혼자 맡아 여러 등장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표현했는데, 그녀의 구성진 목소리와 뛰어난 연기력은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공연 후 시카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주 시카고 총영사관 허철 영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퍼졌다.
미국 월드 뮤직 페스티벌 시카고를 총괄하는 시카고시 문화부의 마이클 올로브(Michael Orlove) 씨는 “플라멩코가 삶의 희로애락을 춤으로 표현한다면, 판소리는 노래로 표현한다”고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얼쑤’ 추임새를 넣으며 소리꾼과 호흡을 같이 맞추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에서 플라멩코 무용수의 리듬에 맞춰 ‘올레’를 외치는 스페인 관객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에게 이보다 더 쉽게 판소리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판소리와 플라멩코를 비교해가며 외국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그의 지혜가 놀라웠다.



시대의 정서에 맞게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통 음악
LA 공연은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 문화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 LA사무소 한재호 소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시카고에서는 한국 문화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다면, 9월 28일 LA 한국문화원에서 펼친 공연은 한국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KAFE(Korea Academy For Educators) 교육 참가자와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마련한 공연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카고 관객들은 판소리라는 낯선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면, LA 관객들은 새롭게 변모한 현대식 판소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는 사천가를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할지 적잖이 고민했다. 이미 많이 시도되어왔던 국악 창작품, 퓨전 국악 등의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사천가’는 이 시대 정서에 맞게 현대적 연출 기법으로 만든 ‘21세기형 전통 판소리’이다”라고 이자람 씨가 설명했을 때, 나는 새로운 국악 장르가 탄생했음을 비로소 깨달았고, 그 순간 나의 고민은 풀렸다. LA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의미있는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추진한 이번 시카고・LA 공연은 ‘사천가’의 첫 번째 미국 공연이었던 만큼 공연단과 스태프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사천가’가 국제적 관심을 얻는 데 밑거름이 되었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미국에서 판소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판소리를 미국 월드뮤직 애호가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주신 시카고시 문화부 마이클 올로브 씨, 현지 공연을 위해 장기간 애쓰신 주 시카고 총영사관의 정기홍 영사,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재호 LA사무소 소장 그리고 공연 장소를 제공해주신 김재원 LA 한국문화원 원장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