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는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길거리를 조금만 걸어 다녀도 땀범벅이 되곤 했는데, 이제는 출퇴근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휴가철이 끝나니 기존 연구원 분들이 다시 출근하셨고, 새로운 연구원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름 인턴만큼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가을 인턴들도 출근했습니다. 새로 오신 인턴 분들 중에 한국인이 한분 계셔서 반가웠습니다. 3개월차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한국 싱크탱크, 정부 관계자분들이 허드슨 연구소에 방문하셔 미팅을 하였습니다. 상사이신 Dr. Cronin께서 한국 관련 미팅에 모두 참여하라고 하셔서 외교·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분들의 시각과,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였던 만큼, 한미관계의 향후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부터 한국의 국방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안건들이 다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국방정책 변화,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방안, 그리고 남북한/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국내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에 관해 궁금하였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러한 주제들이 다뤄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미국-북한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전문가분들의 분석들을 들으면서 공부한 것은 물론, 이 분석들이 미디어(주로 뉴스나 신문)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비교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전문가들 간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같은 싱크탱크에서 왔더라도 출신에 따라 분위기나 대화내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박사 이후에 바로 학계에 몸을 담은 연구원들과 정부 관료 출신인 연구원들은 대화의 스타일과 접근 방식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학계 출신 연구원들은 보통 이론적 틀을 중시하고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고, 관료 출신 분들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현실적 제약 요소들을 더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관료 출신 분들은 정치적 맥락과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대만에서 온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어 양안관계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현 중국-대만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제공해 주었고, 대만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또한 한국과 대만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양안관계와 대만 안보에 대해 많이 질문했는데, 제가 받은 인상은 대만에서 온 전문가들이 중국이 침공할 가능성을 정말 높게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봉쇄(blockade)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제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의 논리를 생각했을 때, 중국은 대만을 이미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데, 굳이 군사적/경제적 수단을 통해 자국 영토에서 불확실한 상황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고 여러 관점이 존재하므로, 여러 가지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7월 허드슨 연구소 공개 이벤트에서 만난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와 이번 달 초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방산관련 연구에 대한 질문이 있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1시간 정도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현 연구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한화 필리핀 조선소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다소 광범위했던 연구를 더욱 세분화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 아메리칸 액트 (Buy American Act)나 섹션 232 (Section 232) 같은 정책이 원자재 조달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한국 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 공급망을 어떤 식으로 구축할지 예상해 보고자 합니다. 이분이 조언해 주신 또 다른 소중한 내용은 미국에서의 커리어 발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셨습니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먼저 업계 내에서 평판을 쌓아야 하지만, 네트워킹을 하지 않으면 미국에서는 기회를 쉽게 얻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다양한 이벤트에 참석하고, LinkedIn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른 전문가들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커리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 디씨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교수님께서 KF의 초대로 미국 관세/통상에 대한 강연을 들을 기회도 있었고, 중동 안보 협력체, 일본제철의 미국 진출, 중국과 대만 관계 등 많았습니다. 이전에는 제 연구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행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모든 것이 상호 이어져 있는 복합적인 안보/정치/경제 상황이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