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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최수진 2개월차

  • 등록일 2025.10.17
상세 활동에 관한 표입니다. 작성자, 인턴십 분류, 기관명, 프로그램기간, 보고서 해당기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성자 최수진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미국, ART INSTITUTE OF CHICAGO
프로그램 기간 2025년 8월~ 2026년 2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2개월차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는 최수진입니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방대한 소장품과 수준 높은 전시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카고는 도시 전체가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미술관, 공연장,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번 두 번째 달 보고서에서는 기관에서의 주요 업무와 개인적인 여가 활동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1. 박물관 업무
    • (1) 특별전시 보조

      요즘은 내년 3월에 열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준비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이건희 기증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해외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전시될 작품의 한자 명문(inscription) 해석을 돕고 있으며 도록 원고 교정 작업(proofreading) 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 디자인이 구체화되는 단계라 관련 회의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존·복원가, 큐레이터, 전시 디자이너 등 여러 부서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시의 주제가 관람객에게 더욱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논의합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전시가 어떻게 실질적으로 구현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세밀한 디테일까지 고려되어야 하는지 배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시 설명글 하나를 두고도 수차례의 검토와 논의가 이어집니다. 한 문장의 길이와 문체, 사용되는 용어뿐 아니라 해당 문구가 어느 위치에, 어떤 높이와 크기로, 어떤 재질의 패널에 인쇄될지까지 세밀하게 결정됩니다. 조명 반사각과 글자 가독성, 관람객의 이동 동선에 따라 문장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또한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 역시 전시의 주제와 긴밀히 연결됩니다. 작품의 높이, 각도, 조명 세기와 방향, 배경 색상 하나까지 작품이 지닌 질감과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여러 부서가 의견을 나눕니다. 어떤 작품은 벽면과의 거리나 프레임의 재질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주기도 하므로, 실제 공간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 가장 이상적인 연출을 찾아갑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전시가 단순히 작품–큐레이터–관람객 사이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하나의 전시가 공간 자체가 살아 움직이며, 주제와 감정을 ‘경험하게’ 만들기 위해 훨씬 더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과 조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 과정 덕분에 관람객 역시 단순히 작품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조명, 텍스트, 동선, 공간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적 환경을 ‘몸으로 체험하는 존재’임을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습니다.


    • (2) 컬렉션 수집(Acquisition)

      Acquisition은 새로운 유물이나 작품을 미술관이 수집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장을 넘어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향후 전시와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 중이며, 이번 달에는 특히 평생도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회화를 중심으로 justification(작품 수집 타당성 보고서) 작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재의 학술적 가치를 해외 미술관의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 (3) 라벨 작성(Label Writing)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특별 전시 외에도 상설 전시실의 작품은 일정 주기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저는 다음 전시에 소개될 문자도와 화조도의 라벨 작성에 참여해 이번 달에 초안을 제출했습니다. 작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화조도가 단순한 장식화가 아니라 사계화조도(四季花鳥圖)일 가능성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분석한 결과, 오른쪽 첫 폭의 매화와 꿩은 겨울과 초봄, 세 번째 폭의 모란과 비둘기는 여름, 다섯 번째 폭의 국화는 가을을 상징하는 등 계절의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자연의 순환과 더불어 부부의 조화, 가정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합니다. 이에 따라 라벨에서는 사계의 변화를 표현한 구성과 더불어, 화조도가 지닌 조화와 길상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현재 해석의 정확성을 위해 작품 실물 열람을 관련 부서에 요청해 둔 상태입니다.

    • (4) 교육 및 관람객 프로그램(Education and Public Engagement)

      시카고는 10월이 새 학기의 시작으로, 도시에 점차 활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한 예로, 시카고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제 담당이신 지연수 선생님이 진행 중인 한국 미술사 수업의 학생들이 미술관으로 필드 트립을 와 제가 이들을 인솔했습니다. 지연수 선생님의 투어를 함께 들으며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전시 해설의 구성과 전달 방식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는 11월에는 피오리아 미술후원회(Fine Arts Society of Peoria) 방문단을 대상으로 한국 갤러리 투어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어서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연수 선생님의 투어를 진행중이다, 학생들이 작품해설을 듣고있는 모습

    • (5) Fall All-Staff 미팅 참석

      AIC의 Fall All-Staff 미팅에 참석하였습니다. 분기마다 전 직원이 함께 모여 주요 현안과 향후 목표를 공유하고,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통해 기관의 방향성과 운영 원칙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기 미팅은 구성원의 미술관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입장권 발권, 카페, 레스토랑 등 서비스 직군 직원들이 해고 위기를 겪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미팅과 같은 기관 전체의 교류가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조직 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시카고 내 정치적 긴장 속에서, 미술관이 직원과 방문객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는지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이 오간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Fall All-Staff 미팅에 참석했다. 무대에서 강연이 진행중이다

    • (6) Gustave Caillebotte: Painting His World 전시 관람

      AIC에서 진행 중인 Gustave Caillebotte: Painting His World 전시를 관람하였습니다. 전시 종료를 앞두고 찾아가 작가의 회화,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도시적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경계를 탐색하는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이 매주 화요일 휴관인 점을 활용해, 비교적 조용한 시간에 혼자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에도 새로운 인턴들이 많이 합류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인턴들을 중심으로 한 워크숍, 강연, 네트워킹 미팅 등이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라 기대가 됩니다.

      시카고의 풍경

  • 2. 개인 여유 활동

    두 번째 달에 들어서며 시카고 생활에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의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다음 달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시를 경험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경험을 소개드리겠습니다.

    • (1) 대한민국 국경일 행사 참석(Participation in the Korean National Day Reception)

      주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초청으로 대한민국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행사는 시카고 시청 인근의 시카고 컬처럴 센터(Chicago Cultural Center) 에서 열렸으며, 특히 내부의 티파니 돔(Tiffany Dome) 아래에서 진행되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사에는 시카고와 인근 지역의 한인 사회 인사들과 현지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했고, 한국의 전통음악과 합창이 미국 땅에서 울려 퍼지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이국의 땅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그 노력의 일원으로서, 한국 문화와 미술의 가치를 현지에서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대한민국 국경일 행사, 판소리가 진행중이다

      대한민국 국경일 행사, 많은 관광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 가을 야외시장 방문(Visit to the Green City Market)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여러 야외 마켓을 찾아보았으나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중 유일하게 열려 있던 그린시티마켓(Green City Market) 을 방문했는데, 아직 완전히 철수하지 않아 계절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린시티마켓은지역 농부와 생산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시카고 최대 규모의 파머스마켓으로, 신선한 식재료와 수공예품, 간단한 간식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문화와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린시티마켓, 당근들이 즐비되어 있다

이번 달은 기관의 다양한 부서 운영과 전시 현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미술관이 하나의 유기적 조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배운 점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보다 넓은 시야로 기관의 역할을 탐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