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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북한 가상화폐 프로젝트 업무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간 관련 자료 수집, 분석, 검증을 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월 초에 있던 회의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뤄지고 평소에 관심이 가던 분야였지만 이렇게 가상화폐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회의에서 논의해 본 경험은 처음이라 재미와 의미 모두 있었습니다.
회의 이후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이스라엘에서 오신 경제학자분께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셨습니다. 북한의 가상화폐 활동을 국제 뱅킹 시스템의 관점에서 다시 분석해보자는 것이었는데, 특히 가상화폐를 실제 현금으로 전환하는 캐시아웃 과정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자고 하셨습니다. 어느정도 수준까지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금융 제재 회피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이 업무를 통해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많은 부분이 있지만 사실을 검증하고 교차 확인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잘 된지는 모르겠으나, 가상화폐의 기술적 내용과 현금화 하는 지점들의 지정학적 맥락을 최대한 쉽게 풀어내어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 용어를 일반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과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요약하는 스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상사이신 Dr. Cronin이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미팅시에 많은 신경을 써 주시는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회의/행사
여러 기관들과 비공개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큰 주제는 한미동맹, 중국, 북한, 일본 관련 이였습니다. 허드슨 연구소에 와서 미팅을 하며 다시 한번 느낀 점은 미국 싱크탱크들은 정부 관련자들에게 메세지 전달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예전 보고서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싱크탱크들이 전략 수립 뿐만 아니라, 공식 외교 채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민감한 메시지나 정책 제안들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니,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정책 결정 구조였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계획이나 정책을 검토하고 실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과 전문성을 가진 싱크탱크들이 여러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들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나 싶습니다. 정부는 마치 정책 시장(market)에서 쇼핑하듯,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부터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까지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제시하는 정책 제안들을 검토한 후, 당시의 정치적 맥락과 필요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옵션을 선택하여 채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권 정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싱크탱크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다양한 행사도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장관급 인사들이 정말 많이 오시고 대부분 각 나라의 이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를 하셨습니다. 또 허드슨 연구소는 점점 미디어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슈들을 행사에서 많이 다루기도 합니다. 홍콩 이슈, 인권 이슈 등을 다루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당장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이슈들을 계속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이 싱크탱크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각종 행사를 통해 관찰한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체계적인 일본 (대사관/기업) 관계자들의 참여 였습니다. 아시아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유럽, 중동 관련 세션, 그리고 안보부터 경제, 기술, 군사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불문하고 일본에서 오신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23년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때의 상황을 내부자의 시각에서 전해주신 행사가 있었는데 일본에서 오신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어떤 목적이 있으신지, 어떤 생각을 가지신것 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정보 수집 활동 인것 같습니다.
- 일상 생활
Hudson Political Studies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여하였습니다. Hudson Political Studies는 허드슨 연구소 내의 교육기관이며 professional을 위한 워크샵과 학부 학생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처음엔 지원 과정을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지원 에세이를 제출한 후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 했고, 그 다음엔 2차 인터뷰까지 거쳐야 했습니다. 나중에 담당자에게 들어보니 평균 합격률이 30%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워크샵은 연 3회 정도 열리며, 여름에는 학부생 대상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합격하면 참가비는 없으며, 학부생들에게는 소정의 지원금도 제공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싱크탱크에서는 이런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데, 허드슨이 이런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차세대 정책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허드슨의 철학과 방법론을 전파하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the Arsenal of Security: Competing Through Industrial Policy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1월 14일 금요일 오후 5시 부터 16일 일요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컨설팅, 싱크탱크, 투자은행 등에서 3-5년차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하루 종일 미국 관세 정책의 역사적 변화와 관련 연구들을 읽고 토론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앞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각자 백악관 대통령 보좌관, 상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아 실제 정책 결정 과정을 체험했습니다. 중국과의 분쟁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각자의 입장에서 논의하고 협상하는 과정이 매우 현실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시뮬레이션 진행을 맡으신 분이 전직 CIA 요원이셨는데 대답도 잘 해주시고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을 많이 얘기해 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워크샵 후에는 리셉션을 열어 주셨고, 예전에 진행된 모든 참가자들을 초대해 동문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35-40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허드슨 연구소가 단순히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책 전문가들의 커리어 발전을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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