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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최수진 4개월차

  • 등록일 2026.01.30
상세 활동에 관한 표입니다. 작성자, 인턴십 분류, 기관명, 프로그램기간, 보고서 해당기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성자 최수진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미국, ART INSTITUTE OF CHICAGO
프로그램 기간 2025년 8월~ 2026년 2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4개월차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는 최수진입니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방대한 소장품과 수준 높은 전시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카고는 도시 전체가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미술관, 공연장,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번 네 번째 달 보고서에서는 기관에서의 주요 업무와 개인적인 여가 활동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1. 박물관 업무
    • (1) 컬렉션 수집(Acquisition)

      이번 달에는 연말 New Year Gift를 대비한 신규 기증 유물에 대한 justification 작업에 새롭게 참여했습니다. 해당 작업은 시카고 지역 컬렉터의 기증 컬렉션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The MacLean Collection에 포함된 한국 유물 조사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맥린 컬렉션은 시카고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가 Barry MacLean이 약 50여 년에 걸쳐 형성한 개인 소장품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5,000점의 아시아 유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도기, 청동기, 석기라는 세 가지 매체를 중심으로 하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물이 주를 이루고, 그 외 아시아 각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들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한국 유물이 Art Institute of Chicago에 기증되었으며, 이는 기존 한국 미술 컬렉션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는 삼국시대 토기와 조선시대 청동기 등을 중심으로 제작 시기, 용도, 조형적 특징에 대한 기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유물들이 박물관 소장품으로서 지니는 학술적·전시적 가치를 justification 문서에 정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 (2) Private Tour

      이번달에 저는 상징주의(Symbolism)를 주제로 한 판화 전시 Strange Realities: The Symbolist Imagination 프라이빗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상징주의는 공통의 기법이나 중심지를 공유하지 않는 사조로, 작가마다 과거·미래·내면 세계 등 서로 다른 방향에서 상상력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규정불가성’ 덕분에, 큐레이터는 전시장 안에서 매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하나의 흐름 안에 엮어 제시할 수 있었고, 전시는 상징주의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번 투어는 여러 부서의 인턴들이 함께 참여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전공과 관심 분야가 서로 달라, 전시를 바라보는 질문의 결도 다양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시장 벽 색깔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프레임 선택이 전시 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로 다른 시대·작가·매체가 혼재된 전시에서 통일감을 어떻게 확보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제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전시 구성 요소들을 다시 보게 했고, 전시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3) In-Person Intern Program: Workshop

      In-Person Intern Program 워크숍 가운데서는 Conservation and Science 세션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수업은 박물관이 단순히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재료와 기법, 시간의 흔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진행된 사례로는 피카소와 모네 작품에 대한 과학 분석을 통해 제작 과정과 화면 수정의 흔적을 밝혀낸 연구가 소개되었으며, 이러한 분석이 작품 해석과 미술사 연구에 새로운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러한 보존과학 연구가 실제 전시로까지 확장되어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Renoir’s True Colors: Science Solves a Mystery 전시는 과학 분석을 바탕으로 회화의 원래 색채를 가상으로 복원하고, 현재의 상태와 나란히 제시함으로써 시간에 따른 변화와 보존의 의미를 관람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보존과학이 전시의 부차적 정보가 아니라, 전시 서사 자체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느껴졌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향후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는 Grainger Center for Conservation and Science는 큐레이터와 보존과학 부서의 협업을 한층 강화하는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연구·분석·전시·교육이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센터는, 작품의 완성된 결과뿐 아니라 형성 과정과 물질적 특성까지 함께 전달하는 전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AIC의 향후 보존과학 및 전시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워크숍은 Provenance Research를 다룬 세션이었습니다. 박물관·미술관에서 말하는 provenance research는 한 작품이 언제, 누구에게 소유되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의 소장처에 이르렀는지를 추적·검증하는 연구입니다. 이는 단순히 소장 이력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지나온 역사 속에서 발생했을 법적·윤리적 문제까지 함께 검토하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재는 단순한 오브젝트가 아니라 역사적 기억과 폭력의 흔적을 지닌 증거로 인식되며, 잘못된 취득은 환수 또는 반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큐레이터에게 필수적인 연구 영역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4) TBM Forum – Jennifer, Where Are You 16mm Film Screening

      Jennifer, Where Are You 의 한장면1

      Jennifer, Where Are You의 한장면2

      인턴십 프로그램 외에도, 미술관 내부에서는 부서 간 협업과 정보 공유를 위한 포럼이 정기적으로 마련됩니다. 이번 달에는 TBM Forum: Jennifer, Where Are You 16mm Film Screening에 참여해, 필름 기반 작품을 미술관이 어떻게 수집·보존·상영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ModCon, Time-Based Media(TBM), AVS 부서가 함께 준비한 자리로, 1981년에 제작된 레슬리 손턴의 16mm 실험영화를 실제 필름으로 상영하며 디지털 버전과 비교해 보여주었습니다. 필름 릴이 돌아가는 소리와 화면의 미세한 깜박임, 물질적 감각은 디지털 영상과는 분명히 다른 감상 경험을 제공했고, 시간 기반 매체의 보존이 왜 중요한 문제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 분야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이 다루는 매체와 보존의 범위를 폭넓게 인식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5) SAMSUNG TOUR

      이번 달에는 다가오는 한국 특별 전시와 오프닝 이벤트를 대비해, 주요 후원사인 삼성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미술관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삼성은 Korean National Treasures: 2,000 Years of Art 전시의 주요 기업 스폰서로, 전시 개막과 함께 열릴 오프닝 이벤트를 시카고 미술관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전시 개막에 앞서 전시 공간과 행사 동선을 사전 점검하고, 기관과 후원사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해당 일정에는 삼성전자 북미 지사 임원진과 한국 본사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으며, 제 슈퍼바이저인 지연수 선생님께서 비즈니스 트립 일정으로 현장 참여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아 부서장인 TaoWang과 함께 투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가 열릴 Abbott Galleries를 중심으로 오프닝 이벤트에 활용될 주요 공간을 직접 안내하며, 전시 기획의 배경과 기관 차원의 의미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를 통해 인턴으로서 연구 및 전시 준비를 넘어, 기관의 대외 협력과 파트너십 관련 업무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 2. 개인 여유 활동
    • (1) The Nutcracker – The Joffrey Ballet

      The Nutcracker 공연 엔딩 모습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시카고의 문화적 특색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The Joffrey Ballet의 The Nutcracker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제프리 발레단은 시카고를 대표하는 발레단으로, 클래식 레퍼토리와 현대적 해석을 균형 있게 선보이며 미국 발레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발레단의 The Nutcracker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원작과 달리, 이야기를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를 배경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박람회장과 당시 시카고의 도시 풍경이 무대 미술과 의상에 반영되어 친숙한 서사 안에 시카고만의 역사적 맥락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집약되었던 만국박람회의 분위기가 환상적인 무대 장치로 구현되며, 작품의 스케일과 서사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안무 면에서도 미국 발레 특유의 힘차고 역동적인 동작이 두드러졌으며, 군무의 에너지와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익숙한 작품이지만 지역의 역사와 결합된 해석을 통해 전혀 다른 감상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카고를 가장 시카고답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 (2) Sing-A-Long at the Music Box Theatre – White Christmas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시카고 현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화 행사를 경험하고자 Music Box Theatre에서 진행되는 Sing-A-Long 상영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상영 도중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대사를 따라 외치며 영화를 즐기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영화 관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상영이 시작되기 전, 산타가 깜짝 등장해 관객들과 함께 캐럴 메들리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후 빈티지 크리스마스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이번에 관람한 작품은White Christmas 였습니다. 상영관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질 만큼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히 특별한 이벤트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시카고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즐겨온 지역 문화의 한 단면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 속에 잠시 섞여 들어간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연말의 시카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오너먼트가 주렁주렁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