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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업무
• 수업
기말 고사와 성적 처리를 포함한 이번 학기의 모든 학사일정이 12월 중순이면 끝나기 때문에, 이번 달은 수업보다는 여러 가지 평가 과정 및 그와 관련한 처리로 바빴던 것 같습니다. 외국어 수업이라는 특성상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필기 시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시험을 봅니다. 여기에는 팀 프리젠테이션과 개인 프리젠테이션, 인터뷰 등이 포함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또는 중간 점검을 받고 싶을 때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저는 맡은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들이는 시간이 많아도 크게 불편하거나 버겁지 않았는데, 제가 놀랐던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적극성이었습니다. 초급 수업, 중급 수업 할 것 없이 학생들 대부분이 단순히 자기가 준비하고 그것을 가지고 바로 평가받으려 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을 확인받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님의 중간 단계에 있으면서 해당 과목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의 역할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흐뭇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며칠 동안은 교수님이 그동안의 과제와 평가 결과를 모두 종합하여 처리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학기가 끝났고, 저는 후련함과 동시에 앞으로 남은 한 학기에는 이번에 겪은 시행착오들을 개선해서 좀더 수월하게 진행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 행사
지난 보고서에서 잠시 소개했었던 ‘Korean corridor’ 프로그램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여기에서 전반적인 총괄 업무를 맡은 사람은 인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자치 공동체이므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이번 학기에 아주 좋은 구성원으로 꾸려져서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로 지속되고 있는 Korean corridor에서는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행사를 꾸려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는 저를 포함한 학생들끼리 익명으로 ‘마니또’ 행사를 해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고, 학기 내내 한 달에 한 번 꼴로 한국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Movie night’ 행사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더라도, 공동 거실에 모여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보거나 한국 노래를 감상하고 따라 부르며 휴일 저녁을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달 초에는 웰슬리 대학교의 총장님을 초청하여 학과 차원에서 문화 교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행사는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전공이 함께 주최하였는데, 초밥 만들기를 체험해 보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에는 학생들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노래로 공연을 선보이고, 총장님께 각 언어의 간단한 인사말을 짧게 가르쳐 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 생활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미국 대학의 특성 상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극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숙사를 비우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여행을 합니다. 따라서 그때에는 학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 집니다. 특히 계절학기가 시작되는 1월 초 전에는 캠퍼스에서 사람을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저는 1월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12월 말에는 기숙사에서 조용히 지내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라서 외롭거나 쓸쓸한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보스턴에는 유례없는 추위와 폭설이 찾아와서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었는데, 덕분에 저는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며 기약 없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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