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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은희 2개월차

  • 등록일 2022.11.04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이은희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로그램 기간 2022년 9월 ~ 2023년 2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2개월차
내용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은희입니다. 2개월 차 보고드립니다.

 

펠로우 및 미술관 내 활동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한 번씩(수요일) 펠로우들을 위한 오전/오후 세션에 참가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오전 세션으로는 뮤지엄 아카이브를 담당하고 계시는 Jim Moske 선생님과의 토크와 컬렉션 및 행정 관련 부관장인 Andrea Bayer 선생님과의 토크 시간입니다. 다양한 컬렉션과 갤러리가 있는 Met에서는 어떤 자료들을 수집하고 또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궁금하였는데, Jim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기관이 큰 만큼 수집하는 자료의 양과 성격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설명을 듣다가 아카이브 규모와 인력을 고려했을 때 자료 정리에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대답으로는 Met 아카이브 부서에서는 펀딩과 홍보, acquisition과 같은 시간이 촉박한 일과, 텀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 일을 나누어서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덜 촉박한 일 안에서도 Long term과 Short term을 구분해 일을 진행시킨다고 답변주셨습니다. 여전히 그 모든 아카이브를 어떻게 관리하시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미술관에 비해 아카이브 자료 정리의 실적과 양, 시간에 대한 압박은 적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해주신 말씀 중에, Met 아카이브실은 아트 딜러의 기록도 수집한다는 점과 legal office와 많은 경우 같이 일한다는 점이 한국에서 본 사례와는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펠로우 오전 세션을 통해 미술관 이곳저곳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매우 값진 것 같습니다. 미국 미술관은 대부분 Fund를 기부와 후원, 자체 사업을 통해 해결하기 때문에 한국 미술관과 system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전시 하나를 기획해도, 행사 하나를 기획해도 거의 모든 부분에 기부자들의 후원이 뒷받침됨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이, 다른 한 편으로는 그 fund들을 다 끌어오려면 얼마나 노력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더불어 요즘 근무하면서 받는 인상은 Met에서는 부서 간의 협력이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미술관의 안팎의 일을 서로 잘 소통하며 나누는 ‘드문’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시를 열 때마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담당 큐레이터가 curatorial talk를 여는데, 전시 준비까지의 상황과 전시 내용 등을 발표하고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집니다. 다른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 전시팀은 어떻게 전시를 만들어왔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를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기에 멋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예로는 앞서 잠깐 언급한 컬렉션 관련 부관장이신 Andrea 선생님과의 펠로우 토크 세션이 있습니다. Met에서는 작품 구입 시 작품을 둘러싼 윤리적인 문제, 법적인 문제를 먼저 조사하고 신중히 심사한다고 합니다. 또한 작품의 구입을 진행하려는 큐레이터가 미술관내 동료들에게 acquisition을 위한 발표를 하고 사람들이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는 별도의 회의가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작은 것 부터 큰 일까지 이 미술관에서는 많은 일을 오픈해서 진행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



10월 12일 Patrons Lounge에서 열린 펠로우 환영회


10월 12일에는 펠로우 활동의 일환으로 펠로우 환영회가 있었습니다. 각 펠로우들의 수퍼바이저나 다른 부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함께 축하해주었는데, 간단한 음식과 술을 곁들여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도 용기를 내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시는 큐레이터, 보존과학 분야 선생님 두 분과 교류하며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펠로우 활동 외에 미술관에서 열리는 여러 온라인 행사들도 참가하였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큐레토리얼 토크를 비롯하여, 현재 미술관을 둘러싼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태프 세션, 그리고 저희 부서 행사인 Friends of Asian Art의 일환으로 Joseph 선생님의 온라인 전시 설명 프로그램을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행사를 들으며 조셉 선생님의 간결하지만 깊이 있고 풍부한 정보 전달 능력에 감탄하였습니다.

 

업무

이번 달도 현수아 선생님께서 주시는 여러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다음 전시를 위해 참고문헌을 비롯한 다양한 조사와 정리, 선생님이 보실 책들의 스캔, 선생님 사무실에 모여 있는 다양한 서책들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작성하는 것 또한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달 업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전시 « Jegi: Korean Ritual Objects»의 Press Release 한국어본 교정 작업입니다. 제가 교정을 하려고 보니 Met의 보도자료 문체가 ‘-습니다’로 끝나 이를 선생님께 보고드렸습니다. 보통 한국 미술관의 보도자료가 ‘-이다’와 같은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이를 설명드리게 위해 한국 미술관에서 받은 국문 보도자료 샘플들을 몇 개 취합하여 선생님께 공유해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러한 내용을 홍보팀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하였고, 함께 회의하는 시간을 거쳐 결과적으로 보도자료 문체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씀 올린 부분을 현수아 선생님께서 흔쾌히 받아들여 주시고 다른 부서 선생님과의 상의를 통해 반영이 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어 작지만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왓슨 라이브러리 출입문



그 외에 선생님과 제기전 작품 교체를 위해 관내 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를 하였습니다. 이번에 교체될 조선시대 자수 병풍에는 중국 청동기 유물이 새겨져 있는데, 해당 병풍을 통해 조선 시기 실학과 함께 대두된 금석학의 유행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병풍에 수 놓아진 약 40여 점의 청동기 이미지가 중국에서 저술된 금석학 책에도 나오는지를 선생님과 함께 하나하나 대조하며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먼저 Watson의 보존실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왓슨에 소장된 책 및 저희 부서에 소장된 책의 상태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전시에 사용될 책의 로테이션 일정을 두고 현수아 선생님과 보존부서 선생님들이 의사소통하시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보존실 선생님께서 해당 부서 소관인 책뿐만이 아니라 저희 부서 소관의 책 또한 세심히 챙기시는 것을 보면서 본인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으시다는 것과 met에서는 부서 간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병풍-책 대조 작업을 하면서 전시되는 작품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같은 부서의 중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분들에게 여쭤보니 중국에서도 금석학 책에 나온 이미지들을 모아 병풍은 만든 이러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타국으로부터 수용한 문화, 이미지를 새롭게 범주화하여 재창조하는 선조들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배울 때 조선 후기의 학자들이 금석학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고 간략하게 읽고 지나쳤던 사실을 미술이라는, 그것도 자수 병풍이라는 뜻밖의 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