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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박물관]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성다솜 6개월차

  • 등록일 2018.08.27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성다솜
인턴십 분류 박물관 인턴십
파견기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파견기간 2018년 2월~ 2018년 7월 (총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6개월차
내용
안녕하세요, V&A에서 근무중인 성다솜입니다. 2018년 7월 한 달간의 업무를 보고합니다.

한국의 정원에 관한 글
한국의 별서정원에 관한글을 퇴고하였습니다. 해당 글은 미술 잡지 Orientations에 실릴 예정입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 선생님과 함께 공동 저작한 결과물을 얻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정원에 관해 거의 알지 못하던 상태에서 공부해가며 글을 쓰게 된 것이었기때문에, 깊이있는 내용보다는 별서정원과 그 조영자인 선비에 관한 소개 글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정원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관 전시 교체 작업
2월에 인턴을 시작하면서부터 준비했던 한국관 전시 교체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실의 여러 진열장 중 3곳의 전시 디스플레이를 변경하는 계획으로 전시 교체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기존에 노리개가 전시되던 작은 진열장의 교체가 시급하여 해당 진열장의 노리개 전시를 철수하였습니다. 작품 보존을 위한 박물관의 규정 상 섬유 작품은 일정기간 이상 전시되지 못하도록 되어있으나, 노리개의 경우 지정 기간을 넘겨 오랫동안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작품의 변색 등을 막기 위해 수장고로 돌려 보냈습니다. 대신, 복주머니에 담긴 길상의 의미를 주제로 하여 세 가지 복주머니를 동일한 진열장에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1992년 한국실을 열고 난 뒤 한 번도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금속 진열장의 일부를 은입사 기물로 교체했습니다. 은입사는 크게 두 가지 기법이 있는데, 단단한 금속 판에 문양을 조각하여 은 선을 감입하는 상감 기법인 끼움입사기법과 금속 혹은 철판에 촘촘하게 조이질을 하여 거친 표면을 만든 뒤 그 위에 은선으로 도안을 올려 부착하는 쪼음입사기법이 있습니다. 상태가 훌륭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은입사공예품, 고려시대의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 현대 은입사 공예품 등 V&A 소장품에 두 가지 기법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시들이 있어 금속 입사기법에 관한 전시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은입사 금속 작품 전시 모습
은입사 금속 작품 전시 모습

세번째 진열장 역시 1992년 이후 교체되지 않았던 신라 토기가 전시되어있던 곳으로 기존의 유물들을 꺼내어 수장고로 보내고, 조선 후기의 모자에 관한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방대한 텍스타일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V&A 박물관은 텍스타일/패션을 주제로 한 전시들이 매 해 가장 많은 유료 관람객들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텍스타일에 관해 지속적으로 연구의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에 한국실 역시 한국 섬유류를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한국 컬렉션에 섬유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이번 전시는 우선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던 모자, 머리장식 및 해당 복원품들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한국에 방문한 서양인들이 남긴 견문록을 보면, ‘조선은 모자의 나라’, ‘조선 사람들의 모자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거의 모든 상황마다 각각의 모자가 존재한다.’ 등 모자에 관한 흥미로운 언급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능적인 목적 뿐 아니라 예의, 격식 등을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모자들이 그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서양인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입니다. 20세기 초에 한국을 방문했던 서양인들이 조선의 모자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 처럼 V&A의 전시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들에게도 여전히 조선시대의 다양한 모자들이 흥미롭게 다가오길 바라며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 중 여러 부서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물관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매우 섬세하고 철저한 방식으로 유물을 관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으며, 한국에서는 빨리 빨리 처리될 일들도 몇 달에 걸쳐 철저히 확인해가며 업무를 준비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많았는데, 뒤돌아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업무를 체크해주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일을 분담하여 꼼꼼히 진행하는 방식의 장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 교체 당일 모습
전시 교체 당일 모습

한국관 전시 교체를 위해 여러 달 동안 고민했던 결과물을 직접 보고 떠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몇가지 한계가 있었는데 우선 복도에 위치한 한국관 전시실의 좁고 긴 진열장에서 작품의 배치를 구성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박물관 컬렉션에 있는 유물 종류가 한정되어있어 그 안에서 주제를 선정하여 작품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문화재 반출 금지법으로 인해 해외 박물관이 100년 이상 된 한국 유물을 국내에서 반출하여 소장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문화를 알릴수 있는 좋은 공예 기술과 그 예시 작품들을 해외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넓힐 방법을 고민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에서 여름이 될 때까지 런던에서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6개월은 짧은 시간인지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박물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인턴십 기간 내내 매일 매일 즐겁게 출근했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운좋게도 좋은 동료들과 훌륭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