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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한국!

시간이란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한국에 도착했던 첫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6개월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가 처음 한국에서 느꼈던 것은 외로움과 자신감 상실이었다. 나는 늘 가족과 친한 친구들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데 익숙해 있었다. 베트남의 고향에서는 슬픔은 물론 행복까지 나누던 친구들이 있었다.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이들은 언제나 내게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
서울에 도착해 반년간 머물며 연구할 숙소의 문을 열었을때, 갑작스러운 고독감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내가 머무를 훌륭하고 아늑한 방을 미리 준비해 놓았는데도 그랬다. 그 순간 ‘한국에서 어떻게 혼자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6개월의 기간은 짧은 게 아니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문득 내가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대해 모르면서 어떻게 한국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같은 숙소에 있는 다른 KF 펠로들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때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어디선가 연구를 하고 있거나 시내 관광 또는 쇼핑을 하러 밖에 나간 것 같았다.
나는 주저 없이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 역으로 갔다. 이곳이 쇼핑하기에 아주 좋고, 특히 괜찮은 먹을 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청량리 역에 도착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길을 잃고 말았다. 방향에 신경 쓰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처음 내가 들어왔던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갔던 것이다. 영어로 길을 물어봤지만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적잖이 당황했다.역까지 되돌아가는 길을 찾아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도 젊은 아가씨가 버스를 타고 역까지 가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낙담한 채 간신히 숙소로 돌아왔다.
머리에 떠오른 유일한 희망적인 생각은 펠로십 기간을 줄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무미건조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한국국제교류재단 직원과 숙소의 친구는 물론 나의 연구를 도와줄 교수님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은 후에 이런 생각은 변해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자원봉사단에서 실시하는 문화 수업 활동에도 참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은 점차 즐거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고,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서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체류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날의 한국
한국은 세계 경제로 진입하고 국제사회에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가난한 후진국에서 ‘아시아의 네 호랑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개발의 역작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원조와 협력 사업을 통해 다른 나라를 도와주고 있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을 향한 갈망은 한국에서 매우 소중한 가치로 여겨진다. 올해 서울의 거리를 뒤덮었던 시위는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한국인들이 이런 가치들이 위협받는 듯할 때마다 단호하게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지금 또는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느낄 것이다.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의 도심에서조차 현대적 건물 사이에 동양 문화의 전통미가 살아 있는 작은 공원과 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리적 특징과 자연 풍광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보존된 자연 문화유산지는 이 나라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춘계 답사 여행에서 고궁, 박물관, 민속촌 등을 방문했을 때 나는 풍부한 자연 문화유산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많은 이들이 이런 문화유산에 감탄했다. 이 글은 한국에 대한 나의 사랑을 극히 부분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가족을 초청해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나의 한국 사랑 이야기는 한국에서 경험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나눈 우정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을 연구하기위해 이곳에 온 다른 KF 펠로들과 한국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만난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만큼 부지런하고, 친절하며,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 생활은 종종 외롭고 힘들다.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특히 그렇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겪은 경험은 예외였다. 한국인들이 너무나 친절하게 외국인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또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방문한 좋은 친구들이 있기에 나는 이 나라를 계속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연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은 내게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었다. 서울은 서로 다른 문화, 특히 한국 문화의 놀라운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서 지낸 생활과 우리가 나눴던 재미난 일들, 오랫동안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좀처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평생 내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는 북한이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열망도 있다. 내 생전에 남북한이 하나의 번영된 국가로 통일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통일이 되는 날 그곳에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겠다고 다짐해본다.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