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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대중문화,한국・베트남・미국의 현대미술과 교차하다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16인의 한국·베트남 작가 그리고 이들 국가 출신 재미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 <트랜스 POP: 한국・베트남 리믹스(transPOP: Korea Vietnam Remix)>전시회.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역사, 트라우마, 현대의 대중문화 사이의 만남을 포함해 베트남과 한국의 상호 연관성을 다루었으며, 한국과 베트남 작가 각 6명, 재미 작가 4명이 만든 비디오, 사진, 설치를 비롯해 디지털 판화·조각·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2007년 12월 서울 개막전 이후 3개 도시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여정의 첫 번째 경유지는 베트남 호치민시였다. 2008년 8월 이곳의 가장 저명한 현대미술 갤러리 두 곳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 다음 여행지는 미국 어바인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캠퍼스였다.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여 2008년 12월 5일부터 2009년 3월 1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유수 문화기관 중 하나인 예르바 부에나 아트센터(YBCA: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에서 전시회를 열고있다. 각 도시에서는 전시회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접근 방법을 반영하여 자료가 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전시회를 소개하는 도서(소설 및 비소설), 기사, 연표, 노래, 영화, TV 드라마, 음악 포스터 등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여러 관련 분야의 작가, 학자, 활동가들이 참여해 토론과 비평적 교류를 나눈 심포지엄 같은 프로그램도 실시되었다. YBCA 전시회와 연계하여 개최될 심포지엄은 UC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와 한국학 연구소가 공동 주관할 예정이다. 심포지엄과 전시 도록은 여러 나라, 여러 분야의 주요 학자들이 참여해 발표와 기고를 했다.
여러 분야에 걸친 특별한 전시회답게 당초 전시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도 매우 독특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 두 명의 큐레이터(필자 그리고 예술가, 학자이자 독립 큐레이터인 비엣 레)가 역사적으로 굴절된 혼합 요리의 전형인 부대찌개로 점심식사를 하던 중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미디어와 이주라는 두 가지 힘과 역사를 다루는 동시에 초국가적이면서도 아시아 내부의 문화적 흐름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전시회 제목의‘트랜스(trans)’라는 요소는 translation(해석), transnationalism(초국가주의), transgression(한계를 넘어섬) 등 핵심적인 주제를 뜻하며,‘리믹스(remix)’라는 용어는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때 널리 행해지는 전용과 재고, 관행의 존재를 의미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 교류와 상호 작용
베트남과 한국 사이의 상호 작용은 수세기에 걸쳐 일어났다. 그 가운데에서도 <트랜스POP: 한국・베트남 리믹스>전은 냉전 시대 군사적 배경에서 초고속 현대화를 일궈낸 공통된 역사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외국군이자 경제 세력이었던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원조를 받는 대가로 30만명이 넘는 전투군과 24,000명의 숙련된 기술자들을 파견했다. 미국의 우방으로서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으로 얻은 경제적 수익은 한국의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여 현재 세계 12대 경제 국가에 오를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냉전의 잔재로 미국에는 대규모 한인 사회와 베트남인 사회가 형성되었다. 이 두 나라의 최근 역사는 복잡하게 가속화되는 현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2007년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가속화되는 현대화의 중요한 신호는 미술과 대중문화가 중첩되는 분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베트남전으로 형성된 한국, 베트남, 미국 사이의 삼각 관계는 문화 교류와 상호 작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더욱 발전했다. 특히, 베트남과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문화가 두드러지게 발전했고, 이는 국내외적으로 문화적 근접성을 증대시켰다.
‘한류’라는 초국가적 현상으로 인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드라마, 대중 스타, 음악, 영화, 패션 등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그 외 지역에서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점점 더 많아지는 아시아 국가간 대중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한류’ 역시 베트남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양국 간에 진행되는 수많은 공동 작업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적 부상
우리의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서 한류 현상 같은 것이 ‘문화 같은 소프트 파워가 이미 확고한 하드 파워, 즉 정치력과 경제력을 겸비한 국가로부터 비롯된다’는 일반적인 이해에 반하는 놀랄 만한 사례가 되는지를 다루었다. 문화의 수출은 ‘코리안 드림’을 널리 알리며 한국을 저개발 국가들의 개발 모델이라는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 분야의 많은 학자들은 한국의 문화적 부상을 가져온 몇 가지의 전개 상황을 지적한다. 첫째는 한국의 일치된 세계화 정책, 둘째는 한국 중심의 새로운 명칭인 네티즌의 부상을 불러온 인터넷 신기술을 들 수 있으며, 셋째는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신세대의 소비력을 인지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아시아에서 한류의 우세는 1990년대 문화 영향력 마케팅 분야에서 우위를 점했던 일본의 뒤를 이어 일어났다. 많은 아시아인들은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서구보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찾았다. 좀 더 입맛에 맞는 현대성과 현대적 생활 방식을 이 두 국가에서 찾은 것이다. 게다가 지리적인 거리를 무너뜨린 인터넷 기술로 인해 아시아 대중문화의 초 국가적 흐름이 아시아인은 물론 세계 각지의 아시아인 사회까지 퍼져나가 새로운 주관이 형성되게 했다. 이러한 전개 양상은 과거 깊이 뿌리 박힌 유럽・미국적 ‘응시(gaze)’에서 벗어나 문화의 흐름이 좀 더 중첩되고 다방향으로 향하는 엄청난 변동을 알리고 있다.

전시회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 소개
배영환, 최민화, 권소원, 이영백, 오영석, 박진영(Area Park), 송상희, 윤순미 등 8명의 한국인 작가들은 미디어와 과정, 세대의 영향, 지리적 위치, 주제 방향이 생동감 있게 혼합된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 작품을 주제 개념의 단순한 표출로 여긴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대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개념적 중요성과 창조적 시각 전략이 역동적으로 종합된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 선별되었다. 중첩되는 많은 관심 주제와 접근 방법들이 이들 다양한 작품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전반적으로 최민화, 송상희, 박진영, 김소원, 윤순미 작가의 작품들은 역사와 기억의 구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배영환, 오영석, 이영백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은 역사적 기억의 형성 속에서 대중문화의 정서적 영향과 작용을 특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