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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 확장의 비상을 꿈꾸다

지난 11월 20~23일 미국 외국어 학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외국어교사협의회(ACTFL: American Council on the Teaching of Foreign Languages)의 연례 학술회의가 열렸다. 뉴욕 주립대학교 조성대 교수가 세계 속의 한 언어로서 한국어 교육의 위치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이 학술회의에 참관했다.



미국외국어교사협의회(ACTFL) 소개
ACTFL은 미국 내 외국어 교육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교육 정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외국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 세대가 미국 사회 전반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외국 문화와 공존을 인정하지 않고는 문화 정체성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 맥락이 있다.
ACTFL은 11000명의 회원을 둔 학회로 1년에 한 번, 주로 미국의 11월 추수감사절 바로 전 주에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보통 3~4,000여 명이 참가하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의 도시가 아니고는 행사를 진행할 장소와 숙박 시설을 확보하기가 쉽지않다. 첫날과 마지막 날은 미국 언어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워크숍이 진행되며 중간 3일의 학회 기간에는 제안 평가에서 엄선된 학자 및 교사들이 각종 논문을 발표한다. 올해에도 3,000여 명이 참가해 약 60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 시스템 구축 시급
ACTFL에서는 미국 내 외국어 교육의 방향과 미국 정부의 외국어교육 정책의 실행 과정을 볼 수 있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은 새로운 전략 언어로 아랍어, 중국어, 한국어, 터키어, 러시아어, 인도어, 아프리카어 등을 채택했다. 한국어의 경우, 하와이대학교를 전략 언어기관으로 정하고, 플래그십 프로그램이라는 한국어 집중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고려대학교와 협력하여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처럼 쓰고 읽고 말하는 미국인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어는 미국의 전략 언어로 책정된 이래 그동안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에서 초·중·고등학교로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 특히,고등학교 3학년이 대입시험으로 채택하는 한국어 수능 시험인 SAT KOREAN은 5000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어, 동양 언어 중에서는 중국어 다음으로 관심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이번 ACTFL에서는 미국 내 한국어 교육학회인 AATK와 K12 교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의 표준화 체제를 개발하여 이를 추진하고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등급별 한국어 능력을 표준화하여 현재 각 학교별·지역별로 다른 등급별 한국어 교육 수준을 통일하려는 시도이다.
예를 들면, 주위에 한국인이 많아 한국어를 소통할 수 있는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과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은 차이가 크다. 그러나, 같은 수업 집단 내에서만 평가하다 보니 한지역의 하급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가면 상급의 학생이 되어 사전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각 등급별 학습 목표를 규정하고 단계별 내용을 공통화하면 한 학교에서 특정 등급을 이수한 학생이 다른 학교에서 바로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즉, 초,중, 고교, 대학까지 한국어 교육을 체계화한 표준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표준화 시스템은 미국 내 주요 외국 언어는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있는 것으로 한국어도 이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교육 발전의 기회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ACTFL에서 한국어 소개 부스인 AATK 부스를 운영한 것도 의미가 크다. AATK 회원들이 재직하는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 한국에서 외국인용으로 제작한 교재, 각 학교 홍보물,프로그램 소개 등을 다른 언어권 교사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ACTFL 내에서 한국어의 위상은 아직 미미하다. 다른 주요 언어에 비해 학습자 수나 연구자 수, 교원의 수가 적은 언어이며 아직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그러나, 자체 부스를 통해 한국어를 소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도 한국 문화 자료를 소개하는 부스를 함께 설치해 학술회의 기간 내내 열심히 홍보했다.
한국어 교육자로 반평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지금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미래와 발전 가능성은 금세기 들어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위상을 얻게 된 것은 일선에서 혼신을 다해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같은 지원 기관의 노고도 적지 않다. 그동안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세계 언어 속에 한국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