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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잊지 못할 풍경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도 답사의 여운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채 아직도 전라도 일대의 푸른 초목에 마음이 흔들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도 풍광이지만 길지 않은 3일 동안 만났던 사람들이며 그들과 나누었던 짧지만 정겨웠던 대화들이 일상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지고 다시 떠오른다.

만남,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남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이뤄진 장학생들 및 기타 연구자와의 만남은 한마디로 ‘거대한 것’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장학생으로 통고를 받았을 때부터 특별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행운이나 고마움을 넘어 뭔가 삶의 새로운 지면이 열릴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의 무대는 전주에서 시작되었다.
답사 첫날 처음으로 간 곳은 경기전. 경기전은 그 이름만으로는 어떤 곳인지 짐작이 안 되는 곳이었지만 정작 가보고 나서는 나의 역사와 얼마나 가까운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우리 선조, 그러니까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성계의 대표 유적지였기 때문이다.
오후에 갔던 광주의 5.18 민주묘지에서는 마침 28주년 추모행사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이 마침 5월 18일이어서 어쩌면 이번 답사 중 가장 진지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봤던 장소이기도 하다. 척박한 정치 현실 가운데서도 꽃을 피웠던 한국의 민주주의,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계속 발전 중이라는 확신이 든다.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보존하고 이렇게 추모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결과라고 하시던 가이드의 말이 지금도 귀에 울린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 봤던 영화 <춘향전> 또한 너무 재미있었다. 전통문학 텍스트가 지닌 묘미와 운치를 느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리얼리티와 영상적인 각색을 더해서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차 안에서 <춘향전>을 열심히 본 덕분에 저녁에 봤던 전남도립국악단의 공연이 더욱 감칠맛 나게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관객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즐겨라’
둘째 날은 목포와 보성, 순천 일대를 돌아보며 꽤 많은 양의 정보와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김우진을 연구한 적이 있는 정대선 선배의 제안으로 현대문학을 연구하는 몇몇 펠로들이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의 문학관을 돌아보았는데 이 역시 큰 수확이었다. 이어 들른 낙안읍성은 ‘인절미 만들기’, ‘그네뛰기’, ‘널뛰기’ 등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을 실제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섬진강 물결과 그리움
말로만 듣던 섬진강을 찾아가 보았을 때 비로소 김용택시인의 시상의 원천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섬진강 물결은 마음에 스며들만큼 잔잔히 굽이쳤고, 손에 닿을만큼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영원히 닿지 못할 만큼 무한히 뻗어 있었다.
‘시퍼런 하동 포구’에서 이제 답사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숨 막히는 저 물결’처럼 마음이 부풀어오고 설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계 각 곳에서부터 ‘한국’이라는 접점에서 잠깐 만나 낯설던 얼굴들이 어느덧 익숙해지기 시작할 즈음, 이 거대한 만남에 대해서 이해를 하기 시작할 즈음, 짧았던 2박 3일의 답사 일정은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과 의미와 감동들을 남긴 채 만남은 막을 내렸지만, 답사 중 숱하게 촬영된 마음의 필름들을 곱게 인화하여 마음의 방에 전시해본다. ‘그리움’이라는 주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