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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큐레이터 워크숍

재단이 기획하고 주관한 제2회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이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 2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강의, 세미나, 지방 답사의 순으로 이어지는 행사의 형식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즉, 제1회 행사가 해외 박물관의 한국미술 담당자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한국미술의 전반을 소개하는 개론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2회 행사는 한국미술의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행사에는 그 개최 목적이 있기 마련이고 또 행사가 치러진 이후에는 당초 목적이나 취지에 얼마나 충실했나 꼼꼼히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바둑기사들이 복기(復碁)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해 새로운 대국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이유와 같다.
올해로 겨우 2회째를 맞는 큐레이터 워크숍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만 주제 선정에서부터 프로그램 구성, 진행 과정을 되짚어 봄으로써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이 해외박물관 한국미술 종사자를 위한 대표적인 교육 및 학술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프로그램 구성 및 진행

과거 10여 년 동안 재단 등 국내 관련 기관의 노력으로 해외박물관의 한국실 수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박물관에서는 중국실, 일본실 또는 아시아실 담당자가 한국실을 겸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한국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는 손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늘어난 한국실의 내실 있는 운영이 재단의 해외박물관 지원사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해외박물관 한국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미술 워크숍은 이러한 과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제1회 행사가 우선 전세계 한국실 담당자를 한데 모아 네트워크화 하고, 이들의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정도를 확인하는 데 그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행사부터는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들이 한국실 운영에 필요한 지식 및 실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해외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 작업 및 1회 참가자와의 회의 및 면담을 통해 해외박물관 한국실 운영에 실제로 필요한 정보 및 관심 분야를 파악한 재단은 국내의 학계, 박물관 전문가로 구성된 박물관사업자문회의를 거쳐 ‘한국의 회화 (Exploring Themes in Korean Painting)’를 제2회 큐레이터 워크숍 주제로 결정했다.

해외 박물관장의 추천으로 선정된 11개국 28명의 참가자들의 한국 회화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차이가 있고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견해도 다양했으나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짧은 기간에 한국의 회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8가지 강의(불화, 초상화, 진경 산수화, 풍속화, 궁중 기록화, 민화, 근대 회화, 현대 회화)를 선정했다. 또한 강의 과목의 순서를 시대 순으로 배치해서, 한국회화를 역사적인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각 강의는 관련 회화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진행함으로써 강의와 관람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행사 개막과 동시에 나흘간 진행된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이 되었으며, 참가자들이 오랫동안 박물관 아시아미술 관련분야에서 종사해온 점을 감안, 국내 대학원의 미술사 강의 수준을 유지했다. 각각의 강의는 한국의 회화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과목이어서 오랜 비행 시간에 따른 피로와 빡빡한 강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강의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이성미 교수의 진경 산수화 강의 중 진경(眞景, true-view)에 대한 논의는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김홍남 관장은 전시 중인 그림을 이용한 갤러리 토크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해 열띤 호응을 받기도 했다.

강의 후 진행된 박물관 관람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려대학교 박물관 관람이다. 최광식 박물관장이나 담당학예사의 정성이 배어난 안내 및 준비는 물론이지만 관람 마지막 순서로 마련한 국보 ‘동궐도(東闕圖)’의 공개는 참가자들을 감격케 했다.

행사 닷새 째에는 한국의 고회화를 전체 동아시아 미술의 맥락에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중-일 회화 교섭 (Cross-currents in East Asian Painting)"에 대한 세미나가 마련되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와 한정희 홍익대 교수가 각각 '통신사(通信使)를 중심으로 한 조선왕조와 덕천막부(德川幕府)의 회화 교류와 상호 인식'과 '방작(倣作)을 통해 본 한-중-일 삼국의 미술 교류'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참가 큐레이터 중에서는 미국 보스톤박물관 아시아·아프리카 미술담당 수석큐레이터 우퉁 (Wu Tung), 스웨덴 국립동방박물관 수석큐레이터 메티 지그스테트 (Mette Siggstedt), 버밍햄박물관 아시아부장 도날드 우드 (Donald Wood)가 지정토론자로 참가해 발표 논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한-중-일 회화 교섭’ 세미나에 이어 진행된 오후 행사에서는 한국 회화 소장품 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 여덟 개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이 소속 박물관의 한국 회화 소장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장품 소개 순서는 슬라이드로 소개하는 형식으로, 단조로울지 모른다는 걱정과는 달리 참가자들 상호간의 활발한 질의 응답으로 각 발표자에게 배정된 시간을 초과하기 일쑤였다.

행사 두 번째 주에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지방 답사 순서가 마련되었다. 지방 답사지 역시 자문위원들의 자문과, 참가자 설문, 행사 후원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조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불교 회화의 보고인 통도사 성보박물관과 고회화 소장품이 많은 호암미술관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서울 이외의 지역에 회화 관련 유적이 상대적으로 적어 전체 동선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진행팀은 우리나라 불교 회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불교 조각 및 유적을 감상할 수 있도록 경주남산-경주박물관-통도사 성보박물관-호암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답사 코스를 마련했다.

실제 답사는 참가자들의 방한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전체 동선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일정을 조정해 불국사, 감은사지, 석굴암 및 현대 회화가 전시되어 있는 선재미술관을 관람케 하는 등 탄력적으로 이루어졌다.

워크숍의 새로운 과제

전체 참가자와 강사들이 참여한 행사 평가회에서는 제2회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고 그 효과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재단 실무진은 큐레이터 워크숍이 더욱 내실 있는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서 앞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과제들이 보완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자체 평가하였다.

첫째, 참가자들은 박물관에서 유물 구입 및 전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라는 사실이다. 이는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이론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주제, 예를 들어 한국소장품의 보존·복원 등에 관한 내용이 보강되어야 하고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경험이 많은 국내 박물관 관계자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더욱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참가자들이 국내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의 유물 감상의 경험이 한국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일뿐더러 이는 곧 소속 박물관의 한국실 전시에 반영된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박물관들은 유물을 꼭꼭 숨겨 놓았다가 선심 쓰듯 내보인다는 느낌”이라는 우퉁의 평가는 재단은 물론 박물관 관계자들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이는 평가회에서도 논의되었지만 강의가 진품보다는 슬라이드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둘째, 국내에 영어를 유창히 구사하는 미술 사학자 층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행사의 대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강사는 반드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필수적인가 하는 문제는 검토할 여지가 있는데 많은 큐레이터들이 한국인 학자들의 다양한 학문적 접근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강의가 어려운 강사를 선정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전체 프로그램에 국내 박물관의 큐레이터 등 관계자들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의 ‘동료’와 한국미술품에 대해 자신들이 품고있는 의문점이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 점 역시 행사를 주관하는 재단과 함께 국내박물관 관계자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넷째, 참가자들의 적극적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워크숍이 더욱 활성화되고 전문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주제별 논문 발표나 소장품에 대한 집단 토론 등의 능동적이며 쌍방향적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다섯째, 참가자 그룹의 세분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큐레이터 워크숍의 참가국 수나 박물관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참가자 규모에 따른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 참가자들의 제각기 상이한 한국미술 이해 정도나 각기 다른 관심분야는 전체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 그룹을 수준별, 관심별로 소그룹으로 재분류하여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처음부터 세분화한 주제를 선택함으로써 행사의 전문화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제 2회 큐레이터 워크숍 참가자 명단 -

실비아 리바라, 아르헨티나 국립동양박물관 보존담당 큐레이터
재키 멘지즈, 오스트랄리아 뉴사우스웨일즈 아트갤러리 아시아담당 수석큐레이터
알리스 크라메로바, 체크 나프르스테크박물관 일본, 한국실 큐레이터
조앤 혼비, 덴마크 덴마크국립박물관 극동미술담당 큐레이터
실비아 세리그슨, 멕시코 국립문화박물관 아시아담당 큐레이터
켄 보스, 네덜란드 국립인류학박물관 큐레이터
스콧 포샌, 뉴질랜드 왕가레이박물관 관장
자라 스탠호프,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아담아트미술관 관장
엘리세바 이리나, 러시아 국립동양박물관 한국미술 큐레이터
메티 지그스테트, 스웨덴 국립동방박물관 수석큐레이터
제인 포탈, 영국 대영박물관 큐레이터
샬롯 홀릭,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박물관 큐레이터
리스 윌킨슨,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박물관 큐레이터
앤 로스 키다가와, 미국 하버드대학 아서 엠 새클러박물관 일본미술 큐레이터
데보라 클리어워터즈,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린다 최,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한국실 큐레이터
도날드 우드, 미국 버밍행박물관 아시아미술 수석 큐레이터
엘렌 에이브릴, 미국 코넬대학 허버트 에프 존슨박물관 아시아실 큐레이터
줄리아 화이트, 미국 호놀루루박물관 아시아실 큐레이터
제이 케이트 윌슨,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 아시아미술 수석 큐레이터
로리 반즈, 미국 디트로이트박물관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리 지안, 미국 데이톤박물관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마사 스미스 와이더, 미국 캔사스대학 미술사교수
리처드 본, 미국 시카고대학 데이비드 알프레드 스마트박물관 선임큐레이터
스티븐 오영, 미국 세인트루이스박물관 아시아담당 큐레이터
수잔 빈, 미국 피바디박물관 아시아·대양주·아프리카담당 큐레이터
우퉁, 미국 보스톤박물관 아시아·아프리카 미술담당 수석 전시책임자
우현수,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