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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멕시코문화박물관 한국실 개관

멕시코시티의 중심부 소칼로(Zocalo) 광장. 이 곳은 유카탄 반도 최대의 카톨릭 대성당과 450여 년 전 스페인 점령군에 의해 최후를 맞은 아스테카 문명의 유적지, 대통령궁, 문화궁전 등 과거와 현재의 문화 유산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곳이다.
지난 11월 23일 이곳 소칼로 광장의 동편 뒤쪽에 자리잡은 국립멕시코문화박물관(Museo Nacional de las Cul-turas)에서는 전 중남미 지역에서 최초로 설치된 한국실(Sala de Corea)의 개관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이인호 재단이사장,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 주진엽 주멕시코대사 등 한국측 대표단과 테레사 프랑코(Teresa Franco) 문화재청장, 훌리에타 힐 엘로르 뒤 (Julieta Gil Elorduy) 문화박물관장을 비롯한 멕시코 정계, 문화계인사, 취재기자 등 300여 명이 인사가 참석했다. 개관식은 양국 대표단의 축사, 개막 테이프 커팅, 한국실 관람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축하 행사로 한국의 부채춤과 멕시코 민속음악 연주자인 '마리아치'들의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가 공연되어 가을밤에 개최된 개관식의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다. 재단이 1990년대 초 해외박물관의 한국실 설치사업을 지원한 이래 아홉 번째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한국실 설치
멕시코문화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문제가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1997년 6월 한국과 멕시코 양국 대통령의 정상 회담에서다. 이후 멕시코문화박물관은 재단에 한국실 설치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며, 재단은 문화 역사시설과의 근접성과 교육효과 등 여러 장점들을 고려해 1998년도 재단의 해외박물관 지원 사업으로 확정하게 된다. 다만 기존의 해외박물관 한국실 설치 사업이 한국유물 전시를 위한 공간 확보에 주력했다면, 이미 전시실의 제공이 약속된 멕시코문화박물관의 경우 재단은 지원의 중점을 유물 확보에 두기로 했다.
사업 확정 후 재단 관계자가 멕시코문화박물관을 방문, 2층에 한국실 위치를 결정하는 등 재단은 멕시코문화박물관 측과 지속적으로 한국실 전시 플랜을 논의하는 한편 한국실 설치를 위한 전시 및 예산 계획을 국내 전문 기관인 국립민속박물관에 자문 의뢰하는 등 준비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1999년 2월에는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가 멕시코를 방문, 한국실 설치를 위한 실무 협의와 조사를 실시했으며 같은 해 7월 세부 전시 계획과 전시 유물 리스트를 재단에 제출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재단에 제출한 전시 계획에서 한국실의 전시 주제를 “한국, 21세기를 향한 문화와 역사의 회고”로 정하고 한국의 문화 역사를 시대별로 조망할 수 있도록 전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이는 멕시코문화박물관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중국실이나 일본실과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멕시코문화박물관의 희망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다.
전시유물로는 청동기 유물 15점, 도자기 5점, 복식 9점, 가구 11점, 악기 7점, 천문기기 2점, 회화 6점, 목조각 11점 등 총 66점을 선정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제출한 전시계획안을 국내 전문가의 자문과 멕시코문화박물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안으로 확정한 재단은 11월 한국실 설계와 공사를 담당할 업체로 계원조형예술대학 예술공학연구소를 선정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금년 2월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설계안을 작성했으며 이 설계안은 멕시코의 관련기관의 시공 허가를 위해 멕시코문화박물관에 보내졌다.
곧이어 재단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6개월 가량 전시유물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실의 전시 유물은 복식 및 가구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 국보급 유물을 복제해 전달하기로 했다. 이는 멕시코문화박물관이 주로 초중등 학생의 교육 목적으로 사용되는 박물관이고, 국내 문화재의 해외 반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음을 고려한 결과다.
유물의 복제를 위해서 재단은 국보급 유물에 대한 문화재청의 복제 허가와 국립중앙박물관 등 유물소장 박물관의 동의서를 받은 후, 복제 유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형문화재를 위주로 20여 제작자와 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 유물복제 업체와 제작자의 선정은 물론 제작과정에 대한 감수는 모두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작업으로 멕시코문화박물관 한국실 설치사업의 자문기관인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또한 한국실에 전시품과 함께 설치될 라벨 및 한국실 설명문은 멕시코문화박물관의 아시아담당 객원 큐레이터인 실비아 세리그슨 (Silvia Seligson)이 감수를 담당했다.
한편, 계원조형예술대학 예술공학연구소는 8월초 공사팀을 멕시코 현지에 파견해 전시실 내부공사 및 조명공사를 실시, 유물 설치를 위한 준비를 끝냈다. 이제 남은 일은 유물의 선적과 설치 작업이었다. 선적에 앞서 재단은 5명의 국내 학계 및 박물관 전문가들에게 이들 완성 유물에 대한 감수를 위촉했으며 전체적으로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은 전문가 감수 후 올해 9월 전시 유물을 멕시코로 선적했으며 10월말에는 전시 작업을 위해 전시공사팀 및 국립민속박물관 유물설치팀을 파견해 11월 초 한국실 설치 작업을 완료했다. 양국 정상 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실 설치 사업이 약 3년만에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한국과 멕시코
선인장, 청소년 축구 4강 신화, 멕시코 올림픽, 데킬라, 멕시코 혁명, 그리고 IMF와 최근의 정권교체. 우리에게 멕시코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멕시코에 1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같은 걸출한 문학가, 화가,건축가들이 즐비하고 세계적 수준의 국립인류학박물관1) 등 200여 개의 박물관이 있는 문화 강국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멕시코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현지 교민이 12,000명에 달하고 멕시코가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하는 등 한국과의 경제 관계는 강화되고 있으나 이는 모두 최근 몇 년간의 일이고 한국에 대한 인식은 월드컵, 올림픽, 대규모 시위, 아시아 신흥 경제 강국 등 극히 단편적일 뿐더러 그나마 주로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경제 문제 등에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대사관 관계자나 교민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멕시코문화박물관의 한국실 설치가 당장 이러한 멕시코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라나는 멕시코의 많은 초중등학생들이 한국실 관람2)을 통해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는 구분되는 고유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과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주변강국의 침략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간 고유 문화를 지켜온 국민들이라는 공통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장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함께 1905년 제물포항을 출발, 장장 75일간의 항해 끝에 멕시코의 애니깽 농장으로 향한 한인 1,033명의 후예3)들이 지난날 그들의 고단한 삶 속에 남아있던 한국인의 자취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으면 더한 기쁨이 없겠다.




1) 국립인류학박물관은 국립문화박물관과 함께 멕시코 국립역사인류학회 (Institute of National Anthropology and History)소속 박물관이며 1968년 멕시코올림픽을 계기로 국립문화박물관의 상당수 전시품이 국립인류학박물관으로 이관되었음.

2) 멕시코시티 초등학생의 교과 과정에 멕시코문화박물관 관람이 포함되어 있음.

3) 현재 한인의 후예는 20,000여명으로 추산됨. 최초의 한국 이민자들은 모두 멕시코 국적을 취득한 후 현지 사회에 동화되었으며, 순수 한인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한인은 거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