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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하여

최근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콘크리트와 도로, 차량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 서울.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은 지구온난화 현실에서 ‘푸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청계천의 추상적인 철학적 생각과 정치적인 진짜 삶이 만나는 접점을 통해 나는 도시 자체의 특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모든 도시는 그 독특한 자연,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에 의해 물리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특정한 현상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망을 형성하는데, 궁극적으로 이런 망은 지리적인 땅덩어리를 일반적인 것에서 매우 특정한 도시로 전환시킨다. 이런 하부구조가 반드시 분명하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곳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도시에 담긴 특징들은 특정한 문화생산 과정의 산물이며, 어떤 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이런 특징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문화적 구조가 눈에 띄는 도시의 좋은 예가 바로 서울이다.
서울의 최근 문화, 정치, 경제는 매우 복잡하다. 지리적 풍경이 이를 증명한다. 서울은 도시 자체가 거대하며, 도심은 거의 무한정으로 뻗어나간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과 세계적인 브랜드가 지극히 한국적인 가게, 식당 등과 나란히 자리한다. 이 모든 것은 산업화된 현대 도시에서 자본의 성장을 보여주는 분명한 표본이다. 그러나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발전 과정에서 도시의 휴식처보다는 단 50여 년 만에 효과적으로 이뤄낸 경제성장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서울은 콘크리트와 도로, 차량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 세계에서 확실히 부족한 ‘푸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이 청계천 복원사업이었다. 이는 파손된 개천에 물을 다시 끌어오고, 고가도로를 옮기고, 물줄기를 따라 양쪽에 길게 공원을 만들어 휴식처를 마련하는 대규모 재생사업이었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한국 문화의 전통적, 현대적 측면을 대표하는 곳으로, 정부 부처 등이 이루는 마천루와 조선시대 궁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청계천은 도시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인 자연과 문화는 물론, 오래된것과 새로운 것, 정치와 역사, 사회와 경제가 뒤섞인 독특한 곳이 되었다.나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이 후원하는 두 달간의 미술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에 왔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새롭게 단장한 청계천을 내가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 오기 전에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글을 읽은 나는 어떻게 이곳이 문화공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는 다소 추상적인 징표를 모두 담아냈는지 궁금했고, 또 그 점에 매료되었다. 나는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는 물론 정치, 경제 등의 상황이 이곳에 표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청계천에 대한 나의 관심과, 내가 앞으로 겪을 경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양한 매체가 묘사했던 것과 실제로 청계천에 와보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복원사업에 대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두운 현실에 관한 내용은 없이 긍정적인 문구들로 발전 상황만 서술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복원사업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전했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린 수천 명의 서울 사람들, 특히 동대문 주변의 사람들에 관한 언급은 홍보자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청계천의 자연적 하부구조는 모두 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고, 조명은 물론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매일 수백만원의 전기료가 들어간다는 언급도 없었다. 청계천의 현실에대해 더 많이 알게 된 나는 혼란스러웠다. 처음에 나는 청계천 복원이 회색 콘크리트로 가득한 도시가 건설적으로 취한 조치이며, 엄청난 인구가 사는 도시에 나무를 심고, 휴식처를 만드는 것은 환경에 대한 인식 함양에 긍정적인 조치라고만 생각했었다.
청계천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은 뒤 나는 내가 직접 겪은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청계천의 사회·문화적 역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에 와서 직접 보기 전에는 청계천과 그 복원이 정치적으로 무엇을 대표하는지에 대해 진짜로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청계천은 복합적인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런 문제점들을 간단히 간과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가짜 의식을 만들어낸다. 내가 촬영하기로 한 장소가 이렇게 논쟁의 여지가 많은 곳인지를 처음에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서 이제야 나는 한국, 그리고 그 외에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이것이 정치적으로 다가가게 되리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각각의 사진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청계천 속에 드러나는 당면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현실 이면에는 다른 많은 하부 구조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청계천과 나 자신을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도시 자체와 나 자신을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의 답을 찾는 데 청계천의 현실은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바로 서울에 와서 내가 얻은 것이다. 나는 촬영 장소인 청계천과 관련해 문화적으로 생성된 담론의 특질을 더 잘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어떤 장소를 이해하고, 경험하고, 알게 되는 데 기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청계천은 추상적인 철학적 생각과 정치적인 진짜 삶이 만나는 일종의 접점이다. 이것을 통해 나는 서울의, 그리고 도시들 자체의 특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