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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열기를 날린 뜨거웠던 공연 무대

모로코 에싸우이라에서 열린 그나우아 세계음악축제에 참가해서 펼친공연은 나를 포함한 우리 공연단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단독 공연이 끝나자 1,000여 명의 모로코 관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열띤 환호를 보냈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다시 확인하게 된 무대였다.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인들에게 더욱 알려지길 기대한다.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하며 서쪽으로는 대서양, 북쪽으로는 지중해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하며 서쪽으로는 대서양, 북쪽으로는 지중해와 접해 있고 국왕이 정치, 군사, 종교의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입헌군주 국가 모로코. 수니파 이슬람교가 국교이며 영화 <카사블랑카>의 배경이 되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모로코가 아닌 미국의 영화 세트장에서만 촬영되었다고 한다. 순회공연을 하면서 여러 이슬람 국가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로코는 다른 이슬람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것 같았다. 아마도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 국가들과 인접해 있고, 프랑스나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은역사가 한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포함하여 13명의 공연 단원은 한국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우선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였다. ‘카사’는 집이라는 뜻이고 ‘블랑카’는 하얗다는 뜻이라고 통역원이 귀띔해주었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경제중심 도시이며 라바타가 모로코의 수도이자 행정 중심 도시이다.
우리 일행은 다시 다음날 공연지인 에싸우이라(Essaouira)로 출발하였다. 음악 축제가 열리는 에싸우이라는 카사블랑카에서 다섯 시간정도 걸리는 곳인데, 이곳은 오는 도중에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해안가의 관광 도시였다. 이 같은 자연환경에서 세계의 다양한 음악연주를 즐길 수 있는 세계음악축제가 열린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모로코는 다양한 축제를 활용한 관광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 그나우아 세계음악축제
그나우아 세계음악축제는 모로코에서 매년 열리는 음악 축제로 올해 11회째를 맞고 있다. 모로코 전통 음악인 그나우아(Gnaoua) 음악을 모태로 시작하여 세계음악축제로 발전하였는데, 지금은 월드뮤직의 새로운 메카로 떠올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로 발돋움하였다. 그런 위상에 걸맞게 이 축제에 참가하는 뮤지션은 서류나 공연 영상 등 축제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축제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연주자들은 이 축제에서 연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는 9개의 야외무대와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 명의 뮤지션들이 연주하였으며 나흘 동안 열리는 축제에 40만 명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이런 축제에 대한민국 공연단으로는 처음으로 초청되어 연주를 한다는 것이 공연단장으로서 매우 기쁘기도 했으나 좋은 연주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 또한 적지 않았다. 이번 축제에서는 두 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 공연은 이번 축제의 오프닝 공연으로 그나우아음악의 최고 그룹인 발릴(Baalil)과 협연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공연은 1시간 10분 동안 펼치는 우리의 단독 공연이었다.
그나우아 음악 그룹의 구성은 보통 3개의 현이 달린 기타처럼 생긴 구엠브리(guembri) 연주자, 금속 재질로 만든 캐스터네츠 모양의 크라쿠엡(qraqeb) 연주자, 북 모양의 악기를 두 개의 스틱으로 치는 강가(gganga) 연주자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연을 위한 합동 연습이 3일 동안 진행되는 동안 그나우아음악 그룹 단원들은 우리 음악을 들으며 다양한 리듬과 역동적인 음악에 상당히 놀라워하였다.
서로의 음악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어느덧 축제 오프닝 공연이 다가왔고, 모로코 정부 고위 관리들과 내빈, 세계 각국에서 온 2,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협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모로코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으며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함께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을 끝낸 후 각종 방송 인터뷰와 축제 관계자들 및 참여 뮤지션들의 깊은 관심을 통해 그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가히 짐작할 수있었다.



감동한 관객의 모습에 감동하다
하루 지난 후 펼쳐진 단독 공연은 1,000여 명의 관객들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공연이 끝난 후 들려오는 관객들의 환호에 가슴이 뻐근해왔다. 이러한 감동은 연주자가 아니면 아마 느끼기 힘들 것이다. 단독 공연이 끝난 후 프랑스 한 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라고 밝힌 질 포비노다르통 씨는 “내 생애에 이렇게 환상적이고 놀라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다”라며 공연단에 감상을 전해오기도 하였다.
에싸우이라에서의 축제 공연 후 모로코 주재 한국대사관의 주최로 카사블랑카에서 한 번의 공연이 더 있었다. 냉방이 되지 않아 무척 더운데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공연이 끝난 후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준 모로코 관객의 모습, 공연에 감동한 카사블랑카 시장의 아이처럼 들뜬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세계에 우리 문화 많이 알려지길
식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나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연주하는 내가 느끼는 것은 역시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이러한 사업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심는사업으로서 그 어떤 외교 사업보다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축제의 공연과 관련하여 유튜브(kr.youtube.com)에 올라온 공연 영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유투브 검색창으로 모로코 TV 동영상(musique Gnawa et troupe coreenneau festival d' Essaouira), 영국 관광객이 촬영한 공연단 단독 공연영상(Essaouira 2008-Samulnori Molgae-Finale), 한 외국 청년이 공연단 연주에 맞춰 춤추는 영상(Boureee)을 찾아보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