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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인의 우아한 매혹

미켈란젤로에서 구찌 그리고 파스타까지, 지구촌 곳곳에 스며든 ‘이탈리안 스타일’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회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아, 역시 이탈리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탄식처럼 내뱉었을 법한 말이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전설의 조각, 건축, 회화 작품들을 보면서, 왜 이들이 오늘날 여전히 세계 예술의 중심에 서 있는지 절로 납득하게 된다.



명불허전, 이탈리아 디자인의 성찬에 초대되다
《이탈리아 스타일전-가구, 조명, 은기》에 전시된 180여 점의 가구, 조명, 은기 등 을 둘러보다 보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의자 하나에서 냄비 받침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의 독창적인 우아함이 흘러 넘친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e Castiglioni),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필립 스탁(Philippe Stark), 론 아라드(RonArad) 등 20세기 유명 디자이너들과 카르텔(Kartell), 자노타(Zanotta), 아르테미데(Artemide), 플로스(Flos) 등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구•조명 회사들이 참여한 전시회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련된 모던함으로 빛나는 조명 기구 <루미네이터(Luminator)>(피에트로 키에사/ 폰타나아르테)는 놀랍게도 1933년 작품이다. 현대의 모던한 디자인들이 이미 1930~1950년대에 선보인 이탈리아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선이 매혹적인 이탈리아 실내디자인작품들은 무엇보다도 자연스럽다. 무미건조한 일상 속 가구와 소품에 자연의 선을 부여하여 신선한 감각을 연출한다. 여성의 신체곡선을 연상시키는 탁자 <아라베스코(Arabesco)>(카를로 몰리노/ 자노타), 정말 두툼한 스시를 얹은 듯 심플하고 포근한 의자 <스시(Sushi)>(카를로 콜롬보/ 자노타)를 보면, 독창적인 선 하나가 생활 속 디자인에 불러일으키는 마술 같은 힘을 확인하게 된다.
몇몇의 유머스러운 작품들은 유쾌하고 생기 넘치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한 면을 보여준다. <레-왕>•<레지나-여왕>(마르첼로 피로)이라는 이름이 붙은 두 개의 의자는 전설의 왕과 여왕의 왕좌처럼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목가구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중 하나로 보이는 난쟁이가 빨갛고 둥근 상판을 이고 있는 의자 겸 탁자에는 <나폴레오네-나폴레옹>(필립 스탁/카르텔)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키 작은 나폴레옹이 떠올라 킥킥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당당한 개성은 과감한 색의 사용에서 두드러진다. 거대한 오렌지색 의자 <플로프>(필립 스탁/카르텔), 넓은 초록 풀밭을 연상시키는 라운지 의자 <폼>(피에로 리소니/카르텔), 사랑스러운 연인의 붉은 입술 같은 안락의자 <에로스>(필립 스탁/카르텔). 모두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에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멈추지 않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진보
이탈리아 실내디자인은 과장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철저히 생활 감각에 밀착해 기능과 미감을 만족시킨다. ‘일상의 품격’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이 느껴진다.
<메자드로>(카스틸리오니 형제/ 자노타)는 탄력적인 금속좌석을 만들기 위해 경작용 트랙터 좌석을 사용한 독특한작품이다. 사물의 기능뿐 아니라 미적 가치를 추구해 생활문화의 수준을 높인 대표적인 예다.
빨간색의 둥근 수납통 <콤포니빌리>(안나 카스텔리/ 카르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듯 경이로운 레몬즙 짜개 <주시 살리프>(필립 스탁/ 알레시) 그리고 하다못해 와인 병따개와 파리채까지 ‘삶이 곧 디자인’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탈리아 디자인은 그 명성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계속해왔다. 1968년 처음 만들어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는 <사코>(피에로 가티, 체사레 파올리니, 프란코 테오도로/ 자노타)는 대표적인 변화의 상징이다. 전통적 개념을 벗어난 부정형의 자루 주머니 의자 <사코>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대변하여 오늘날까지도 인기가 높다.
<라 마리>(필립 스탁/ 카르텔) 같은 의자 시리즈를 보면 디자인의 혁신이 형태뿐 아니라 신소재 개발로도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적 소재인 투명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작품은 가볍고 견고하며 충격에 강하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창의적 혁신은 조명 기구에서도 예외 없이 시도되었다. 1969년에 출시한 <보알룸>(카스틸리오니, 프라티니/ 아르테미데)은 투명한 산업용 플라스틱 관으로 만들어져 유연성이 높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조명에 대한 사고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자연스러운 우아함, 유머 감각, 신선한 발상 그리고 기본적인 미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탈리아 디자인은 생활의 여유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용과 미감, 전통적 장인정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창의성, 이 상반된 요소들을 하나로 어우른 이탈리아 실내디자인의 성찬은 1월 15일부터 2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주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사르티라나 예술재단,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장소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