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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대극원, 그 무대 위에 꽃피운 한국의 혼

‘창무회’가 2009년 12월 10일 중국 베이징 소재 국가대극원의 초청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은 한국 공연 단체로는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세계 공연계의 주목을 받는 중국의 대극장인 국가대극원에서 한국 창작 춤의 진수를 보여준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관련 TV 뉴스를 접하면서 늘 눈에 띄는 신기한 건축물이 하나 있었다. 우주선 같기도 하고, 인천공항의 형제 건물 같기도 한 바로 그 건축물은 중국이 자랑하는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 Nation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이다. 2007년 12월 본격 가동한 국가대극원은 중국 정부가 30억 위안(약 6,000억원)의 거대 자금을 투입하여 야심차게 시작한 ‘중대 공익성 문화 건설 사업’ 중 하나로 시작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달걀, 그곳에서 펼친 한국의 춤
‘세계에서 가장 큰 달걀’이라고 불리는 국가대극원에는 21세기 문화 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꿈이 담겨 있다. 천안문 광장과 인민대회당에 인접해 있는 국가대극원은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의 설계로 2001년 착공하여 2007년 9월 완공됐으며 2,398석의 오페라하우스, 2,019석 규모의 콘서트 홀, 1,035석의 드라마 센터(희극원), 556석의 다목적 공연장으로 구성되었다. 개관 공연을 시작으로 불과 2년 만에 베이징의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로, 그리고 세계 공연계의 주목을 받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12월 10일 한국 공연 단체로는 최초로 베이징 국가대극원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초청된 창무회는 그동안 다져온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 레퍼토리 <하늘의 눈>, <볼레로>, <천축>, <춤, 그 신명> 등 총 4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공연에 앞서 극장 측의 요청에 따라 한국 춤 강연과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12월 5일에 진행한 일반인 대상의 강연회에서는 당초 40명 정원으로 계획했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아 200석 규모의 강연장에서도 자리가 모자라 서 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춤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고 창무회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선보였다. 더불어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의 간단한 실연도 덧붙였다.
12월 8일에는 무용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국 창작 춤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베이징무용대학과 중앙민족대학 무용과 학생 40여 명이 참여했다. 워크숍 후에는 공연할 작품의 일부를 쇼케이스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몇몇 학생들은 한국 춤을 배우기 위해 창무회에서 유학하기를 희망했는데 이는 곧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한 주정(周 )도 중국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현재 한국에 유학 와서 창무회에서 한국 춤을 배우고 있다.

열렬한 호응 속에 한국 창작 춤의 진수를 선보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러 사정상 <하늘의 눈>의 무대 세트를 가지고 갈 수가 없어서 고심 끝에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베이징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배형경 조각가의 작품을 무대 세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배형경 조각가의 작품과 함께 이미 한 차례 야외 공연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무대는 매우 기대가 컸다. 철을 빚어 만든 2m가 넘는 사람의 형상은 표정과 질감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작품이었는데 무대 위에서 춤과 어우러져 그 감동을 더했다. 이어진 김선미 예술감독의 <볼레로>는 독무임에도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한국 춤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잘 알려진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무용수에게 에너지를 더해주었다. <천축>은 모던한 구성의 컨템퍼러리 작품이어서 화려하고 웅장한 작품에 익숙한 중국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보편적인 정서를 격렬한 춤사위에 담아낸 작품에 관객들 역시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춤, 그 신명>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객석을 가로지르며 무대로 입장하여 한국 춤과 음악의 흥과 신명을 관객과 함께하는 작품으로 해외 공연 때마다 기립 박수를 받아내는 작품이다. 이번 베이징 공연에서 역시 관객들은 무용수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며 한국의 신명을 함께 나누었다.
창무회 공연 전날 국가대극원 상주 단체인 중국국립중앙발레단(National Ballet of China)의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유원경몽(Peony Pavilion)>이 펼쳐졌다. 중국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은 듯 무대와 의상, 조명 모두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평균 객석 점유율 80%가 넘는다는 국가대극원의 명성과 달리 빈 객석들이 눈에 띄어 창무회 공연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선 한국의 창작 춤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이 넓은 객석을 채워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기우였다. 공연 당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너무나 열정적인 반응으로 무용수들의 흥을 돋워주었다. 그간 수많은 중국인 제자들을 키워내며 한국 춤을 중국에 전파해온 김매자 이사장과 창무회의 노력이 행복한 결실을 맺는 자리였다.
김매자 이사장은 이번 국가대극원 초청공연을 섭외 받을 때 이후의 공동 제작을 함께 제안 받았다. 오랫동안 차기 작품으로 ‘적벽가’에서 모티프를 따 재구성한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던 김 이사장은 그 계획을 국가대극원의 담당 프로그래머에게 제안했다. ‘적벽가’는 중국의 역사적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판소리이기 때문에 매우 경쟁력이 있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이미 ‘심청가’ 완판을 한국 창작 춤으로 무대화하여 프랑스 리옹 메종 드 라 당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키로프 극장 등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는 창무회는 국가대극원과 새로운 공동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무대를 향한 또 하나의 야심찬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