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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이어지는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라틴아메리카인들의 한국 이주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누리게 되는 훌륭한 혜택은 라틴아메리카의 맛있는 음식을 조사 대상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보낸 12개월 동안 나는 페루, 멕시코, 파라과이, 에콰도르 같은 나라들의 전형적인 요리를 정기적으로 즐겼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그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이 글에서 이러한 요리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먹으면서 피조사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물론 한국에서 진정한 라틴 음식을 찾아내고 요리하는 비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설날에 맛보는 타코
2008년 12월 말 멕시코인인 남편과 함께 서울에 도착하기 전, 사전 조사 작업을 하며 알게된 몇몇 한국 거주 페루 이주 노동자들은 음력 설 연휴에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하는 이메일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들에게 설 연휴는 추석을 제외하고 연중 유일하게 쉬는 때였고, 이런 휴일을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보내고 싶어 했다. 그들은 올해에는 타코를 먹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을 위해 우리가 타코를 만들어주기를 바랬다. 사실 나의 페루 친구들 대부분은 타코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페루TV’처럼 이주 노동자들에게 인기 있는 온라인 텔레비전 채널에서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멕시코 드라마를 통해 타코라는 것을 들어봤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말고는 타코 맛이 어떤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멕시코 재료를 서울의 남대문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음식 재료들로 대체해 과감하게 타코 만들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요리는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 사람으로 사는 경험을 조사하는 동안 연구에 매우 유익한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봄날의 파스타
5월의 어느 날 오후, 한국에서 17년째 사는 안나라는 이름의 페루 여성이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페루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다 잊어버렸어요.” 스페인어 교회에서 만났을 때 안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난 김치랑 라면이 좋아요!” 안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연구 노트에 조리법을 기록할 수 있도록 안나는 전형적인 페루 음식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날 나는 실수로 몇 정거장 전에 버스에서 내리는 바람에 선물로 산커다란 수박을 들고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안나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즈음 나는 숨이 차있었고, 약속 시간은 20분이나 지난 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안나는 부엌 싱크대에 준비해놓았던 재료들을 다지고 조리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페루요리』라는 얇은 요리책을 옆에 펼쳐놓고 몇 분마다 한 번씩 들여다보았다.
“팬 바닥이 보일 때까지 내용물을 조리하고 저어주세요.” 안나는 요리책을 읽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 책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았다. 책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국에 올 때 우리 엄마와 언니가 내 여행 가방에 이걸 숨겨놓았지 뭐예요!” 책을 보면서 안나가 말했다. “엄마랑 언니가 그리울 때마다 이걸 펼쳐본답니다.”
안나는 겨우 열여덟 살에 서울 근교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인 남편도 만났다. 페루, 일본, 한국에서도 살아본 안나는 지금은 아이가 둘이며, 한국을 유일한 고향으로 여긴다. 그런 안나지만 “이 파스타를 먹을 때면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나요”라며 노트에 조리법을 적는 나를 보며 그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명절,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들
내가 연구 주제를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상당 수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들을 뭉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지난 5년간 이태원, 합정동, 홍대 근처에 몇몇 훌륭한 라틴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한국에 온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고향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마도 고국을 떠나온 삶에서 이런 장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사실, 고국으로 돌아간 이주자들조차 한국에 있을 때 자주 들른 페루, 에콰도르, 멕시코 식당에 대해 지금도 애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2년 전 페루에서 현지 조사를 할 때 나는 이태원에 ‘엘코메도르(ElComedor)’라는 파라과이 식당을 알게 되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내게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문화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이 식당에 가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게코 레스토랑(Gecko’s Restau--rant)’ 뒤쪽 거리에 위치한 엘코메도르에 갈때마다 나는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친구들을 사귀었다. 나는 엘코메도르의 맛있는 파라과이 엠파나다(고기, 치즈, 닭고기로 속을 채운빵)를 먹으면서 이주, 종교, 가족, 사랑, 상실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현지 조사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한국식이 가미된 페루와 멕시코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웠을 뿐 아니라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법도 배웠다.





타코스 알 파스토르 멕시코시티
Tacos al Pastor Mexico City
멕시코시티 양치기 스타일 타코(한국 스타일)

재료
돼지고기 (등심) 500g (작게 깍둑썰기)•양파 큰것 3개 (링 모양으로 썰기)•토마토 큰 것 2개 (심 제거)•신선한 마늘 3쪽 •신선한 피망 4개 •말린 고추4개 (매운 정도가 다양한 것들을 구할 수 있음)•양파1개 (반으로 자르기)•소금 (간 맞추기)•양파 1 개(잘게 다지기)•고수 잎 1다발 (잘게 다지기)* •레몬1개 (조각으로 썰어 즙내기)•토르티야 1팩 (옥수수 또는 밀가루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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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재료들은 코스트코(Costco)나 이태원 외국인 마트(Foreign Food Mart)에서 구할 수 있다.
* 외국인 마트 위치: 이태원 중앙도로를 따라 가다가 소방서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킹클럽(King Club)을 지날 때까지 계속 걸어가면 왼쪽에 외국인 마트가 있다.

만드는 법
1 커다란 프라이팬에 돼지고기와 링으로 썬 양파를 넣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중간 불에서 익힌다.
2 소스 냄비에 토마토, 마늘, 피망과 말린 고추, 반으로 자른 양파, 소금을 넣는다. 물을 붓고 10분간 또는 토마토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3 ②의 소스 냄비 속 내용물을 모두 믹서에 넣고 잘 섞는다.
4 잘 섞인 내용물을 ①의 고기 위에 붓고 고기에 소스가 잘 스며들 때까지 약한 불에서 약 20분간 끓인다.
5 토르티야를 프라이팬에 하나씩 데운다. 데운 토르티야 위에 ④의 돼지고기를 한 숟가락씩 올려놓는다. 잘게 다진 양파, 고수 잎, 레몬즙을 넣어 맛을 낸다.


타야리네스 엔 살사 로하
Tallarines en Salsa Roja
붉은 소스 파스타

재료
스파게티 면 500g•붉은 파프리카 1.5개 (씨와 심 제거)•토마토 큰 것 1개•양파 1개•당근 1개 (껍질은 벗기기)•식물성 기름 약간•설탕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스파게티 면을 포장의 조리 시간대로 삶는다.
2 파프리카, 토마토, 양파, 당근을 대강 썬 다음, 믹서에 약간의 물, 소금, 설탕과 함께 넣고 잘 섞는다.
3 프라이팬에 약간의 식물성 기름을 두르고 ②의 야채 섞은 것을 넣는다. 나무 숟가락으로 저으며 프라이팬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조리한다.
4 소스를 파스타 위에 붓고 가든샐러드와 함께 차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