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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래 방송의 성장 전략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방송 프로그램과 기술 교류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뉴미디어 기술과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전망하고, 한국과 스위스의 방송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스위스 공영방송(SRG SSR idee suisse)의 쟝베르나르뮌히(Jean-Bernard Munch)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의 방송 산업을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 방문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만, 이번 방문처럼 오래 머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견학한 것은 처음입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노력에 먼저 감사 드립니다. 한국은 뉴미디어와 통신 기술 분야에서 매우 앞선 기술을 지닌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산업 주체들이 발달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적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전략에 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방한 기간에 여러 미디어 관계자들과 만나셨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합니다.
KBS와 조선일보, KT 등 한국 미디어 산업 각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매체들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습니다. 각각의 영역에서 이들 매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신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에 도전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방송국에서는 3D TV 같은 신제품의 적용 방향에 관해, 신문사에서는 프린팅 미디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관해, 그리고 통신사에서는 콘텐츠 제작자와 관계 설정 및 앞으로의 성장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스위스 공영방송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스위스 공영방송은 8개의 텔레비전 채널과 18개의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는 스위스 유일의 공영방송입니다. 수익 창출과 효율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인 동시에, 공익을 우선하는 공기업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한 단체와 조직이 연합하여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세계의 공영방송 중 가장 독립된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스위스 공영방송의 특징 중 하나로 모든 프로그램이 4개 언어로 제작된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의 3개의 기본 언어 외에 라틴어에서 파생된 스위스 고유의 로만슈어라는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완전히 해당 언어로 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과 문화에 따른 고유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보존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영성을 유지하는특별한 시스템이있는지궁금합니다.
방송의 공영성에 관한 문제는 모든 공영 방송 관계자들의 고민입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면 저도 꼭 알고 싶을 정도지요.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 공영방송 역시 경영과 제작의 다양한 단계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방송의 목표는 점유율 향상이 아니라 방송의 고른 ‘전파(penetration)’임을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다수’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소수일지라도 ‘모든’ 목소리를 방송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최대한 많은 계층과 지역의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각각의 지역 방송국이 카운슬러를 두고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프로그램이 방송국과 제작자의 요구가 아니라 공공의 요구와 도덕적 기준에 맞춰 제작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영성을 유지하면서 재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스위스 공영방송은 어떤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방송의 운영료를 어떤 식으로 충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늘 있어왔습니다. 수신료 징수와 인상의 문제도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이며, 광고로부터 발생하는 수익과 수신료 사이의 비율에 관한 문제도 공영방송으로서 가장 고민을 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기업인 공영방송은 국가 소유의 공공방송과는 다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수신료와 광고료로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수신료에 의지하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고, 반면에 광고 수익의 비중이 너무 높으면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공영방송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광고 수익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스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 수익의 비중이 전체의 30퍼센트 정도이며, 이 정도가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비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스위스의 디지털 방송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디지털 방송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디지털 방송을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전파 송수신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본다면 스위스는 오히려 한국보다도 더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가정의 텔레비전들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디지털 세톱 박스를 갖추고 있어서 모든 방송과 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이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 방송의 개념을 모든 신기술, 예컨대 HDTV나 3DTV, IPTV 같은 차세대 기술을 포함해서 생각한다면 한국이 몇 발 앞서 있으며, 이 부분에서 스위스는 한국을 벤치마킹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스위스의 방송 교류 증진 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KBS는 아시아 방송 연합의 일원이고 스위스는 유럽 방송 연합의 일원으로, 이미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충분히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각의 권역 내에서 상대국의 프로그램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등의 오락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럽에서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므로, 앞으로 유럽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난다면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교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