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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음악의 재해석을 통한 미래와의 소통

음악을 통한 화합, 그리고 국제적인 교류를 목적으로 시대의 거장과 신예 연주자들, 고전과 현대음악, 동서양을 아우르는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2010년 서울국제음악제’가 지난 5월 23일~6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금호아트홀, 호암아트홀, 성남아트센터, 경희대학 평화의 전당 등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번 음악제는 각각의 독특한 테마를 지닌 공연들을 통해 음악 안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였다는 평가와 함께 음악제에 초청된 거장들과의 진솔한 음악적 대화를 통해 음악의 즐거움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는 다양한 연주자들과 시대를 아우르는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음악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발굴을 위해 오디션을 거친 80여 명의 예비 연주자들과 이번 음악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과 교류의 장을 통하여 함께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서 국제적인 무대에 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하게 하였다.
이번 음악제는 과거의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한 근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주축으로 20세기 음악의 흐름을 선도한 상호교환적인 작품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작곡가들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특히 음악제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는 상호교환 음악회 형식으로 지난 3월 <루드비히 반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이며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국내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이 유럽의 권위 있는 음악제에서 선보인 일은 드문 경우로, 시대의 조류에 맞춰 세계적인 음악제에도 손색없는 참신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뮤직 프리즘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음악제는 ‘비상’, ‘거장의 숨결’, ‘조화와 공존’, ‘낭만의 시대’, ‘쇼팽의 봄’, ‘아시아, 세계를 연주하다’, 등 각각 테마를 가진 연주회로 관심을 모았는데, 쇼팽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시프리앙 카차리스를 비롯하여 유럽의 감성 미셀 레티악과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제랄드뿔레, 현존하는 최고의 콰르텟이라 평가 받는 상하이현악4중주단, 2006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인 아가타 심체브스카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더욱 풍성한 음악제를 이루었다.

서울국제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공연이 열린 지난 5월 3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는 새로운 시대, 획기적인 음악적 시도를 감상하려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워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20세기 후반 유럽 현대음악의 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지는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 이신우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지난 10년간 그녀가 모색해왔던 성경 텍스트에 대한 심층적, 신학적 묵상이 밀도 있게 드러난 작품.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까다로운 기교와 불협화음의 강도를 절제한 곡으로, 현대 음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였으며, 특히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셀 레티엑의 연주가 영국 로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그레고리 노박이 지휘하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잘 어우러진 세계 초연이라는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강석희 작품의 <마림바 협주곡> 또한 ‘새로운 항해’라는 테마에 걸맞게 이 시대에 새롭게 태어난 음악들과 새로운 여정 길에 오르기에 충분한 공연이었으며, 젊은 연주가 한문경이 성숙하고 완벽한 마림바 협연을 선보여 차세대 타악계의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공연이었다.

마지막 순서로 열린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을 편곡하여 만든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아시아에서 처음 갖는 시도라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른 연주였다. 이날 협연을 맡은 한국이 자랑하는 감성의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니 2번을 연주하며 아시아 최초의 장대한 울림을 재현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음색과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선보인 김정원의 연주는 원곡에 대해 익숙한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청중들까지도 왜 라흐마니노프가 20세기에 살아남은 낭만주의 작곡가라 불리는 지 깨닫게 할 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공연을 선보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찾은 많은 관중들을 매료시켰다.